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100세] ‘국제시장’서 부르는 ‘굳세어라 금순아’

70대 연령층은 6ㆍ25전쟁 때는 초등학생이어서 전투에 참가하지 못하였으므로 그 당시 전쟁터에서 용감히 싸운 80-90대 어르신들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용감한 국군장병과 유엔군이 공산군을 격퇴하지 못했다면 대한민국의 운명을 어떻게 되었을까? 전투에서 산화한 영령들이 고이 잠드시기를 다시 빌고, 생존하신 퇴역군인들께는 깊이 감사드린다.

최근 친구들과 <국제시장>을 관람했다. 영화 주인공 ‘덕수’ 나이와 비슷한 70대 중반 나이인 우리 친구들이 실제로 보고 겪은 이야기들도 구성되어 있어 영화를 관람하면서 옛날 추억에 잠기곤 했다. 부산 중구 신창동 공터에 1945년 광복 즈음 일본인들이 철수하면서 비축했던 전시통제물자를 내다 팔면서 시장이 형성되었다. 6ㆍ25전쟁 이후 미군과 UN군 군용물자와 부산항을 통해 밀수입된 물품들이 유통되면서 ‘국제시장’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영화 <국제시장>은 6ㆍ25전쟁 당시 북한 흥남 부두에서 미군함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피란길에 올라 부산에 터전을 잡고 살면서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주인공 ‘윤덕수’(황정민 분)의 삶을 그린 것이다. 전쟁을 겪어 폐허가 된 나라에서 일어서야 했던 세대의 삶을 ‘덕수’를 통해 재생한 것으로 가족의 소중함과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이끌어온 아버지ㆍ어머니 이야기다.

한국사 고비 고비를 헤치고 파독 광부, 파월 근로자 등을 거치면서 가족을 살리기 위해 묵묵히 가장 자리를 지킨 ‘덕수’는 우리나라의 고도성장을 일구고 은퇴한 주인공이다. 세월이 흘러 꼬장꼬장한 노인이 된 ‘덕수’가 영화 말미에 “아부지, 저 진짜 힘들었심더”라고 흐느끼는 장면에서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다.

윤제균 감독은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고생한 아버지상(像)을 그리고 싶었으며, 정치색을 빼고 1950-70년대 경제발전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던 세대의 기억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 <국제시장>의 메시지는 험난한 시절을 견뎌온 우리들 ‘아버지’에 대한 헌사인데, 메시지는 실종되고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두고 일부좌파들의 정치적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중년ㆍ노년층은 자신의 노력을 알아주는 <국제시장> 영화가 고맙기에 극장을 찾는다. 또한 젊은이들에게도 이 영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며, 부모 세대의 진심을 느끼게 해준다. 영화 <국제시장>은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한국의 ‘아버지’세대에 바치는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 우리는 현대사를 편견없이 올바르게 보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영화 <국제시장>은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약간의 유머를 섞어 제작된 고증이 잘된 훌륭한 역사물이다. 6ㆍ25전쟁을 치른 후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뼈아픈 노력을 한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우리 국민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나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민주주의란 결국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윤제균 감독은 영화 주인공 부부 이름에 부모 성함을 썼다고 한다. 그는 대학 1학년 때 폐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왜 하지 못했는지 한(恨)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고맙습니다”는 말을 자주 드리는 것이 자식의 도리다.

1945년 해방 그리고 한반도에서 미군이 철수한 후 1950년대 북한의 독재자 김일성이 일으킨 6ㆍ25 남침전쟁과 중공군의 개입, 그리고 함경도 흥남 부두에서 피난민 10만명 대규모 구출작전, 60년대 광부와 간호사들의 독일 파견, 70년대 월남전쟁 때 한국군 파병과 기술자 파견, 80년대 이산가족 찾기 등 당시 상황들과 이를 헤쳐 온 장ㆍ노년층이 분투하는 모습들이 영화에 담겨 있다.

6ㆍ25 남침전쟁은 북한군이 단숨에 서울을 점령하고 남쪽으로 처내려와 경상도 일부만 남긴 상태였으나, 9월 15일 국군과 유엔군이 펼친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가 역전되어 9월 28일에 서울을 적으로부터 탈환했다. 10월 19일에는 평양을 점령하고, 열흘 뒤에는 압록강까지 이르렀다. 이에 전쟁이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 듯하였으나, 10월 25일 중공군이 북한을 지원하여 엄청난 수의 중공군이 물밀듯 밀려오자 국군과 유엔군은 전선에서 후퇴하게 되었다.

