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비키의 명상 24시] 감기에 수면부족···환절기 건강하게 나는 방법
[아시아엔=천비키 <아시아엔> ‘명상’ 전문기자, 본명상 코치] 봄이 한발한발 다가오고 있다. 추위를 유독 많이 타는 나는 봄이 되면 오히려 감기에 걸린다. 긴 겨울 끝에 두꺼운 옷과 내복이 무겁고 지겨워 조금이라도 따뜻해진 날씨에 허물을 벗고 싶은 기분에 20대 아가씨처럼 팔랑거리는 얇은 잠자리 옷을 걸쳐보았다. 그러다가 아뿔싸, 하루 동안 몇 차례를 파르르 떨다가 날개 젖은 잠자리가 되어 버렸다.
아침과 점심, 저녁 기온이 시시각각 다른 변덕쟁이 봄에 속아서 일찍 폈다가 냉기에 놀라 얼어붙은 노란 개나리의 꽃잎처럼 온 몸이 한기를 먹고 축축 쳐져 버렸으니. 단지 옷을 얇게 입어서가 아니라 아마도 몇 주 동안 행사와 수업, 출장 등으로 누적된 피로와 수면부족이었으리라.
한 동안은 이런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데 약을 먹어야 하나? 훌쩍거리다가 아침 출근 길에 무거워진 몸을 현관에서 다시 되돌려 급히 침대 위의 명상일지를 들여다보았다. 들쑥날쑥한 구멍 난 일지 속에 분주함으로 구멍 난 내가 보였다. 서서히 일의 급물살에 떠내려가고 있는 나.
진정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진짜 필요한 것은 약이 아니라 휴식이다. 휴식이란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다. 나 자신을 내게 온전히 돌려주는 시간, 정좌하여 나와 마주보고 독대하는 본질의 시간이다.
진짜 쉼이 필요한 게다. 어찌 보면 바로 잠이다. 자는 동안에 아이는 키가 크고, 사람은 병이 낫는다. 모든 근육이 이완되고 생체리듬이 생기며 호르몬이 돈다. 스트레스가 줄고 지각능력, 주의력, 결단력, 기억력, 창의력 등등 다양한 능력이 향상된다.
면역력과 재생력도 잠에서 온다. 그래서 사실, 아침명상까지 줄이거나 포기하고 30분 더 잠을 자지 않았던가. 물론 생활 안에서 찰나마다 명상을 하거나 전철 속에 자리라도 나면 얼른 눈을 감고 허리를 세워 명상을 했다.
하지만 새하얀 첫 의식을 온전히 내게 돌려주지 못하고 잠만 깨면 급하게 일터로 나선 삶이 영 2% 부족한 듯 찜찜했다. 다음날 다부지게 마음을 먹었다. 1시간 일찍 맞춘 시계가 일러주는 시각에 일어나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밥먹기를 포기해도 명상을 하겠노라.
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간단히 몸을 풀고 씻었다. 초를 켜고, 물을 뜬 후 자리에 앉아 내 몸 안으로 들어갔다. 의식을 레이저 빔처럼 쏘아서 천천히 몸을 내관(內觀)하며 감각을 제대로 느끼기 시작했다.
띵한 머리, 쑤시는 몸, 무거운 팔다리가 천근만근이다. 감겨진 눈꺼풀로 따끔거리는 눈이 미간을 자꾸만 찌푸리게 한다. 그럴수록 요지부동으로 앉아 몸 감각을 세세히 느끼며 호흡을 한다.
몸 곳곳에 긴장되어 엉겨 붙은 기운을 내뱉고 또 다시 들숨으로 들어간다. 머리를 느껴보니 기가 머리꼭지에 올라 붙어있다. 아, 이것 때문에 최근 자꾸만 짜증이 올라왔구나. 일을 하다가 누군가가 두번, 세번 똑같은 질문을 하면 나도 모르게 귀찮다는 표정이 지어졌다. ‘이러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지만 이내 말이 또 빨라지고, 신경이 날카롭게 끊어졌다.
자극하는 대로 무섭게 반응하기 바쁜 나의 상태는 오호라, 이 꽉꽉 묶인 에너지장에 있는 것이었구나. 해체하자!
레이저 빔같이 의식을 모아 통증의 진원지를 향해 호흡으로 들어가고 또 들어갔다. 통증과 맞닥뜨리니 손오공의 머리띠처럼 머리가 아프다.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인내를 가지고 다시 돌아와 찌글찌글한 기운을 날숨으로 날려버린다. 자비와 연민의 마음으로 끊임없이 아픈 나를 알아봐 주고 지켜봐 준다. 이번에는 딱딱해진 등과 쑤시는 허벅지에 주의를 주고 엄마처럼 호호 불어주며 함께 숨을 쉬어 준다.
