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교 동기생 중의 한 사람이 암에 걸렸다. 그는 나이를 먹었어도 열심히 중국어를 공부했다. 그는 죽기 얼마 전 동기생들에게 사과 한 상자씩을 택배로 보냈다. 마지막 선물이었다.
Author: 엄상익
[엄상익의 시선] 25년만에 만난 출판사 여사장과 ‘새로운 자본주의’
묵호역 플랫폼 주위는 엷은 어둠이 출렁거렸다. 밤 기차를 타려는 승객들이 군데군데 서너명씩 서있었다. 그들 사이에 내가 묵고 있는 실버타운의 공동식당을 담당하고 있는 그녀가 끼어 있었다.
[엄상익의 시선] 죽는 날까지 하고 싶은 일
화면에 유명한 여성 연극배우가 나와 앉아있었다. 그녀는 젊은 시절의 발랄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었다. 뇌종양으로 큰 수술을 하고 죽음 직전까지 갔다 왔다고 했다. 인간은 어쩔 수
[엄상익 칼럼] 나만 불행한 것 같을 때
그 모자가 다급하게 한 번만 더 돈을 꿔 달라고 했다. 사채업자에게 돈을 얻었는데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이도저도 안 되면 자살을 하겠다고 했다. 그 모자는 우연히
[엄상익 칼럼] 나라가 바로 되려면…
화가 김씨와 박씨는 서로 다른 유파에 속해 있어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어느 해 김씨가 미술대전에 작품을 냈는데 마침 박씨가 심사위원장이 되었다. 박씨는 김씨의 대선배였다. 심사는
[엄상익 칼럼] ’50억 클럽’과 언론사 사장과 중수부장, 그리고 ‘왜?’
언론이 부장검사와 카지노업자와의 유착관계를 연일 보도하고 있었다. 그 검사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대학재학 중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30대에 지청장이 되어 있었다. 그는 출세가 보장된
[엄상익 칼럼] 비틀즈 한 소절, 정훈희 ‘무인도’ 그리운 이 가을
아름다운 마음 한 조각을 담은 댓글을 보았다. 연휴에 노가다 일을 하며 먼발치에서 평화로운 추석 연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고 했다. 돈이 없어 여행을 못하지만
[엄상익 칼럼] 학교폭력의 흉터 치유법
<조선일보>에 20대 여성 사진과 함께 독특한 기사제목이 떴다. [현실판 ‘더 글로리’학폭 고발한 표예림씨 숨진 채 발견] 학교폭력과 이를 복수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인 드라마 ‘더 글로리’처럼 학교폭력의
[엄상익 칼럼] “‘소인’은 의심하고, ‘대인’은 믿어주고 용서해줘”
한 무기수로부터 들은 얘기다. 그는 주먹이 강하고 몸이 날렵해 사채업자의 심복으로 있었다. 감옥 안에서 그를 유난히 괴롭히는 교도관이 있었다. 밤이면 아무도 없는 방에 그를 끌어다
[엄상익 칼럼] 인간은 겨울을 견디는 나무 아닐까?
40대 중반쯤 검진센터 의사로부터 암 선고를 받은 일이 있었다. 그 순간 앞이 캄캄해지고 막막했었다.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하고 화가 났다. 그렇지만
[엄상익의 시선] 억울함에 대하여
고교 동창생이 구속 된 적이 있었다. 그 부인이 찾아와 변호를 부탁하면서 한마디 툭 던졌다. “같은 학교를 나왔는데 우리는 왜 이런 거야?”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변호사인 나와
[엄상익 칼럼] “돈보다 여행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바닷가에서 다양한 여행객을 본다. 파도 소리가 스며드는 밤바다 해변에 작은 텐트를 치고 희미한 등불 아래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이 있다. 그는 검은 바다와 밤하늘이 붙은
[엄상익 칼럼] 영원한 가치를 지닌 화폐
몇몇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갔을 때였다. 그 중 한 친구는 수시로 스마트폰을 통해 증권시세를 살폈다. 내 눈에는 돈에 묶여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사무실 근처
[엄상익 칼럼] 퇴계 이황과 하서 이인후의 ‘한바탕 낭만’
한 집안의 소송을 맡았다가 우연히 그들 조상의 일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조선의 선비였던 조상은 과거의 1차 시험에 합격하고 성균관에 묵으면서 2차 시험을 준비했던 것 같다.
[엄상익의 시선] 누워서 빈둥거리기
내가 묵는 실버타운 로비 엘리베이터 옆에는 중국식 자단나무 의자가 두 개 나란히 놓여 있다. 바닥은 딱딱하고 등을 꼿꼿이 세우고 단정하게 앉을 수밖에 없게 만들어졌다. 조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