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황교안 새 총리 후보자께 “당신께 부여된 역할, 뼈 깎는 다짐으로 완수해 주십시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연 3일간 황교안 국무총리후보자 청문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그런데 메르스 사태 때문인지 그리 국민의 시선을 끌지 못한 것 같아 무언가 께름칙한 마음을 지울 수밖에 없다. 필자가 과문인지 모르나 왜 이 나라의 국무총리나 장관들은 거의 다 병역기피자이고 부정축재자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거기에다 요즘 ‘황교안 19금’이라는 말이 요란스럽게 들린다. 황교안 19금이란 무엇일까?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변호사 시절 수임 내역 119건 가운데 제출하지 않은 19건의 사건 수임내역에 대한 의문을 얘기한다. 무엇이 두려운가? 자료제출 시간을 열흘 정도 가까이 시간을 주었는데도 청문회 기간 계속 쟁점이 된 것은 아무래도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다.
황 후보자는 “자료들은 지금 아무것도 저한테 없다. 2년 전에 법인을 나오면서 신고할 때 제가 맡았던 사건을 다 냈다”면서 “법무법인 태평양에서는 범인 의뢰인들에 대한 문제가 되니까 제출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해명치고는 꽤 옹색해 보인다. 제발 이 나라의 재상이나 장관 지도자 중에 단 한 사람이라도 도덕적이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분을 모실 수는 없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다.
옛날 어느 나라의 임금이 시골 마을을 지나다가 날이 어두워지자 한 목동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그런데 임금님의 눈에 비친 목동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욕심이 없고 성실하고 평화로운 것이 평소 자신의 신하들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젊은 목동의 그런 모습에 끌린 임금님은 목동을 나라의 관리로 등용했다. 그는 관리로 등용된 후에도 청빈한 생활과 정직성 그리고 양떼를 잘 이끌던 경험이 있어서 왕을 잘 보필하고 정치를 잘 하였다. 왕은 마침내 그를 재상에까지 임명하였다. 재상은 능력도 중요하지만, 청빈한 마음까지 갖추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재상이 된 목동은 더욱 성실하게 사심 없이 일을 잘 처리해 나갔다. 그러자 다른 신하들이 그를 시기하기 시작했다. 일개 목동이 나라의 관리가 된 것도 모자라 재상까지 오르고 더욱이 적당히 뇌물도 받았으면 좋으련만 모든 일을 공정하고 깨끗하게 처리하니 자신들의 처지가 곤란했던 것이다.
신하들은 재상이 된 목동을 쫓아내기 위해 티끌 하나라도 모함할 것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재상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자기가 살던 시골집에 다녀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몰래 따라가 보니 광에 커다란 항아리가 있었는데 그는 그곳에서 항아리 뚜껑을 열고 한참 동안 항아리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신하들은 임금님께 그 사실을 알렸다. 재상이 청렴한 척은 혼자 다하면서 항아리 속에 아무도 몰래 금은보화를 채우고 있다고 고자질했다. 왕은 누구보다도 신임했던 그에게 무척 화가 나 직접 사실을 밝히고자 재상을 앞세워 신하들과 함께 재상의 시골집으로 찾아갔다. 재상의 시골집에 다다른 왕과 일행들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항아리를 열어보게 하였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항아리 속에 들어 있던 것은 금은보화가 아니라 재상이 목동 시절에 입었던 낡은 옷 한 벌과 지팡이뿐이었다.
인생은 단 한번 산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번만 살 수 있는 이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나라의 지도자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자기개발도 멈추지 않는다. 많은 유혹이 있어도 국민들의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힘들게 뿌리친다. 그렇게 노력하고 칠전팔기의 도전 앞에 나라는 발전하고 성공한다.
나보다 국민을 위한 나라를 이끌고, 국민의 복지를 강화해서 자연스레 따라오는 국부로 일등 선진국을 만들고자 노심초사한다.
재상이 그런 마음으로 이끄는 나라는 승승장구하고 세계에서 알아주는 행복의 나라로 우뚝 설 수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황교안 19금’의 핸디캡을 지닌 사람이 국무총리직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자신에게 떨어진 의혹을 지닌 채 과연 국정을 투명하게 이끌어 갈 수 있겠는가? 옛날에 훌륭한 재상을 뽑는 법이 있다.
최한기(崔漢綺, 1803~1877)의 <측인문>(測人門) 5, ‘접인운화’(接人運化) 인정(人政)권 5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평소에는 그가 어떤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지 살펴보고/ 가난할 때에는 그가 어떤 것을 취하지 않는지 살펴보며/ 처지가 궁할 때에는 그가 어떤 일을 하지 않는지 살펴보고/ 현달할 때에는 그가 어떤 사람을 추천하는지 살펴보며/ 부유할 때에는 그가 얼마나 남에게 베푸는지 살펴보는 것이/ 실로 사람을 감별하는 대원칙이다.”
본래 이 글은 <사기> ‘위세가’(魏世家)에 나오는 글이다. 중국 전국시대 위나라의 기틀을 잡은 명군인 문후(文侯)는 위성자(魏成子)와 적황(翟璜) 중에 누구를 재상으로 삼을지 고민하다 이극(李克)에게 자문을 구하였다. 이때 이극이 재상을 감별하는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위 5가지 덕목이었다. 이에 따라 결국 위성자가 재상이 되었는데 이 소식을 들은 적황은 왜 자기가 위성자에게 밀렸느냐며 이극에게 따져 물었다.
그러자 이극이 “위성자는 자신의 봉록 중 9할을 남에게 베풀었고, 그 덕분에 복자하(卜子夏), 전자방(田子方), 단간목(段干木)의 세 현인(賢人)을 초빙할 수 있었습니다. 임금께서는 이 세 사람을 모두 스승으로 삼았고, 반면에 그대가 추천한 사람들은 모두 그냥 신하로 삼았습니다. 그러니 그대가 어찌 위성자와 비교될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니, 적황도 승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새 국무총리를 뽑는 중차대한 일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국무총리는 가난해도 부정한 것을 취하지 않고, 처지가 어려워도 불의한 짓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일국의 재상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위인을 모시게 되는 것이다. 제발 옛사람들의 이 덕목처럼 ‘황교안 19금’을 해소하고 청렴하고 저 목동재상처럼 초심을 잃지 않는 재상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