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첫눈’ 구애영 “하늘은 첫눈을 짓고 아궁이는 쇠죽을 쑤고”
죽교리골 외갓집
막 태어난 소를 봅니다
고물고물 그 붉은 살
어미 소가 핥아줍니다
하늘은 첫눈을 짓고
아궁이는 쇠죽을 쑤고
# 감상노트
이런 외갓집 있으면 좋겠다. 갓 낳은 송아지를 본다는 게 행운인 걸 아이는 알았을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새끼를 핥아주며 근심스레 바라보는 어미 소의 눈. 쇠죽을 쑤며 소잔등을 쓰다듬는 할머니의 눈빛. 이 눈빛을 읽는다는 건 얼마나 큰 공부인가. 볏짚이 두둑이 깔린 따뜻한 외양간 지붕 위로 함박눈 내리던 날. (홍성란 시인 · 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