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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기자협회 창립 20주년] “아시아언론인 평화염원 담아 ‘아자’ 발족”

아시아기자협회(Asia Journalist Association, 이하 아자)는 2004년 11월 창립된 아자는 국제언론인 단체로, “한 줄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피와 땀을 아끼지 않는다”는 모토 아래 공정보도·언론자유 수호·저널리즘 발전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자는 창립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협회원들의 기고를 바탕으로 협회 20주년 주요사와 동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 권역의 협업 콘텐츠인 회원국 20년 주요사를 소개합니다. 아자 언론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창간한 온라인 매체 아시아엔은 2025년 4월 15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10회에 걸쳐 아자 창립 20주년 특집기사를 보도합니다. – 편집자

아이반 림 신친 기자는 싱가포르 유력지 스트레이트 타임즈의 노동조합 특파원을 역임했으며, 아시아기자협회 2대 회장을 지냈다. 현재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아시아엔에 기고하고 있다.
아이반 림 신친 기자는 싱가포르 유력지 스트레이트 타임즈의 노동조합 특파원을 역임했으며, 아시아기자협회 2대 회장을 지냈다. 현재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아시아엔에 기고하고 있다.
[아시아엔=아이반 림 아시아기자협회 2대 회장, 싱가포르] 전 세계를 갈라놓은 냉전으로 말미암아 전 세계 언론인들도 둘로 갈라졌다. 자유민주주의 성향의 국제기자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Journalists, IFJ)과 공산주의 성향의 국제언론인연맹(Federation of International Journalists, FIJ)가 그 산물이다. IFJ와 FIJ는 아시아 언론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브뤼셀에 본부를 둔 IFJ는 인도,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이른바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국가들에서 회원들을 모집하며 한 발짝 앞서 나갔다. 반면 FIJ의 고위직을 맡고 있던 세르게이 아르티에모프는 당시 아세안기자연맹(Confederation of ASEAN Journalists)의 순환의장국을 맡고 있던 싱가포르언론인연합(SNUJ)에 접촉해 CAJ를 FIJ로 끌어들이고자 했다.

싱가포르언론인연합(SNUJ)이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은 채 중립을 지켰던 것과 달리 필리핀 언론계는 양쪽 진영에 발을 걸치고 있었다. 필리핀언론인클럽의 간부가 FIJ의 주요 정책을 담당하는 임원으로 합류했고, 그는 이후 CAJ 회의에서 ‘동남아에 비핵화 지역을 설치하자’는 결의안을 제안했다. 필자는 그 제안이 언론의 영역이 아닌 정치의 영역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SNUJ는 IFJ에 공식적으로 가입하진 않았지만 1970년대 공산주의자들이 베트남 사이공(현재의 호치민시)를 장악함에 따라 그곳을 탈출한 베트남 언론인 호반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FJ와 연락을 주고 받곤 했다. 이후 호반동은 노르웨이 선박에 의해 구조돼 싱가포르로 넘어와 필자의 모국인 싱가포르에 한동안 머물렀다.

호반동은 필자가 재직하던 언론사인 스트레이트타임즈를 견학했고, 필자의 집을 방문한 적도 있다. 그는 미국으로 떠났지만 지금도 우리 자녀들에게 ‘호 삼촌’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렇듯 IFJ는 언론인을 대변하거나 권익을 보호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 필자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아시아의 시니어 언론인들도 이러한 역할을 하는 단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04년 그리스에서 열린 IFJ 제25차 세계총회에서 만난 인도네시아언론인협회(AJI)의 에디 수프랍토 회장과 한국기자협회(JAK)의 이상기 회장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특히 이상기 회장은 수천명의 회원을 보유한 한국기자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언론의 적극적인 역할을 제시해 왔다.

당시 한반도는 남북한의 대립이 첨예한 시기였다.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긴장이 더욱 고조됐고 핵협상마저 실패했다. 이에 이상기 JAK 회장은 핵무기 위협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협한다며 아시아 언론인들이 대의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자리가 2004년 11월 JAK가 주최한 동아시아 기자포럼이었다.

2004년 11월 개최된 동아시아 기자포럼에서 (왼쪽부터) 강석재 한국기자협회 대외협력위원장, 노릴라 다우드 말레이시아기자협회 회장, 에디 수프랍토 인도네시아언론인협회 회장, 이상기 한국기자협회 회장, 워런 크리스토퍼 IFJ 회장(호주), 황우석 박사, 박성호 YTN 기자, 소팔 차이 캄보디아 기자, 아이반 림 기자(필자) 등 아자 창립회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날 아시아 언론인들은 한 마음으로 평화를 외치며 아자 출범을 세상에 공표했다. <사진=노릴라 다우드 제공>

전쟁의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CAJ 대표단은 서울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핵무기 위협과 무력시위를 비판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화합을 촉구했다. 한국에 주재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 특파원들, 미국의 한반도 전문기자들도 참석해 행사의 격을 높였다.

행사를 주최한 이상기 회장은 누구나 어울릴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 줬으며 그 덕에 서로의 진심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자리도 가질 수 있었다. 포럼 기간 동안 대표단은 자국의 내전과 무력사태 등의 사례를 발표했고 아시아 언론인들은 평화촉진과 핵 동결을 추진하도록 합심해야 한다고 의견일치를 보았다.

동아시아기자포럼은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대표단의 뜻이 하나로 모였고, 그 시기 또한 적절했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개최된 국제 언론인 모임은 손에 꼽힐 것이다. 평화와 화합을 위해 한 목소리 내는 언론인들을 바라보며 언젠가 이상기 회장과 의견을 나눴던 ‘아시아를 포괄하는 언론인 단체’라는 청사진이 손에 닿을 것만 같았다. 이를 상정하고 포럼에 참석한 것은 아니지만 그 자리에 함께 했던 몇몇은 우리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더할 나위 없이 성공적으로 치러지고 있던 포럼은 폐회 만찬에서 절정을 찍었다. 이상기 회장과 강석재 JAK 대외협력위원장 겸 IFJ 아시아지역 코디네이터가 잠시 얘기를 나누더니 강석재 위원장이 연단에 올라선 것이다. 참석자들은 다소 느슨해졌던 자세를 고쳐 앉아 그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아시아도 독립적인 언론인 단체를 설립할 때가 됐다. 아시아의 다양한 언론인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 우리 지역과 세계의 현안에 대해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의 전폭적인 지지를 부탁드린다.”

그의 발언이 끝나자 아시아 각국의 대표단은 ‘이 자리에서 찬성할 것인지’ 아니면 ‘각자가 속해 있는 단체의 승인을 받고 찬성할 것인지’ 논의하기 시작했다. 어느 쪽이든 일리 있는 주장이었기에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한가지 대전제를 정하기로 했다. 이 중요한 순간, 나는 강석재 위원장이 서 있는 연단에 올라 “대표단의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조건 하에 아시아 지역 언론인 단체의 출범을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때는 마침내 무르익었다. 아시아 언론인들의 염원이 모인 그 자리에서 아자는 극적인 출범을 맞이했다.(계속)

관련기사: 아시아기자협회, 지난 20년(2004~2024) 되돌아본다

아이반 림

싱가포르, 아시아기자협회 명예 회장, 아시아엔 아세안지역본부장, 전 스트레이트타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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