[천비키의 명상24시] 2016년 수고한 당신, “응, 그래. 괜찮아” 속삭여 보시라
[아시아엔=천비키 본명상 코치] “지금 본인이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아세요? 사각 링 위에 복서가 글로브를 끼고 마구 휘두르는 것과 같아요. 두 눈은 가린 채로 말이지요. 그러다가 운 좋으면 훅을 한번 먹이겠다는 것 같은데….”
지인이 찾아가면 꼭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한 S대학 스포츠학과 K교수님. 우려와 염려 속에 몇 번씩이나 표정이 바뀌면서 탐탁치 않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정도로 본인이 하는 일이 이 업계에선 무모하게 들립니다. 자료하나 제대로 없지 않습니까? 정말 염려가 되네요. 실수는 해도 괜찮지만, 실패를 해서 완전히 넉다운된다면….치명적이겠지요.” 마음 속에서 ‘이런 게 한두 번인가?’ 하는 자조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이 프로젝트를 최초로 발주할 때 도움을 청했던 A대학 체육과 L교수님의 말과 겹쳐 떠올랐다. “비키씨, 이 일 접으시지요. 절대로 호응이 없을 겁니다. 수년 간 비키씨를 알아왔기에, 정말 나몰라라 할 수 없는 아끼는 분이라 진심으로 말합니다. 지금이라도 중단하세요.” 정말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L교수님. 뜻밖이었다.
불과 1달 앞두고, 일본인 멘탈코치를 초대해 스포츠 멘탈코칭 세미나를 스포츠비전공자가 아무 지인도 없는 채 추진한다는 게 무리라는 얘기였다. 역시나, 오늘도 스포츠 업계의 큰 인물인 L교수님의 예언이 또 나를 엄습했다. 하기야 한두 번이 아니지 않는가. 찾 뵐 때 정말 호의를 갖고 도와줄 듯했던 J교수님, 인간성 좋고 실력있는 분이니 반드시 도와줄 것이라는 P교수님, 최선으로 돕겠다던 O변호사님과 A사업가님, Q신문기자, U선생님과, S친구 등이 한꺼번에 스쳐갔다. 모두 허사였다. 한달간 하루 목표 전화 8통, 일주일에 스포츠 관련 인사 방문 4건 등이 목표였다.
거절 받을 때마다 흔들렸다. 그들의 말이 사실일까? 무모하고, 대책 없는 일이라고? 그때마다 나 또한 왜 하는가하고 자문을 했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무슨 비전이 있는지 물어왔다. 정말 나는 무엇을 위해 하는가. 지난 5월, 한일코칭심포지엄 참가 때 쯔게 요이시로라는 일본 최초의 멘탈코치의 초대 강의가 계기였다. 그는 국가대표 선수를 지도하여 4개의 메달을 따는 데 일조하였고, 특히 만년 꼴찌였던 럭비 혼다실업팀의 순위를 끌어올린 사람이다.
놀랍게도 스포츠 비전공자였다. 그런데도 사격, 스노우보드, 스모 등 모든 종목을 코칭하였으니! 그 놀라운 결과는 “모든 존재는 온전하기에 모든 답을 갖고 있다”는 철학에 있었다. 그러기에 가르치지 않고 스스로 답을 찾도록 소크라테스처럼 질문하고 경청하며, 지지·격려·칭찬·소통으로 이루어 냈던 것이다. 명상을 하고, 코칭을 전공한 나로서는 당연히 멘탈코칭에 가슴이 설렐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인 관심과 더불어 한국스포츠 업계뿐만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한 멘탈코칭과 명상을 통해 지도자·학부모·아이들과 만나고 싶었다. 멘탈이란 무엇인가? 정서의 주요 인자인 감정이다. 보다 더 깊은 영역인 정신이다. 더 높은 차원의 의식이다. 감정은 긍정성과 부정성, 안정과 불안정으로, 정신은 강하고 약함으로, 의식은 높고 낮음으로 말할 수 있다. 이 멘탈이 짧은 시간 동안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특히 스포츠현장이다. 생존과 성과가 치열한 이곳의 멘탈코칭이야 말로 시작의 장(場)으로 딱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 일을 추진하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일이나 현실의 상황이 아니었다. 바로, 나 자신의 멘탈이었다! 지금 이 순간 낙담하며 지쳐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나. 어떻게 하면 ‘정서적 안정과 맑은 정신, 높은 도전정신 그리고 코칭을 통해 이 사회가 밝아지고 발전하도록 돕고자 하는 기여의식’으로 가득 찬 멘탈로 나부터 힘차게 일어날 수 있는가.
