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스탠포드대 가짜입학 ‘제2의 신정아’···”간판·스펙 선호 ‘한국병’이 원인”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요즈음 가짜 하버드대, 스탠포드 입학생이 터져 나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안타깝게 했다. 얼마나 명문대학에 들어가야 하겠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렸으면 하버드뿐만이 아니라 스탠포드까지 두 대학에 입학했다고 거짓말을 했을까?

6월12일 <양키타임스>는 ‘우리 집 아이는 하버드 다닌다’는 제하에 하버드와 스탠포드 대학 가짜입학사건 전말을 보도했다. 양키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간판이 중요한 것 아니고 메이저가 중요하고, 학비 비싼 사립대학보다 주립대학을 선호하는 게 요즘 미국 사회의 대세”라고 했다.

하버드대학 등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오고도 백수가 된 졸업생도 많다고 한다. 미국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교육을 투자로 졸업 후 반드시 취업을 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데 한국학생들은 일류대학 선호에 갇혀 덮어놓고 학비가 비싼 사립대학을 지원하는 실정이다. 일류대학 다니는 것을 무슨 벼슬 딴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사회는 유명대학 간판보다 취직이 보장된 전공과목을 운영하는 대학을 선호한다. 하버드대 예일대 스탠포드대 등 이른바 아이비리그대학 인문계열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성적은 웬만한 대학의 SAT와 비슷하다. 그러니까 지원하면서 전공과목을 선택하지 못하면 졸업할 때까지 사실상 청강생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간판위주의 사고를 지닌 한국 부모들은 “우리아이가 아이비리그 대학 다닌다”고 자랑을 한다. 이번에 버지니아 애난데일 소재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한인 여고생이 하버드와 스탠포드 대학에 동시 입학해 화제를 불러 모았던 사건의 합격증이 허위임이 드러나 한인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의 주요 언론이 일제히 하버드와 스탠포드 대학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자세한 내용을 전했지만 이 모두가 제대로 취재를 못한 한국 기자들의 해프닝이었다고 한다. 올해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를 졸업하는 김정윤(18)양의 양 대학 동시입학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하버드대 애나 코웬호벤 공보팀장은 지난 9일 김양의 합격 여부를 묻는 언론 질의에 대해 “합격통지서를 받았다면 위조(forgery)된 것”이라며 “스탠포드에서 1~2년간 배운 뒤 하버드에서 나머지 기간을 공부하는 공동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스탠포드대학 리사 라핀 공보팀장도 “스탠퍼드와 하버드에서 동시에 공부하는 형태의 프로그램은 없다”며 “김양 가족이 공개한 합격통지서는 스탠포드대학이 발행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양의 아버지 김정욱씨는 “정윤이가 합격통지서를 받은 후, 하버드와 스탠퍼드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해 학생증도 받았다. 조만간 경위를 파악한 후 설명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미디어오늘>은 10일 김양이 하버드와 스탠퍼드 두 대학에서 동시 입학 제안을 받았다고 최초 보도한 DC <중앙일보> 객원기자 전영완씨가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를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씨는 “기사 작성 당시 가족이 제시한 합격증서와 해당 대학교수들과 주고받은 이메일 등을 의심 없이 수용해 기사작성을 하였으나, 합격 대학과 교수 등에게 사실 확인을 끝까지 하지 않은 우를 범해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하게 됐다”며 오보를 인정했다.

한인사회에 일각에서는 학벌지상주의와 같은 교육 병리가 극단에 이른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인 부모들은 하버대에 입학하면 모두 최고라면서 명문대에 대한 지나친 과시욕이 부른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대학간판도 중요하지만 무슨 학과 전공으로 졸업했느냐가 더 중요하며 학교마다 인기가 높고 취직이 잘 되는 과목이 있어 졸업 후 취직이 잘되는 법대 의대 경영대 등을 제외하고는 하버드대 다니는 것에 목에 힘주거나 부모들 자랑감이 못 된다는 것이다. 어떤 한인은 “한인 부모들이 자녀들을 아이비리그에 진학시키려는 욕망이 너무 강한 것과 또 비즈니스를 위해 이를 악용하는 일부 브로커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를 증명하듯 우리나라에서는 학벌위조 파문이 심심하면 터지고 있다. 몇 년 전 신정아 동국대 교수의 학벌위조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뒤 KBS 라디오 ‘굿모닝 팝스’를 진행하던 영어 강사 이지영씨 학력이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만화가 이현세씨 또한 대학 중퇴가 아니라 고등학교 졸업임을 털어놨다. 마치 연결고리처럼 줄줄이 학력위조 사실이 터져 나와 한국사회의 학벌지상주의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우리사회의 ‘간판’ 중시 문화 때문이다.

김정윤양의 아버지는 11일 “모든 것이 다 제 잘못이고 제 책임”이라며 “아이가 얼마나 아프고 힘든 상태였는지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점, 아빠인 제가 아이의 아픔을 부추기고 더 크게 만든 점을 마음 속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세상이 어리숙한 것 같지만 인과는 소소영령(疎疎英靈)한 것이다. 거짓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진실은 천지도 없앨 수 없다. 범부들은 작은 이익을 구하다가 죄를 범하여 도리어 해를 얻는다. 참된 이익은 오직 정의에 입각하고 대의에 맞아야 얻게 된다.

삐뚤어진 과시욕 가지고는 세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 도금은 진짜 금이 아니다. 고진감래라 했다. 조금은 힘들고 늦어지더라도 참다운 황금왕관, 진리의 면류관(冕旒冠)을 써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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