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덜된 부처’ 홍사성
실크로드 길목
난주 병령사 14호 석굴입니다
눈도 코도 입도 귀도 없는 겨우 형체만 갖춘
만들다 만 덜된 불상이 있습니다
다된 부처는 더 될 게 없지만
덜된 부처는 덜돼서 될 게 더 많아 보였습니다
그 앞에 서니
나도 덩달아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 감상노트
금강경의 말씀으로 보면 형체를 갖추었다느니 못 갖추었다느니 할 것도 없겠다. 무릎 꿇고 정을 때리는 그 마음으로 불상은 불상이 되었겠다. 허술한 석공 나름으로 이룬 부처. 그 만만한 허술함 앞에서 함께 겸허해지는 마음인가 보다. 덜 된 사람 앞에서도 함께 수굿해지는 따뜻한 눈빛인가 보다. (홍성란 시인·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