멈추어 호흡하고 자각질문으로 멘탈을 높이는 값진 성공을 위해 잠시 멈추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눈을 감았다. 그동안 마음이 너무 바빴구나, 이만큼 피로했구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멈추자 보이고 느껴졌다. 생각들이 대책없이 무방비로 올라왔다. ‘안 될 거야. 그들은 전문가잖아. 아니야, 네 뜻이 중요하지. 하지만 현실은…’ 등등 제 각각 길을 잃은 생각들이 올라왔다.
무조건 ‘응. 그래’ 하며 수용 후, 사라질 때까지 숨과 하나로 머물렀다. 그리고 가만히 침묵의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고요해지자 좀 전과 다른 차원의 명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무슨 일을 하고 있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지금 네가 받은 영향은? 네 에너지는 어때?”
문제해결에 뛰어들기 전, 문제를 다루는 주인인 나의 상태가 더 중요하다. 자각이야말로 문제에 휘말리지 않는 힘을 준다. 외부세계와 내면세계를 왔다갔다 하며 자각의 질문을 던지자 서서히 의식이 또렷해졌다. 차분해지자, 천천히 나를 잡아준 또 다른 목소리가 떠올랐다. “우리가 했어야 할 일을 스포츠 비전공자가 하다니 의미있는 일이네요. 부디 성공하길 바랍니다.”,
“본인이 실패하면 이 업계에선 이렇게 말할 거예요. 그럴 줄 알았다고. 성공해도 씹겠지요. 전문성 없는 비전공자라고. 그러니 반드시 성공하세요. 이 분을 찾아가면 도와줄 겁니다.” 그런 분들을 기억하며 명상으로 아침마다 확고한 비전을 새기지 않았던가. 이런 시간이 한 달이 지났다. 드디어 세미나 날이다. 결론은? 성공이었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모셨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계 인사들 중 열린 마음을 지닌 분의 전문적인 자문과 도움으로 행복하게 끝낼 수 있었다.
12월이다. 한 해를 마무리해보며 다시 한번 숨가빴던 한 달을 돌이켜 본다. 이 일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얻었는가. 나는 얼마나 성장하였는가. 오호라, 사람의 일은 생각만으로 돌아가지 않는구나.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믿었던 분들은 대부분 스쳐 지나갔고, 전혀 뜻하지 않았던 새로운 분들이 지원해주었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는 기대와 판단, 생각이란 머리를 내려놓을 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구나. 내 사고의 틀을 쥐고 사람을 만다면, 만나봤자 내 생각의 필터로 걸러내어 나는 늘 걸어왔던 같은 길을 걸었을 터이다. 기적은 없었을 터이다. 기적은 어디에서 일어났던가. 나의 순수한 열정과 간절함, ‘公道의 이’로 향한 비전 등으로 그들의 가슴이 움직여지지 않았을까. 그래서, 사람은 가슴으로 만나는 것이었다. 가슴으로 만나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었다면 사실과 의견의 분별이다. 내가 만났던 전문가들은 긍정과 부정을 말했다.
사실이었다. 모두 진실이고 현실이었다.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나의 문제였다. 나는 나의 의도에 맞는 것을 선택했고 그때마다 혼란하고 잡념 가득한 마음의 흔들림을 멈출 수 있었다. 거절받아도 웃으며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다. 남은 것은? 밝고, 맑고, 강한 마음 즉, 나의 멘탈이었다.
12월이다. 이 한해가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아 아쉬웠다면 “응, 그래. 괜찮아” 하고 수용해보자. 그리고 호흡과 침묵, 자각질문을 통해 차분히 정리해 보자. 더 밝고 높은 멘탈로 행복한 2017년도를 펼쳐나가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