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100세] 당뇨대란(糖尿大亂) 예방하려면
11월14일은 ‘세계 당뇨병의 날’이었다. 1991년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당뇨병연맹(IDF)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당뇨병에 대한 위기의식을 일깨우기 위해 제정했다. 또한 이날은 인슐린 발견으로 당뇨병 치료분야에 크게 공헌하여 19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캐나다 외과의사 프레드릭 밴팅(1891-1941) 박사의 생일이기도 하다. UN이 2006년 ‘세계 당뇨병의 날’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하고 당뇨병 예방과 관리를 촉구한 이후 국제적인 캠페인으로 발전하였다.
국제당뇨병연맹(International Diabetes Federation)의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 당뇨병 환자는 3억8200만명(2013년 기준)에서 2035년에는 5억9200만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국가별 당뇨병 환자 수는 중국 9800만명, 인도 6500만명, 미국 2400만명 순으로 많으며, 우리나라는 332만명으로 세계 20위에 해당된다.
대한당뇨병학회(Korean Diabetes Association)에 따르면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 수가 2050년이면 591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10.1%, 65세 이상 노인은 22.7%가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전체 사망원인 중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다. 우리나라의 당뇨병 유병률(有病率)은 1970년대에는 1% 미만으로 추정되던 것이 경제가 발전하고 생활양식이 서구화되면서 1980년대 3%, 1990년대 5-6%, 그리고 2000년대에는 8-10%로 급증하는 추세이다.
조선의 세종대왕(1397-1450)은 어려서부터 운동을 멀리하고 육식을 즐기다 당뇨병(소갈증, 消渴症)에 걸려 피부병, 안질, 시각장애 등 각종 합병증으로 고통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Diabetes)이란 혈액중의 포도당이 소변으로 배출된다고 하여 붙여진 병명이다.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탄수화물은 위장에서 소화효소에 의해 포도당으로 변한 다음 혈액에 흡수된다. 흡수된 포도당이 우리 몸의 세포에서 이용되기 위해서는 인슐린이란 호르몬이 꼭 필요하다.
췌장(膵臟, pancreas) 랑게르한스섬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모자라거나, 제대로 일을 못하는 상태가 되면 혈당이 상승하게 되며, 혈당이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를 당뇨병이라고 부른다. 췌장의 베타세포는 탄수화물ㆍ지방ㆍ단백질 대사의 조절에 중요한 호르몬인 인슐린을 만들어낸다.
우리나라 성인 당뇨병 환자 10명 중 3명은 자신이 당뇨병환자인 것을 모르고 지내며, 환자 중 11%는 치료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 당뇨병은 초기 증상이 미미하기 때문에 높은 혈당 수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당뇨병을 방치하면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하는 무서운 병이다. 당뇨 합병증 진단에 활용되는 검사에는 안저(眼底)검사, 경동맥 초음파검사, 뇌혈류 초음파검사, 인슐린 내성검사, 다리 혈류량 측정 검사 등이 있다.
‘급성 합병증’에는 혈당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과, 반대로 혈당이 너무 낮아져서 나타나는 것이 있다. ‘고혈당성 혼수(昏睡)’는 과식, 인슐린 부족, 감염증 등이 원인이며, 증상은 처음에는 다뇨(多尿) 현상이 있다가 심해지면 구토, 설사, 복통 등이 동반되어 탈수로 인하여 혼수에 빠질 수 있다. 사망률이 높으므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해야 하며, 수분 및 전해질 공급과 인슐린 투여를 해야 한다.
‘당뇨병성 케톤산증(Diabetic ketoacidosis)’은 인슐린이 부족한 상태에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는 경우에 생길 수 있다. 증상은 입마름, 다뇨, 피로, 구토, 복통, 빈맥, 저혈압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수액 보충, 인슐린과 전해질 공급을 통한 대사장애의 교정, 유발인자의 치료가 중요하다. 즉 원인 질환(감염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에 대한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저혈당’이란 혈당이 정상 이하로 떨어지는 상태로 경구혈당강하제나 인슐린주사의 가장 흔한 부작용이다. 대체로 혈당이 50-60mg/dL이하로 떨어지면 초기 증상으로 얼굴이 창백해지고, 발한, 빈맥, 심계항진, 손끝저림, 어지러움, 초조감과 떨림이 나타나며, 더 진행되면 두통, 졸림과 복시, 일시적 감각 및 운동의 실조 등이 있을 수 있다. 심각한 저혈당이 지속되면 언어가 어둔해지거나 경련, 의식상실(혼수)이 발생하여 뇌에 치명적인 손상이 초래될 수 있다. 환자가 의식이 있으면, 빨리 흡수되어 혈당을 올릴 수 있는 단순 당질음식(각설탕 2-3개, 사탕 3-4개, 오렌지 주스 1컵 등)을 섭취한다.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서 포도당 주사나 글루카곤 주사를 맞도록 한다.