끊임없이 내 호흡과 의식은 아픔의 진원지를 향해 돌아오려고 하고, 또다른 나는 흐트러진 주의로 정신이 어딘가로 향해 간다.
“아프다, 쑤신다, 괴롭다.” 소리치는 작은 나의 마음을 따라서 내 주의는 이내 어디론가에 또 흘러가고 있다. 다시 주의를 모아 몸과 호흡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머리 속에 무거웠던 기운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흥분되었던 신경계가 풀리는지 몸과 마음이 차분해졌다. 더 이상 억지로 잡념을 몰아내지 않아도, 주의를 몸으로 데려오지 않아도 여기에 청정히 머물러 있다.
바로 이 순간이다. 자리에 다시 눕자! 드디어 잠을 청하자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15분간의 알람을 맞추고 천천히 길게 누웠다. 완전히 이완되어 엿가락처럼 휘어진 몸으로 기지개를 활짝 펴니 너무나 시원하다.
미소가 나온다. 온몸이 순환되어 따뜻하다. 마음도 풀려서 뱃 속 깊은 시원한 호흡이 무성(無聲)의 “푸후~” 소리로 저절로 일어난다. 심연의 곳에서 나오는 길고 긴 큰 숨이 코를 골듯 연거푸 내쉬어진다. 그러다가 나는 깨어 있음의 상태에서도 잠을 자는 묘한 의식의 차원에 들어갔다. 온 몸이 열린 감각으로 살아난 느낌이다. 나는 내 몸 안에 생생히 존재하고 있다. 절대 고요 속에서 제대로 나를 맛 보는 행복감이 밀려온다.
이내 “따르릉” 시계소리가 들린다. 짧지만 몇 시간은 흐른 듯한 알람에 일어나 자리에 앉았다. 한기는 물러가고, 가슴은 시원해졌다. 손오공의 머리띠처럼 죄어진 두통도 경미해져서 몸이 한결 가볍다.
이번 감기는 약 없이도 낫겠구나. 수면명상의 놀라운 치유효과 속에 툴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힘차게 세상 밖으로 뛰어 나갔다.
부족한 잠, 숙면으로 보충
부족한 잠은 수면의 질을 바꾸어서 보충한다. 방법은 자는 시간을 오히려 줄이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15~20분 정도 명상을 한 후 다시 짧게 자는 것이다. 보통 피로하면 긴장된 몸과 마음이 되어 수면을 통해 분비되는 좋은 물질이 적게 나온다.
명상을 하면 부교감 신경계가 활성화되고 뇌파는 알파파가 나오며, 면역을 강화시키고 행복호르몬이 나온다. 게다가 명상을 하면 졸립다. 이완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완상태에서 다시 잠들면 수면의 질이 배가되면서 짧은 시간 동안 오아시스처럼 최상의 물질들이 샘솟는 경험을 하게 된다.
[수면 명상법]
우선 반듯이 누워서 명상을 하겠다는 의도를 세운다. 낮 시간에 잠시 눈을 붙일 경우도 마찬가지다. 의도가 세상을 만들 듯이 나의 몸을 만든다.
생각을 멈추고 의식을 배에 둔다. 들숨에 배가 올라가고 날숨에 배가 내려간다. 3~5회 정도 집중하여 실시한다. 깊게 들이쉬고 길게 내쉰다. 이와 함께 몸이 이완됨을 느낀다.
숨이 잦아들고 호흡이 편해지면 의식을 코끝에 두고서 들숨과 날숨을 바라본다. 판단 없이 그냥 바라본다. 이때 호흡은 자연스럽게 한다.
이렇게 5~10분 정도 상황에 따라 자신의 능력에 따라 시간을 조절한다. 몸에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하면서 명상을 마무리하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면서 잠을 청한다. 간혹 수면 명상을 하면서 잠에 들어가기도 하나 가능한 한 명상을 마무리하고 잠을 자도록 습관화 한다.
몸은 내가 어떻게 길들이는가에 따라 움직인다. 몸과 마음의 주인이 되어 나의 삶을 조절해 나갈 때 순수존재의 나로 살아가는 것이다. 인생의 파고를 넘어가기 위해서는 돛의 중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끔은 닻을 내려 쉬어주는 지혜도 필요하다. 춘곤증과 찾아오는 몸과 마음의 불균형을 헤쳐나가는 작은 실천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