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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기자협회 창립 20주년] “‘아자’의 이름 아래 끈끈한 가족처럼”

아시아기자협회(Asia Journalist Association, 이하 아자)는 2004년 11월 창립된 아자는 국제언론인 단체로, “한 줄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피와 땀을 아끼지 않는다”는 모토 아래 공정보도·언론자유 수호·저널리즘 발전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자는 창립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협회 20주년 주요사와 동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 권역 협업 콘텐츠인 회원국 20년 주요사를 소개합니다. 아자 언론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창간한 온라인 매체 아시아엔은 2025년 4월 15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10회에 걸쳐 아자 창립 20주년 특집기사를 보도합니다. – 편집자

2007년부터 아자와 함께 해온 나시르 아이자즈 기자는 파키스탄의 대표적인 언론사인 PPI 등 주요매체에서 편집국장 등으로 활동했다. 파키스탄 신드 주의 주도인 카라치에 거주하는 그는 학자이자 연구자로도 활동하며, 10권의 저서와 500편 이상의 논문을 집필했다.
[아시아엔=글·사진 나시르 아이자즈 아시아엔 파키스탄 지부장, 신드쿠리에 편집장] 미국의 저명한 작가이자 언론인 윌리엄 진서(1922~2015)는 “회고록은 인생의 요약이 아니라 삶을 들여다보는 창”이라고 말했다. 필자도 그 창을 열어 아자의 일원으로 지내온 지난 17년을 들여다봤다. 우리의 인연은 아자라는 이름 아래 하나의 가족처럼 끈끈하게 이어져 왔다.

그 시작은 2007년 11월 2일이었다. 아자의 본부인 한국에서 열리는 총회에 초청받은 것이다. 수십년 꿈꿔왔던 한국 방문이라는 꿈이 마침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1970년대 후반, 파키스탄 카라치의 한국 총영사관에서 한국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아름다운 자연과 겸손함이 몸에 밴 한국인들의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설레는 마음에 곧바로 비자를 신청했지만 출국 당일인 11월 28일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비자를 발급받았다. 아자 총회는 바로 다음날인 29일 열릴 예정이었다.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오룡 씨가 필자는 물론 카라치 총영사관과 수시로 소통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다. 그의 노고 덕에 총회가 시작될 즈음에 행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아자의 ‘친구’들이 필자를 따뜻하게 맞아줬다. 처음 만났지만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움이 느껴졌다. 아자 이상기 회장, 오룡 사무총장, 차재준 이사, 싱가포르의 아이반 림 아자 부회장, 인도네시아의 에디 수프랍토 기자, 말레이시아의 노릴라 다우드 아자 부회장, 몽골의 돌고르 출룬바타르 기자, 방글라데시의 샤피쿨 바샤르 기자, 태국의 살라야카논드 위라삭 기자, 인도의 원로기자 브리제시 바티아, 미국에서 온 한국계 언론인 켈리 등 여러 친구들과 정겨운 인사를 나눴다. 이날 행사의 주빈은 아자 최학래 이사장이었다. 개막일답게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미얀마에서 민주화 시위를 취재하다 총격으로 사망한 일본인 사진기자 나가이 겐지의 다큐멘터리 상영이었다.

오룡 아자 전 사무총장(오른쪽)과 필자. 그의 세심한 배려가 없었다면 필자의 한국 방문은 한참 뒤로 미뤄졌을 것이다.

일정 이튿날, 아자 일행은 삼성 혁신단지를 견학한 후 강원도 인제군의 만해마을로 향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일행은 각국의 언론상황을 공유하며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설악산에 자리한 백담사로 이동해 아자 차기 임원 선출 등 협회의 주요 안건을 다뤘다. 점심에는 삼조 주지스님이 대접한 전통사찰 음식을 맛봤는데 매우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삼조 스님이 들려준 만해 스님의 문학과 독립운동 이야기를 듣고, 또 만해기념관을 직접 둘러보니 만해의 삶이 머리 속에 그려졌다.

2007년 11월 백담사에서 강석재 아자 부회장(왼쪽), 브리제쉬 바티아(가운데)와 함께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슬람 국가에서 나고 자란 필자에게 불교사찰에서의 하루는 매우 특별했다.

