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100세] ‘마음대로 죽을 수 있는 자유’ 허용기준은?

최근 미국의 젊은 여성이 악성 뇌종양으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고 고통스런 삶을 사는 대신 안락사를 택하여 사망한데 대하여 세계적으로 안락사(존엄사)에 관한 찬반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안락사(euthanasia)는 소극적 안락사(passive euthanasia)와 적극적 안락사(active euthanasia) 그리고 동의 여부에 따라 자발적 안락사(voluntary euthanasia)와 비자발적 안락사(involuntary euthanasia)로 나뉜다. 소극적 안락사를 존엄사(death with dignity)라고도 하는데, 전문가에 따라 이를 구분하기도 한다. 즉 ‘존엄사’는 6개월 미만의 시한부 환자가 의료진의 진료를 거친 후 처방된 약물을 스스로 먹거나 주입해 죽는 방식이다. ‘소극적 안락사’는 환자의 소생 가능성과는 무관하게 환자나 가족의 요청에 따라 생명 유지에 필요한 영양공급, 약물투여를 중단해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행위다. ‘적극적 안락사’란 인위적 조치로 생명을 예정보다 빨리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자발적 안락사’는 환자의 직접적인 동의가 있을 경우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로, 여기서 자유로운 동의(free consent)란 타인으로부터 강요받지 않은 동의를 말한다. ‘비(非)자발적 안락사’는 환자의 직접적인 동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요구 혹은 국가의 요구에 의해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 “안락사는?창조주께 죄 짓는 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15일 바티칸에서 열린 가톨릭교도 의료인 모임에서 “안락사를 존엄성을 위한 행동으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동정심이며, 하느님과 창조물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교황은 안락사 대신 ‘조력 자살(assisted suicide)’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교황은 “안락사는 인간의 존엄이나 안락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의 도움을 받은 자살에 불과하며, ‘조력(助力)자살’ 운동은 병자나 노인을 오물처럼 내팽개치는 세태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교황은 시험관 아기, 낙태,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교황청 생명학술원 원장 이냐시오 카라스코 데 파울라 몬시뇰은 11월1일 약물로 삶을 마감한 말기암 환자 브리트니 메이나드의 안락사에 관하여 이탈리아 <안사(Ansa)통신> 인터뷰(11월3일)에서 “이 여성은 자신의 죽음이 존엄사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오류”라고 말했다. 그는 메이나드가 택한 죽음 방식을 조력자살(assisted suicide) 혹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killing yourself) 등으로 표현하면서 ‘자살’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존엄사 선택 29세 메이나드 “평화롭게 세상과 작별하겠다”

존엄사를 선택한 29세 브리트니 메이나드는 학교 교사가 되기를 희망했으며, 명문 UC버클리를 졸업하고 UC어바인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학창시절 방학 때마다 네팔, 베트남, 캄보디아, 코스타리카 등 저개발국을 돌며 자원봉사를 할 만큼 적극적인 성격의 여성이었다. 2012년 결혼한 신혼 새색시인 그녀는 올해 1월 악성 뇌종양(encephaloma) 말기라는 진단을 받았으며, 4월에는 6개월을 넘기기 힘들 것이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뇌암(brain cancer)이라고도 말하는 악성 뇌종양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주위 조직으로의 침투 능력이 강하여 주변의 정상 뇌조직을 빠른 속도로 파괴한다. 메이나드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 “한달여 간의 조사 끝에 나와 우리 가족은 가슴 찢어지는 결정을 내렸다”며 “나를 살릴 치료제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내게 남아있는 시간을 고통스럽게 지내고 싶지도 않다”고 존엄사 선택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남편의 생일 이틀 뒤인 11월 1일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사가 처방한 약을 먹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평화롭게 세상과 작별하겠다”며 유튜브에 올렸다.

美?안락사 찬반논쟁 중···오리건 등 5개주,?스위스·네덜란드·벨기에 등 허용

이 동영상은 900만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미국에서 안락사에 관한 뜨거운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CNN, CBS 등 TV에서도 방송하였다. 메이나드는 “나도 정말 살고 싶다. 하지만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게 고통이다. 상태가 더 악화되면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두통과 간질발작 등의 고통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메이나드 가족은 그녀의 선택을 존중했다. 메이나드의 남편은 아내의 편안한 죽음을 위해 거주지를 캘리포니아주에서 존엄사가 법적으로 인정되는 오리건주로 이사하는 데 동의했다. 오리건은 미국에서 처음 주민투표를 통해 1997년부터 ‘안락사법(Death with Dignity Act)’을 시행하고 있다. 안락사를 하려면 6개월 이하 시한부 환자이면서 증인 입회하에 두 번 이상 안락사의 뜻을 밝히고, 의사 2명 이상의 진단을 받아 극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오리건주에서 1997년 이후 지금까지 1170명이 존엄사를 신청하여 승인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절반 정도가 실행에 옮겼다. 2013년에는 약물처방 122건 중 실제 안락사 건수는 71건으로 나타났다. 지금껏 안락사를 택한 환자들은 대부분 70세 이상의 고령자였으며, 30세 이하는 그녀가 처음이었다. 현재 미국에서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는 오리건, 워싱턴, 버몬트, 뉴멕시코, 몬태나 등 5개주를 ‘Death with Dignity States’ 또는 ‘Right to Die States’라고 부른다. 유럽의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은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안락사 허용 법안이 계류 중이다. 독일은 살인 행위로 처벌을 하며, 영국은 관련법이 없으므로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의식불명 3개월부터 호흡기 사용중단이 가능하며, 우리나라는 연명(延命)치료 중단을 허용한 법원 판례가 있다.

日 의식불명 3개월부터 호흡기 사용중단 가능···한국은 연명치료 중단허용 ‘판례’

메이나드는 11월 1일 사망 직전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사랑하는 내 가족들과 모든 친구들 안녕. 오늘은 내가 존엄하게 죽기로 결정한 날입니다. 이 지독한 뇌종양(terminal brain cancer)은 내게서 소중한 것들을 많이 빼앗아 갔어요. 하지만 더 이상 빼앗길 수 없습니다.” 그녀는 의사가 처방해준 마취약과 극약을 차례로 먹고 자신의 침대에 누워 잠들듯 세상을 떠났다. 존엄사를 지지하는 시민단체인 ‘연민과 선택(Compassion & Choices)’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랑스럽고 훌륭한 여성인 브리트니 메이나드의 죽음을 알리게 되어 슬프다”면서 그녀가 가까운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에 둘러싸여 조용히 평화롭게 죽음을 맞았다고 밝혔다.

미국 기독교의 대표적인 신학자이며 목회자인 존 파이퍼 목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브리트니, 당신의 죽음에 대한 슬픔만이 그 죽음이 주는 메시지의 불행을 넘어선다”는 글을 게재했다. 파이퍼 목사는 안락사 반대 이유로 “삶과 죽음에 있어서 우리의 몸은 그리스도와 연결되어 있고,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간에게 고통을 줄일 수 있는 특권을 주셨다. 그러나 우리의 삶을 끝낼 수 있는 권한을 주신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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