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ior AJA Talk] “내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라면?”

세계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다채로운 문화, 부상하는 경제적 영향력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소통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빈부의 격차는 사치와 기아의 공존을 낳았다. 자연재해, 인종, 자원, 종교, 민족 분쟁, 그리고 여성, 아동, 노인 등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인권문제 등 현안 또한 쌓여 있다.

아시아의 젊은이들은 이 중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아시아기자협회(AJA)와 아시아엔(The AsiaN)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니어 아자(AJA) 리포터에게 물었다. “지금 당신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라면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은가?”

주니어 아자(AJA) 리포터들이 아시아 이슈를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김남주 기자>

이번 글로벌 토론에 참여한 주니어 아자 리포터들은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로 아시아엔의 네트워크로 한데 모여 아시아의 소식과 정보들을 교환하고 있다. 대담은 압델라만(Abdelrahman Hussien Mohamed Abdel Bakey, 이집트, 한국외대 국제경제학), 브라이스(Brillarch Amate M Dayag, 필리핀, 극동대 국제학), 라라 정(Lara Chung Deboeck, 벨기에, 서울대 국문과 석사과정), 홍찬란(Hong Chan Lan, 말레이시아, 한국외대 영어통역과), 타카하시(Takahasi Takahiro, 일본, 선문대 경영학)가 참여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상대방 생각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진행은 박소혜 아시아엔 편집장과 리사 위터 아시아기자협회 대외협력팀장 겸 아시아엔 기자가 맡았다. 아시아 각국 젊은이들의 솔직한 생각을 들여다보자. 아시아, 무엇이 문제인가?

교육, ‘물고기한테 나무를 타라’고 하다니… 기회조차 없는 것도 문제

홍찬란(말레이시아)

홍찬란(말레이시아) :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교육이다. 비싼 학비 때문에 공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지금은 점수에 우리 인생이 달려 있다고 믿는 시스템이다. 일률적인 시험 대신 우리가 잘하는 분야를 시험해야 한다. 시험은 단순히 암기 능력을 겨루는 거다. 창의적이거나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다.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돈을 많이 버느냐가 돼 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도 않고 심지어 잘하지도 못하는 분야로 가고 있다. 물고기한테 나무를 타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교육은 학생들이 얼마나 잘 암기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정부는 세금을 그렇게 많이 걷으면서 등록금은 또 왜 그렇게 비싼 것일까.”

라라정(벨기에) : “흥미로운 주제다. 벨기에에서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공부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도주의에 대해 고민하고 예술을 선택하기도 한다. 아시아에서는 직업의 수요에 따라 전공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어쨌든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만을 선택하게 하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좀 더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사람들에게 어떤 직업이 필요하고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스스로 인식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문제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도 그 분야에서 직업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하러 다른 나라로 떠나기도 한다.”

홍찬란 : “교육은 학생들에게 표준화된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를 상자 안에 넣는 것이 아니라 상자 밖으로 나와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제자는 스승에게 복종하라고 한 공자 사상이 유효한 아시아에서는 조금 더 엄격할 수도 있겠다. 또 사람들은 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지도자들은 젊은이들이 미래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하지만 왜 그들이 교육 받도록 돕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라라정 : “벨기에에서는 수익의 30~40%를 세금으로 낸다. 그래서 등록금을 많이 낼 필요가 없다. 교육의 평등을 위해서는 부유한 사람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홍찬란 : “가난한 지역에서는 학교와 교사가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NGO의 활동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시작은 미미한 것이다.”

빈곤, ‘탐욕과 부패가 빈곤을 더욱 부추겨’…돈에 대한 가치 재정립해야

브라이스(필리핀)

브라이스(필리핀) : “내가 아시아를 움직일 수 있다면 빈곤 문제 해결에 가장 먼저 나설 것이다. 탐욕과 부패, 환경 문제도 빈곤의 큰 원인들이다. 부패와 연루된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디서 어떻게 돈이 사용되는 지 투명하게 알 수 있는 표준화된 법이 필요하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밀레니엄 목표에서 빈곤을 최우선 순위로 두었지만, 우리나라 필리핀을 생각해보면 부패 척결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압델라만(이집트) : “우리는 부패를 극복해야 한다. 부패는 교육으로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CCTV와 같은 보안 규제로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엄격하게 감시한다면 부정부패의 여지도 줄어들 수 있다. 가르치는 것이 한계가 있다면 법적인 감시 시스템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라라정 : “이상주의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부패나 빈곤 같은 문제들은 맞서 싸우기가 정말 어렵다. 우리는 종이에 불과한 돈에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자원도 돈 때문에 고갈되고 있다. 심지어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의 것들을 사는데 돈을 지불하고 있다. 심지어 누군가는 일하지도 않는데 돈을 받기도 한다.”

