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입춘 부근’ 홍사성 “얼음장 밑 숨죽인 겨울 적막 깊다”

얼음장 밑에 물이 흐르니 봄, 입춘

앙상한 나뭇가지 끝
생바람 지나가는 풍경 차갑다
벌레 한 마리 울지 않는 침묵의 시간
물소리도 오그라든
얼음장 밑
숨죽인 겨울 적막 깊다
참고 더 기다려야 한다는 듯

햇살 쏟아지는 한낮
지붕 위 헌눈 녹는 소리 가볍다
빈 들판 헛기침하며 건너오는 당신
반가워 문열어보니
방금 도착한 편지처럼
찬바람도 봄이다
애 태울 일 다 지나갔다는 듯

 

# 감상노트

어제 걸었던 양재천변 그 물길 그 들길은 어제의 길이 아니다. 나는 왜 걷고 걷는 것일까. 비탈 검불 아래 겨울적막 견디며 새로 피는 봄까치풀꽃처럼 헌마음 버리고 생생하고 생생한 나를 만나고 싶다. 방금 도착한 나를 만나고 싶다. 애 태울 일 다 지나보냈으니 고요와 무심으로 찬란한 봄을 만나고 싶다. (홍성란 시인 · 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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