두번째 한국 방문은 2008년 10월이었다. 10월 6일 시작된 일정 동안 전년 행사에서 만난 친구들과 재회했고, 또 새로운 친구들도 만났다. 아자는 이 행사를 위해 2008년 총회는 홍콩, 이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네팔, 필리핀, 스리랑카, 캄보디아, 중국, 일본, 부탄, 쿠웨이트, 러시아, 멕시코 등 세계 각국의 언론인 30여명을 초청했다. 그 가운데 이집트의 아시라프 달리, 이란의 푸네 네다이, 아랍에미리트의 라샤 압델라, 인도의 프라모드 마터, 필리핀의 알린과 각별한 우정을 쌓았는데, 애석하게도 프라모드와 알린은 코로나19와 그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일정 동안 한국의 여러 명소를 두루 다녔지만, 그 중에서도 백담사에서의 템플스테이 하룻밤은 매우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아자가 DMZ에서 발표한 ‘한반도 평화통일 선언문’도 뜻 깊은 이벤트였다.

2008년 10월 인천에서 푸네 네다이(왼쪽), 이상기 아자 창립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와 함께 한 건설현장을 견학했다. 이상기 창립회장은 아자라는 이름의 울타리를 오랜 세월 지켜오고 있다.

이후 개인 사정으로 한동안 한국을 찾지 못했다. 2013년에는 필자의 아들인 라훌 아이자즈가 나를 대신해 아자가 주관하는 행사에 참여한 적도 있다. 라훌은 2015년 초부터 1년반 동안 아자 서울 본부에서 ‘아시아엔’과 ‘매거진 N’의 기자로 일한 적이 있다. 온라인 ‘아시아엔’은 2011년 11월, 오프라인 잡지 ‘매거진 N’은 2013년 6월 창간한 매체로 아자 언론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창간한 매체다. 필자 역시 두 매체의 창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기고하고 있다.

2016년 4월 오랜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매해 봄마다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한 세계기자대회와 아자가 주관하는 행사에 참석해 왔다. 2016년 아자는 총회를 통해 중동 출신의 베테랑 언론인 아시라프 달리를 회장으로 선출했다. 그는 30여권의 저서를 낸 저명한 지식인이자 만해스님을 기리는 만해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그 이후 모두가 잘 알 듯 코로나19로 해외교류가 한동안 중단됐다. 2022년 하반기 들어서야 각국의 규제가 풀리기 시작했고 아자도 적지 않은 기다림 끝에 2022년 11월 해외언론인 초청 행사를 재개했다. 나는 2022년 11월 한국의 제2대 도시인 부산에서 열린 ‘부산엑스포 해외언론인 포럼’에 참석해 주제발표를 했다. 또 포항의 포스코와 대구와 경북 일대도 방문했다.

2024년 4월말 한국을 또다시 방문했다. 그해 4월 아자 대표단은 서해 최북단의 백령도에서 한반도 평화선언문을 발표했다. 백령도는 북한까지의 직선거리가 불과 10km 떨어진 섬으로 한국인들조차 방문이 힘들었는데, 그 덕에 천혜의 자연이 잘 보존돼 있었다. 백령도에서의 이틀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그밖에 인천 및 경기도 일대의 주요 대학 및 기관, 외국인을 위한 민간 어학당 등도 방문해 견문을 넓힐 수 있었다.

2008년 10월 개최된 아자 총회에서 (왼쪽부터) 프라모드 마터, 에디 수프랍토, 브리제쉬 바티아와 함께. 우리는 한국에서 공유했던 소중한 기억들 덕분에 가족과도 같은 끈끈한 유대관계를 이어올 수 있었다.

아자는 이상기 창립회장과 창립멤버들의 헌신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고, 또 하나의 가족이 될 수 있었다. 필자는 아자 본부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하며 모국에서 접할 수 없었던 색다른 경험들을 쌓아왔다. 우리가 이토록 오랫동안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나라의 언론인들이 아자의 본부인 한국에서 공유했던 소중한 추억들 덕분일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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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르 아이자즈(Nasir Aijaz)

파키스탄, 아시아엔 파키스탄 지사장, PPI(Pakistan Press International)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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