‘만성 합병증’은 당뇨병이 오래 지속되어 큰 혈관과 작은 혈관에 변화가 생겨 좁아지거나 막히면 생긴다. 큰 혈관의 합병증인 동맥경화증은 심장, 뇌, 하지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에서 흔히 생겨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등이 발병한다. 작은 혈관의 합병증은 눈의 망막, 신장, 신경에 문제를 일으켜서 당뇨병성 망막증, 만성 신부전, 당뇨병성 신경 병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피부질환(농피증), 당뇨병성 가려움증, 습진, 괴저, 구강질환 등도 생긴다.
당뇨병은 크게 제1형 당뇨병과 제2형 당뇨병으로 나뉜다. 제1형 당뇨병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에 문제가 있어 생기며, 전체 환자의 2% 미만이다. 즉 자가면역기전, 바이러스 감염 등에 의해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되어 인슐린 분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발생한다. 인슐린의 절대적인 결핍으로 인하여 케톤산증이 일어난다. 주로 소아에서 발생하며 인슐린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제2형 당뇨병은 한국인 당뇨병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후천적 요인인 비만, 스트레스, 운동 부족, 감염, 약물(스테로이드제제, 면역억제제, 이뇨제) 등에 의해 발병한다. 최근 당뇨병이 급증하는 이유는 비만증의 증가와 연관이 있다. 영양분 과잉섭취, 운동량 부족, 과도한 스트레스 등에 노출되면 인슐린의 성능이 떨어져서 당뇨병이 생긴다. 이에 식이요법, 운동요법 등으로 체중을 줄이고 근육을 키우면 당뇨병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임신성(姙娠性) 당뇨병이란 임신 중 처음 발견되거나 임신의 시작과 동시에 생긴 당조절 이상을 말한다. 임산부의 2-3%가 발병하며, 출산 후 대부분 정상화된다. 그러나 혈당조절의 정도가 정상범위를 벗어나는 경우 태아 사망률, 선천성 기형의 이환율이 높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당뇨병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3다(三多) 증상’이라고 부르는 다음(多飮), 다식(多食), 다뇨(多尿)이다. 즉, 혈당이 높아지면 소변으로 당이 배출되는데, 이때 포도당이 다량의 수분을 끌고 나가기 때문에 소변을 많이 보게 되고, 이에 몸 안의 수분이 모자라 갈증이 심해 물을 많이 마시게 된다. 또 섭취한 영양분이 소변으로 배출되면서 에너지로 이용할 수 없어 공복감이 심해지므로 음식을 많이 먹게 된다. 그 외의 증상에는 눈이 침침하고, 손발저림, 질 소양증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뇨병의 진단에서 혈당치의 기준은 공복 혈당치 126mg/dL 이상, 식후 2시간 혈당치 200mg/dL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 당화혈색소 검사는 지난 2-3개월간의 혈당 평균을 알아보는 검사로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당뇨병은 일단 발병하면 특효약이 없고 완치약도 없기 때문에 당뇨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여야 한다.
당뇨병 관리의 목표는 혈당 조절, 혈압 조절, 콜레스테롤 조절 등이다. 당뇨병 관리의 가장 기본은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며, 바람직한 혈당 조절을 통하여 합병증을 감소할 수 있다. 혈당 조절 목표는 식전 혈당 70-130mg/dL, 식후 2시간 혈당 90-180mg/dL, 당화혈색소 6.5% 미만으로 한다.
신장과 혈관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하여 철저한 혈압 관리가 중요하다. 단백뇨가 없는 경우에는 130/80mmHg 미만으로 유지되어야 하며, 단백뇨가 있는 경우에는 120/75mmHg 미만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동맥경화를 예방하기 위하여 고지혈증 관리가 중요하다. 이에 총콜레스테롤 180mg/dL 미만,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은 100mg/dL 미만,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40mg/dL 이상, 중성지방(Triglyceride) 150mg/dL 미만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치료는 일반적으로 식사요법이나 운동요법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을 때 약물요법을 사용한다. 약물요법에는 경구(經口)혈당강하제와 인슐린 주사가 있으며, 당뇨병의 종류, 환자의 상태, 합병증 유무 등에 따라 치료 약물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약물요법을 시작하더라도 반드시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해야 혈당을 잘 조절할 수 있다.
당뇨병을 예방하려면 발병 요인(환경인자)을 없애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즉 정상체중을 유지하여 비만을 예방하고, 고지방 식사를 피하는 건강한 식습관, 절주, 금연, 스트레스 관리, 규칙적인 운동 등이다. 당뇨병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혈당조절과 더불어 고혈압, 고지혈증 관리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