환경, ‘사막화는 온 세계가 나서서 막아야 하는 일’…버리듯 소비하더라

라라정(벨기에)

라라정 : “아시아에서 빈곤이나 인신매매, 문맹 등 심각한 문제가 많은데 환경문제, 특히 사막화가 큰 문제인 것 같다. 중국, 인도, 파키스탄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사막화는 경제적으로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경작 가능한 토지가 줄어들고, 곡식 생산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국제적인 문제다. 유엔은 지구온난화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여러 방법들을 찾아봐야 한다. 재생가능한 에너지에 투자를 하고 있긴 하지만, 좀 더 빨리 진행될 필요가 있다. 너무 늦기 전에 변화가 필요하다. 자연자원이 너무나 중요해서 그런 투자가 전쟁을 부를 수도 있다. 장기적인 문제일텐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타카하시(일본) : “일본의 경우 선진국이고 G7 중 하나이지만, 이윤에 집중하는 고도의 자본주의 국가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환경이나 쓰레기와 같은 문제가 나중으로 미뤄졌다.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아프리가 기아 문제에 대해서 외치는 모순이 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사태가 왔을 때, 사람들은 이윤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보다는 사회가 어떻게 이익을 평화나 환경 문제 등으로 환원할 지에 대해 새로운 지혜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다른 나라들과 윈윈관계를 만들어가려고 하는데, 이런 관계 속에서 환경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라라정은 유엔 사무총장이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전 세계의 관심을 일으켜줘야 한다는 것과 함께 젊은이들도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라라정 : “한국에서 지내다보니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리듯 소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아무도 아무 것도 안하면 안 된다.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도, 버려지고 재활용될 플라스틱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환경문제에 대해 사람들의 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해결책들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벨기에에서는 모든 비닐봉지를 돈 주고 사야 한다. 하지만 재활용보다는 절약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아시아 통합, ‘경제 통합이 평화로 연결된다’…전체의 이익을 생각하자

타카하시(일본)

타카하시 : “2006년 아시아에서는 통화스왑(SWAP)이 있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에 다녀간 이후 일본이 통화스왑을 계속하지 않았다. 아시아 국가들 간의 통화 교환은 정치적 이유 때문에 잘 흘러가지 않은 것이다. EU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처럼 경제통일이 돼야 평화를 이룰 수 있다. 통화교환은 자기 나라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경제가 전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엔화 가치가 오르고 원화 가치가 내렸을 때 한일 양국이 통화스왑을 했다면 엔화 가치를 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아시아 통화 가치는 전체적으로 강화될 수 있었을 것이다. 전쟁과 갈등을 막는다는 면에서도 중요하다. EU에서 유로화 시행 이후 아직까지 전쟁이 없는 것을 보면 통화스왑이 자국의 의사 결정에서 아시아 전체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내 돈이 다른 나라에 있는데 싸우고 공격할 수 있겠나. 내가 반기문 총장이라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통화 정책을 풀어가겠다.”

압델라만 : “EU가 발전하기까지는 50년이 걸렸다. 아시아연합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또 아시아에서 전체 지역을 통제할 수 있는 나라가 없기 때문에 더 쉽지 않을 것이다. EU는 유럽에서 국경이 없어진 것과 같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다닌다. 이탈리아인이 영국으로 이주한 뒤 영국정부에 복지혜택을 요구하고 있다. 걸프국가연합(GCC)도 같은 통화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환율을 동일하게 책정하고 투자도 쉽게 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도 비슷한 환경을 가진 나라들끼리 먼저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유엔의 역할, ‘세계 안전 위한다면 비토권은 필요 없어’…갑론을박

압델라만(이집트)

압델라만 : “내가 유엔사무총장이라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비토권을 없애겠다. 다수의 결정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구조는 민주적이지 않다. 안보리는 세계를 안전하게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시리아의 경우를 보더라도 안보리에서 취하려는 조치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비토권을 행사했다. 비토권을 가진 나라들은 유엔의 어떤 결정이라도 무효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세계의 안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도 말이다. 유엔 안보리는 비토권을 행사하는 나라들의 이해관계에 상충하는 결정은 어떤 것도 내릴 수가 없는 구조다. 북한에 제제조치를 가하고 싶어도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승인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미사일을 쏘도록 내버려둔다면, 이 세상은 정말 불안할 것 같다.”