중공군의 주무기인 인해전술에 밀린 국군과 유엔군이 함경도 흥남 항구에서 대규모 철수를 시작하여 12월 24일 마지막 배 ‘온양호’까지 피란민 10만명도 함께 태워 구출하였다. 이를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 부른다. 이때 동원된 선박은 총 193척에 달했다. 크리스마스 전날까지 철수 작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배에 미처 싣지 못한 군사물자는 항구 시설과 함께 폭파하였다. 흥남은 다음 날 중공군에게 점령당하였다. 이 철수작전을 통해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도 피난민과 함께 배를 탔으나, 아버지와 여동생과는 아쉽게 헤어졌다.

당시 전쟁과 분단으로 헤어진 사람들의 정서를 담은 유행가 <굳세어라 금순아>는 1953년 대구의 오리엔트레코드사를 통해 발표되었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1절)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금순아 어디를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더냐/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이후 나홀로 왔다. (2절) 일가친척 없는 몸이 지금은 무엇을 하나/ 이 내몸은 국제시장 장사치기다/ 금순아 보고 싶구나 고향꿈도 그리워진다/ 영도다리 난간위에 초생달만 외로이 떴다. (3절) 철의 장막 모진 설움 받고서 살아를 간들/ 천지간에 너와 난데 변함있으랴/ 금순아 굳세어다오 남북통일 그날이 오면/ 손을 잡고 울어보자 얼싸안고 춤도 춰보자.”

<굳세어라 금순아>는 인기 작곡가 박시춘이 작곡하고 노래는 <신라의 달밤> 히트곡을 낸 바 있는 현인이 불렀다. 노랫말(강해인 작사)에는 ‘흥남부두’, ‘1ㆍ4(후퇴)’, ‘국제시장’, ‘영도다리’ 등 시대를 상징하는 단어들이 들어 있다. 이 노래는 전쟁의 참상과 북한에서 피난을 온 실향민의 아픔과 기원을 토로한 절절한 가사, 그러나 3절에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남북통일이 되면 재회하여 함께 춤을 추자는 희망적인 내용도 담겨 있다. 이 노래는 당시 ‘국민가요’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았다.

1960년 우리나라는 GNP 69달러의 가난한 나라였다. 1961년 12월에 한국과 독일은 경제협력을 체결하였으며, 독일은 한국의 근로자 파견을 조건으로 상업차관을 제공했다. 이에 1963년부터 1977년까지 약 2만명의 광부와 간호사가 독일에 파견되어 광산과 병원에서 일하며 획득한 외화는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 12월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파독 광부ㆍ간호사ㆍ간호조무사를 위한 송년회’에 박근혜 대통령이 ‘감사편지’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편지에서 “지하 갱도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근면하게 일했던 광부들과 병원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했던 간호사들에게 대한민국은 큰 빚을 지고 있다”며 “조국의 번영과 가족의 미래를 위해 이역만리 낯선 독일 땅에서 보여준 헌신과 열정은 국민의 마음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으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은 이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어렵고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피땀 흘려 외화를 벌어(한달 약 550마르크, 당시 한화 17만원) 고국에 송금하여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하였다. 광부들은 “글뤽 아우프”(살아서 만나자)라는 인사를 나눈 후 섭씨 40도에 가까운 지열과 석탄가루로 매캐한 막장에서, 그리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은 병원에서 일하면서 심지어 독일인 시체를 깨끗이 닦기도 하였다. 독일이 한국에 차관을 준 것도 파독 한국의 젊은이들이 보여준 성실함을 보았기 때문이다.

파독 이듬해인 1964년 12월 10일 박정희(1917-1979) 대통령은 육영수(1925-1974) 여사와 함께 독일에서 800여명의 광부와 간호사를 만나 격려했다. 박 대통령은 “나라가 못사니 한국 젊은이들을 독일 탄광 막장으로 보내 지하 수천m에서 일하는 여러분을 보니 가슴이 아픕니다. 우리 생전에는 이루지 못하더라도 후손을 위해 번영의 터전만이라도…”라고 말하다가 눈물 때문에 연설을 중단하여 온통 눈물바다가 되었다.

6ㆍ25전쟁을 겪으면서 거의 쑥대밭과 같이 파괴된 나라를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은 ‘모세의 기적’보다 더 믿기 어려운 ‘기적을 이룬 나라’이다. 이에 우리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경제발전에 기여한 세대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간직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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