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만나면 개에게 지고 돼지를 만나면 돼지에게 진다 똥을 만나면 똥에게 지고 소금을 만나면 소금에게 진다 낮고 낮아서 더 밟을 데 없을 때까지 새우젓처럼 녹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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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첫눈’ 구애영 “하늘은 첫눈을 짓고 아궁이는 쇠죽을 쑤고”
죽교리골 외갓집 막 태어난 소를 봅니다 고물고물 그 붉은 살 어미 소가 핥아줍니다 하늘은 첫눈을 짓고 아궁이는 쇠죽을 쑤고 # 감상노트 이런 외갓집 있으면
[오늘의 시] ‘연’ 박권숙 “바람의 손가락 사이로 백년이 지나갔다”
시가 찾아오기를 백년 쯤 기다리다 학이 되어버린 내가 긴 목을 뽑았을 때 바람의 손가락 사이로 백년이 지나갔다 # 감상노트 얼레에서 멀어질수록 연줄은
[입춘, 오늘의 시] ‘봄날’ 서정춘 “이런 날은 산불 같은 꽃상여 좀 타 봤으면”
나여 푸르러 맑은 날과 바람 불어 좋은 날은 죽기에도 좋은 날 이런 날은 산불 같은 꽃상여 좀 타 봤으면, # 감상노트 맑고 맑은 마음
[오늘의 시] ‘입춘 부근’ 홍사성 “얼음장 밑 숨죽인 겨울 적막 깊다”
앙상한 나뭇가지 끝 생바람 지나가는 풍경 차갑다 벌레 한 마리 울지 않는 침묵의 시간 물소리도 오그라든 얼음장 밑 숨죽인 겨울 적막 깊다 참고 더 기다려야
[오늘의 시] ‘나그네’ 김남조 “삭풍의 추위를 벗고 옆에 앉으니”
내가 성냥 그어 낙엽 더미에 불붙였더니 꿈속의 모닥불 같았다 나그네 한 사람이 먼 곳에서 다가와 입고 온 추위를 옷 벗고 앉으니 두 배로 밝고 따뜻했다
[오늘의 시] ‘민달팽이’ 홍성운 “정말이지 떨어지는 게 집값이면 좋겠다”
정말이지 떨어지는 게 집값이면 좋겠다 이삿짐을 챙기다 잠깐 쉬는 나무 그늘 풋감이 뚝 떨어진다 민달팽이 뿔 세운다 # 감상노트 등짐 없는 민달팽이 쉬어가는 감나무
[오늘의 시] ‘미시령 편지’ 이상국 “백담사 큰스님이 그러는데”
백담사 큰스님이 그러는데 설악산 꼭대기에서도 샘이 나는 건 지구가 자꾸 도니까 가장 높은 데가 가장 낮기 때문이란다 나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
[오늘의 시] ‘숲’ 조오현 “그렇게들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살고 있다. 그렇게들 살아가고 있다. 산은 골을 만들어 물을 흐르게 하고 나무는 겉껍질 속에 벌레들을 기르며. # 감상노트 숲은 무얼까. 산은 무얼까. 산에
[오늘의 시] ‘덜된 부처’ 홍사성
실크로드 길목 난주 병령사 14호 석굴입니다 눈도 코도 입도 귀도 없는 겨우 형체만 갖춘 만들다 만 덜된 불상이 있습니다 다된 부처는 더 될 게 없지만
[오늘의 시] ‘그리움의 동의어’ 김삼환 “산책로 비탈에 놓인 빈 의자도 좋겠다”
새벽 풍경 지켜보는 새라 해도 좋겠다 내 몸 안에 흐르는 강물이면 어떤가 산책로 비탈에 놓인 빈 의자도 좋겠다 버리기 전 세간 위에 지문으로 새겨진 눈물
[오늘의 시] ‘풍경’ 권영상 “추녀 끝에서 붕어가 하늘을 난다”
추녀 끝에서 붕어가 하늘을 난다. 재미있어도 저렇게 재미있어할 수 없다. 쟁그렁쟁그렁 엉덩이춤을 춘다. 어흠, 부처님이 그걸 내다보느라 오줌 누러 가실 새가 없다.
[오늘의 시] ‘나무와 새’ 동시영 “흔들리는 동안 나무가 행복했을까 새가 행복했을까”
나무가 새의 그네인가 했더니 날아간 새가 나무의 그네였네 # 감상노트 그네는 무엇으로 존재하나. 흔들려야 그네라네. 누구든 무엇이든 와 닿고서야 흔들리는 인연. 앉을 만한 나뭇가지에
[오늘의 시] ‘남루’ 강문신···’홍매’를 기다리는 마음 그대로
북을 쳐봤으면 꽹과릴 쳐봤으면 한이라도 빙글빙글 원이라도 덩실덩실 한 인연 남루를 풀어 여인아 춤을 췄으면 # 감상노트 기울지 않는 마음을 기울이려 하는가. 이 지독한
유심시조아카데미 ‘시조 대중화’ 프로그램을 아십니까?
[아시아엔=편집국] “뇌성같고 벽력같던 무술년은 아득히 보냈다. 이제 빛나는 황금돼지해가 열렸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기운차고 즐거운 나눔과 재능기부 시조문화 선양을 발원하며 시작한다.” 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으로 시조대중화위원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