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민달팽이’ 홍성운 “정말이지 떨어지는 게 집값이면 좋겠다”
정말이지
떨어지는 게
집값이면 좋겠다
이삿짐을 챙기다 잠깐 쉬는 나무 그늘
풋감이 뚝 떨어진다
민달팽이
뿔 세운다
# 감상노트
등짐 없는 민달팽이 쉬어가는 감나무 그늘. 하도 이사를 다녀 주민등록증 주소변경란에 바뀐 주소를 적어 넣을 데가 없었지. 그릇 깨지지 말라고 신문지 같은 걸 구겨 넣고 한 달 전부터 바리바리 짐 싸던 시절 있었지. 언제쯤 내 집에 안착할 수 있을까 너무 조바심내지 말자면 안 될까. 이사도 다니고 그럴 때가 좋은 거라면 안 될까. 아직 젊은 꿈이 있으니. (홍성란 시인 · 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