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연’ 박권숙 “바람의 손가락 사이로 백년이 지나갔다”

연, 연이 난다, 꿈 가득 싣고

 

시가 찾아오기를 백년 쯤 기다리다

학이 되어버린 내가 긴 목을 뽑았을 때

바람의
손가락 사이로
백년이 지나갔다

 

 

# 감상노트

얼레에서 멀어질수록 연줄은 길게 늘어지고 그 연(鳶)과 바람 사이로 겨울새도 지나갔으리. 연을 날리는 사람이나 바람 타는 연을 바라보는 행인의 눈길이나 어디 걸리지 말고 하늘 아득히 날기를 바랐으리. 학처럼만 일념(一念)으로 그를 기다린다면 아니 올 수 있을까. 연과 바람의 이 허술한 행간에 시가 있다. (홍성란 시인 · 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