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비키의 명상 24시] 휴가철 ‘먹기명상’으로 더위 식히고 몸도 가볍게

여름 휴가철,산과 바다가 우리를 부른다. 그런데 자칫 과식으로 모처럼 휴가를 망치기 십상이다. 먹기명상으로 올 휴가를 산뜻하게 보내면 어떨까? 사진은 미해군 휴양지.

[아시아엔=천비키 <아시아엔> ‘명상’ 전문기자] 8월. 여름이 뜨겁다. 숨쉬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요즘, 계곡이나 바다로 무작정 떠나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맘 때면 휴가를 나선다. 힐링을 위한 휴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묘미는 무엇일까? 낯선 풍경 속에 눈이 번쩍 뜨이는 여행과 오감이 즐거운 체험일 게다. 맛집 탐방도 그 가운데 하나다. 함께 간 사람들과 “맛있다, 정말 기운이 돈다!”라는 감탄사와 함께 미식을 즐기는 것, 이 자체가 힐링이다. 스트레스도 해소된다. 나눠먹는 음식 속에 정도 깃든다.

하지만, 음식의 향연 앞에 마음껏 풀어놓고 먹다보면 나도 모르게 과식과 폭식으로 이어진다. 늦은 밤까지 먹고 마신 술과 안주는 뱃살의 주범이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서 먹는 냉면, 아이스크림 등 차가운 음식으로 몸이 냉해지면서 찌푸둥해진다. 이처럼 힐링을 꿈꾸고 떠난 휴가가 탐식으로 얼룩지면 일상으로 복귀할 때엔 예기치 않은 피로와 더불어 탈을 불러온다. 부끄럽게도 필자가 바로 그 경험의 당사자다.

몸에 부담 주는 인스턴트 식품이나 술은 멀리 하지만 구수한 향토음식이나 신선한 자연식, 속까지 뜨거워지는 보양식이라면 그냥 탐닉하곤 했다. 고구마, 과일, 우리밀 빵이나 과자를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한때는 팥빙수에 중독되기도 했다. 다행히도 팥빙수는 거의 자제하지만 타고난 먹성을 어이하랴. 맛나는 음식의 유혹을 이기는 것은 고통이었다. 게다가 나를 포함해 이런 사람들 대부분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어내는 습관까지 있다.

스트레스로 실컷 먹고, 밀려오는 후회는 부모님에게 전가시키기도 한다. “먹성의 유전자를 왜 물려주었냐”며 말이다. 다이어트와 과식, 절식을 오갔던 나는 마침내 ‘적당히 필요한 만큼만 먹기’를 실현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였다.

참을 수 없는 식욕을 다스릴 정도의 강력한 의도세우기를 시작으로 △관찰일기쓰기 △충분히 휴식하기 △일찍 자기 △운동요법 △식이요법 등을 실천한 것이다. 시간이 부족하고 피로가 극에 달할 때엔 스승을 찾아가 함께 명상하며 치유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탐식’에서 ‘건강한 먹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먹고 안 먹고의 결심이나 식이요법, 운동요법을 통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사실이다. 무절제하게 먹는 원인이 욕구불만과 누적된 감정 등 마음 속에 있음을 깨닫는 게 보다 중요하다. 과식, 폭식의 현상만 보고 먹는 양을 줄인다면 머잖아 억압된 욕구는 터져 나와 본래대로 되돌아가게 된다.

음식 앞에 무너지는 자신에 대한 좌절감과 수치심, 불신이 거듭되면서 자신의 먹성은 결코 고칠 수 없다고 자포자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내게 근본적인 다이어트 방법은 있는 그대로의 식탐을 바라보고 인정하는 것에 있었다. 가령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면 그 욕구를 애써 밀어내지 않았다. “먹어도 되나? 살이 찔 텐데” 하는 불편함과 염려는 내려놓았다. 그 대신 한 입 문 아이스크림에 온 감각을 던져서 그대로 먹었다. 두번 다시 못 먹을 것처럼 혀를 천천히 굴려 느끼면서 맛나게 먹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먹으니 조절력, 절제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 숟가락만 더, 한입만 더” 하는 갈망에서 풀려나게 되었다. 몸과의 소통이 시작된 것이다. 그 소통의 기쁨은 포만감의 정확한 지점을 알고 수저를 점잖게 놓는 데까지 이르렀다. 물론 아직도 과식할 때가 있다. 허나 예전처럼 심하게 자학하거나 칼로리를 계산하며 머리로 음식을 먹지 않는다. 입에 당긴다면 달콤한 쿠키나 버터가 듬뿍 들어간 크림치즈빵도 즐긴다.

좀더 상세하게 ‘먹기 명상’을 경험해보자.

(1)아침을 맞으며 의도의 명상하기

아침의 순수한 의식 속에 건강하게 먹겠다는 의도를 세운다. 평온한 마음상태에서 심은 의도는 깊은 무의식에 프로그래밍 되어 그 상황이 펼쳐지면 의도의 모습대로 행하게 된다. 의도(意圖)라는 말처럼 ‘원하는 그림’을 마음 속으로 그린다. 즉, 음식에 탐닉하는 모습 대신 건강하고 조화롭게 먹는 모습을 그려본다.

(2)신체감각과 연결하여 먹기

1)온전히 음식과 만난다–>식사 때는 핸드폰, 텔레비전이나 책 등을 멀리 한다. 모든 만물의 기운이 담긴 음식물이 나를 살리기 위해 내 앞에 있으니 거기에 온전히 몰입하고 감사의 마음을 담는다.

2)먹는 과정들을 찬찬히 인식하며 먹는다->음식을 제대로 본다. 질감과 색상, 모양 등을 찬찬히 관찰한다. 그런 다음 음식을 집어 들고 냄새를 맡아 향을 마신다. 입술에 가져가 촉감을 느낀 후 먹고 넣고 싶은 충동이나 다양한 마음을 알아차린 후 입에 넣는다. 천천히 씹는다. 이 때 입에서 고이는 침과 빨리 삼키려는 마음 등을 알아차린다. 물로 분해될 정도로 씹고 나서 삼킨다. 삼킬 때는 위장으로 넘어가는 느낌에 주의를 기울인다. 음식의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는 느낌이 깊을 때 피가 되고 살이 된다.

3)충동적 섭취를 줄이고 깊은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심호흡을 한다->급하게 먹을 때는 잠시 멈춘다. 음식을 입에 물고 심호흡을 하면 맛도 확실히 음미할 뿐더러 자연스럽게 속도를 조절하게 된다.

4)포만감에 집중한다->어느 정도 배가 부르다는 감이 들 때는 그 감각에 집중한다. 마음 속으로 ‘집중, 집중, 집중’을 계속 외치면 더 강하고 빠르게 집중이 된다. 이 배부른 감각을 제대로 느낄 때 정말 더 이상 먹을 수가 없게 된다.

정리해 보면, 깨어있는 의식으로 음식을 선택하고 먹을 때는 온몸에 주의를 기울여 먹기에만 집중한다.

올 휴가에는 먹기명상을 꼭 실천해보자. 매 끼마다 하기는 어렵겠지만 하루 한 끼라도, 아니 몇 수저라도 그렇게 해보자. 몸도 마음도 한없이 가벼운 휴가, 상상만 해도 기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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