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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나시르 아이자즈 파키스탄 신드쿠리에 편집장] 밀을 주식으로 삼는 농업국가 파키스탄이 또다시 정책 모순에 빠졌다. 기록적인 풍작을 거두고도 정부가 밀 100만톤을 수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경제조정위원회(ECC)는 2026년 7월 30일 회의에서 국내 밀 가격을 안정시키고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밀 100만톤을 긴급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시민과 경제학자들은 이번 결정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밀 부족의 원인이 생산 감소가 아니라 정책 실패와 시장 관리 부실, 국경 통제 실패에 있기 때문이다.파키스탄은 2025~2026년 수확기에 약 2,961만톤의 밀을 생산했다. 국내 수요를 충당하고도 남을 정도의 풍작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밀의 국경 밀수를 막고, 사재기 조직을 단속하며, 부패한 식량행정 체계를 고치는 대신 귀중한 외화를 사용해 해외에서 밀을 사들이기로 했다. 기록적인 수확을 거둔 나라에서 어떻게 밀가루가 부족해질 수 있을까. 시민들과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기후나 토양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과 수매, 시장 규제의 실패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일부 독립경제학자들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금융기관이 요구한 경제 구조조정 정책도 이번 사태의 배경이라고 지적한다. 파키스탄은 국제 금융기관의 요구에 따라 전통적인 밀 최저지원가격제와 정부 수매를 축소했다.
그 결과 최대 밀 생산지역인 펀자브주는 당초 300만톤을 사들일 계획이었지만 실제 수매량은 50만톤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다른 주요 생산지역인 신드주는 목표량 100만톤 가운데 약 8만1,000톤만 수매했다.
지방정부 식량부서가 농민의 밀을 적정 가격에 직접 사들이지 않으면서 소규모 농민들은 빚을 갚기 위해 수확한 밀을 헐값에 민간 중개상에게 넘길 수밖에 없었다. 정부 수매가 줄어든 자리는 투기세력과 사재기 업자, 밀수 조직이 차지했다. 과거 최저지원가격은 농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고 시장가격의 하한선을 정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사실상 무너지거나 늦게 시행되면서 농민들은 수확 직후 밀을 싼값에 팔아야 했다.
밀수도 큰 문제다. 파키스탄산 밀은 가격이 더 높은 인접국 시장으로 불법 반출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밀 재고가 줄어들고, 결국 정부가 비싼 가격에 해외 밀을 다시 수입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지방정부 식량부서와 국경 검문소의 부패한 관리들이 밀의 불법 이동과 저장을 돕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재기 방지법도 정치권의 의지 부족으로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은 밀 생산 농민 무함마드 리아즈의 말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어 밀을 싸게 팔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밀을 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사야 합니다. 손해는 이미 농민들이 모두 떠안았습니다.”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밀 부족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분석한다. 저장시설과 자금이 부족한 농민에게서 중개상들이 밀을 싼값에 사들인 뒤 시장에 풀지 않고 쌓아둔다. 공급량을 의도적으로 줄여 밀가루 소매가격을 올리는 방식이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몇 년 전에도 정부의 정책 실패로 국내에 밀 재고가 남아 있었는데도 연방정부가 270만톤이 넘는 밀을 수입했다. 당시 결정으로 약 10억달러, 파키스탄 돈으로 3,000억루피가 넘는 국고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 농업경제도 큰 충격을 받았으며 전국적인 농민 시위로 이어졌다. 이후 정부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파키스탄농업저장서비스공사(PASSCO) 관계자들을 정직시켰다. 디지털 공급망 추적시스템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밀 수입은 당장의 소매가격 상승을 막는 임시방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에 큰 부담을 주고, 다음 농사철을 준비하는 농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아시아엔 영어판: The Agrarian Paradox: Pakistan Imports Wheat Amid Record Local Production – THE Asi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