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100세 시대, 장수는 축복인가 재앙인가

<사진=신화사>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캐나다 퀸스대학 철학교수 크리스틴 오버롤의 저서 <평균 수명 120세, 축복인가 재앙인가>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장수시대의 고민을 대변하고 있다.

몇년 전 원불교의 종사(宗師) 한 분이 당신은 130세까지 사시겠다는 말씀을 들려주셨다. 그래서 필자가 이렇게 여쭈었다. “종사님! 우리들이 다 간 다음에 혼자 남으셔서 무슨 일을 하시려고요?” “암, 할 일이 있지!” 더 이상 말씀은 안 하셨지만 그 분의 건강상태나 법력(法力)으로 보아 어쩌면 130세까지 살아 계실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래 사는 것이 재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까? 오래 사는 것을 축복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나 120세까지 사는 것은 아무래도 재앙으로 여기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어느 분이 장례식장에서 이런 추도사를 했다. “70대에 가면 금메달이고, 80대에 가면 은메달이며, 90대에 가면 ‘똥메달’이다.”

지금 장수시대에 들어온 것은 사실이다. 크리스틴 오버롤 교수는 ‘100세 시대의 리스크’를 조목조목 열거했다. 이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면 장수는 분명 재앙이라는 생각이 든다.

첫째, 돈 없이 오래 살 때(無錢長壽)다.

의식주는 인간생활의 3대요소다. 그런데 세 가지 모두 돈이 있어야 해결할 수 있다. 젊어서 돈을 벌어놓은 사람은 몰라도 돈 없는 노년생활은 재앙에 가깝다. 늙어서도 돈이 없으면 노동을 하거나 자녀들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설사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코 돈 앞에서 비굴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돈으로 교만을 부려서도 안 된다. 그리고 돈은 인간이 함부로 대해도 되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하루아침에 생긴 돈을 평생 간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생에 걸쳐 모은 돈을 하루아침에 잃는 사람도 있다. 나이 들어 재물에 탐욕을 부린다면 추해진다. 욕심을 여의고 마음을 허공처럼 만들며 가진 것 베푸는 삶이 ‘무전장수’의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둘째, ?아프며 오래 살 때(有病長壽)다.

인생은 돈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다. 불행한 백만장자가 있는가 하면 최소한의 의식주 해결로도 행복한 사람이 있다. 행복할 만큼 적당하게 돈 있고 건강하면 노년에 더 무엇을 바라겠나만 육체적인 건강은 보통문제가 아니다.

마음이 병들고 영혼이 메말라 바스락거리면 아무리 돈이 많고 육신이 건강해도 행복할 수 없다. 노인에게 건강보다 더 큰 행운이 있다. 그것은 계획을 세워 바쁘고 유용하게 살면서 권태와 쇠퇴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다.

셋째, 일 없이 오래 살 때(無業長壽)다.

일 없이 오래 살 때 과거를 내려놓아야 일이 보인다. 노년의 일은 돈을 벌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주변 공원에서 담배꽁초라도 주워 환경을 깨끗이 하면 그것도 노년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일에 속한다. 천지에 널린 것이 일이지만 찾아 나서지 않으면 그 일이 나를 찾아오는 일은 없다. 일을 찾아 느긋하고 한결같이 말없이 자기 앞의 길을 걷노라면 길가의 아름다운 야생화도 만나고 산새들의 노래 소리도 들으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넷째, 혼자 되어 오래 살 때(獨居長壽)다.

남편이 떠나자 실버타운에 입주한 어느 아내는 ‘외롭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녀는 말끝마다 “그때는 겨울마다 따뜻한 동남아로 여행을 다녔는데, 그때는 가을이면 주말마다 등산을 다녔는데…”로 시작한다. 그녀에게는 과거만 있고 현재는 없다. 햇빛 찬란한 오후, 산책에 나설 동행을 찾지만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외면한다.

왜냐하면 그녀의 ‘그때’ 타령에 질렸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을 질리게 하면 사람들은 떠나고 만다. 더불어 살아야 활력이 생긴다. 동창회에도 나가고 친목회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다. 설사 혼자 살아도 적극적인 생활태도가 필요하다.

문화생활을 즐기면 적은 돈으로 인생을 즐길 수 있다. 산책도 혼자, 음악회도 혼자, 식당에도 혼자…. 혼자에 익숙해지면 외로울 시간이 없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해가 바뀔 때마다 나이야 먹겠지만 혼자를 즐길 줄 아는 노년은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누구나 언젠가는 혼자가 되는 게 인생 아닌가?

이 네 가지 리스크만 없앤다면 100세를 장수해도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젊게 사는 노인들은 매우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과 자신의 처지에 대해 매우 정직하다. 따라서 자기의 육체적 나이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노인으로서의 자기의 처지나 위치에 대해서도 늘 긍정한다.

그런 노인들은 젊음을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더 늙지 않으려는 인위적인 노력도 하지 않는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일상을 사는 게 최고다. 그래서 어떤 일에서도 무리가 없으며 순리에 따르게 된다.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릴 줄 안다.

욕심 버리고 마음을 허공같이 비우며 정신 육신 물질로 한 없이 베푸는 신선으로 살 것인가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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