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뻐꾸기는 울어야 한다’ 이문재 “여름이란 여름은 온통 초록을 향해”

뻐꾸기

  초록에 겨워
  거품 물까 봐
  지쳐 잠들까 봐
  때까치며 지빠귀 혹여 알 품지 않을까 봐
  뻐꾸기 운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가
  할 일은 할 수 있는 일은
  울음으로 뉘우치는 일
  멀리서 울음 소리로 알을 품는 일
  뻐구기 운다.

  젊은 어머니 기다리다
  제가 싼 노란 똥 먹는 어린 세살
  마당은 늘 비어 있고
  여름이란 여름은 온통 초록을 향해
  눈 멀어 있는 날들
  광목천에 묶여 있는 연한 세 살
  뻐꾸기 울음에 쪼여 비빠귀가
  빨갛게 문드러지는 대낮

  그곳 때까치 집, 지빠귀 집,
  뻐구기가 떨어뜨리려 놓고 간 아들 하나
  알에서 나와 운다
  뻐꾸기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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