라라정은 “비토권을 없애는 것이 위험한 것은 아닐까?”라며 반문했고, 압델라만은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문제인데, 그래도 비토권을 없애는 것이 세계의 안전을 위해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니어 아자 리포터들이?아시아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김남주 기자>

북핵이슈, 남북과 미중…누가 풀어낼 수 있을까?

한국에서 지내고 있는 외국 유학생들은 한반도 뿐 아니라 아시아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던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한마디씩 이야기를 던졌다.

압델라만 : “북핵 이슈는 오직 중국과 미국만이 해결할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을 지원하지만 전폭적인 지지는 아니다. 또 미국은 한국에서 자신의 입지를 잃고 싶지 않아 한다. 두 개의 한반도는 양국의 이해관계에 의해 나눠져 있는 셈이다. 만일 유엔에서 비토권이 없이 안보리에서 결정할 수 있다면 미군 부대가 남한에서 철수하고 두 개의 한국이 어떤 방법으로든 합쳐질 수 있지 않을까? 중국이 김정은을 지지할 수 없도록 해야 하는데 그것은 북한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남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데 있다.”

라라정 : “그렇게 되면 두번째 민족전쟁인 한국전쟁이 또 일어날지 모르는데, 미군이 철수하면 남한을 어떻게 지키나. 북한이 공격하지 않겠나. 내 생각에 북한은 중국이나 다른 나라 뿐 아니라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예측하기 힘든 행동이라기보다 협상을 향한 진전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브릴라크 :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나라임은 분명하다. 북중 무역 거래에서 70%가 중국의 수출이고, 1%만이 북한이 수출하는 것이다. 북한은 중국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만일 중국이 없다면 북한도 자멸할 것이다. 남한이 과연 북한의 모든 부채와 정치 시스템을 받아들일 의지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야기는 북한의 체제 유지 전망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다. 이집트에서는 아랍의 봄으로 혁명이 일어났는데, 북한은 그런 일이 불가능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도 일부 북한 사람들은 외부 소식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가능성으로 읽기도 했다.

북한, ‘아는 사람은 안다’…아직 움직이지 않았을 뿐

홍찬란 : “북한이 왜 이렇게 공산주의에 집착하는 것일까?”

라라정 : “그 시스템이 몇명의 권력 아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제도를 바꾸면서까지 권력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한다.”

압델라만 : “북한에서는 인터넷도 사용할 수가 없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다. 이집트에서는 아랍의 봄 때 혁명이 일어났고 대통령을 바꿀 수 있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인터넷을 사용할 자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북한에서는 단지 보여지는 것에 복종할 뿐이다. 세뇌당하는 것과 같다.”

홍찬란 : “우연히 TED를 봤는데, 북한 여성이 북한을 극도의 기근과 죽어가는 나라로 묘사하더라. 북한 안에서도 체제에 대한 불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들고 일어나질 않는다.”

압델라만 : “북한은 주민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신들은 돈이 있어서 음식을 살 수 있지만, 미국과 남한이 그것을 막고, 바다에 버려서 북한이 식량을 살 수 없게 만든다고 한다. 세뇌시키는 것이다. 그들이 들고 일어난다면 북한에 대해서가 아니라 미국과 남한에 대해서 들고 일어날 것이다.”

타카하시 : “북한은 공산주의 체제라기보다는 주체사상이 만연해 있다. 세계가 북한의 지도자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철학이 강력하다.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명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2007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미사일은 한국과 일본 사이 바다에 떨어졌는데, 한 정치인이 일본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6자회담을 하자고 했는데, 이건 좋은 기회였다. 한반도의 분단은 남북이 아닌 세계의 문제다. 6자회담이 장기적이었으면 좋겠다.

“김정은에게 원하는 것을 다 줘라. 북한 통치만 빼고…”

홍찬란 : “저는 중국과 직접 협상하고 싶다. 북한에게 무기 공급하지 말고 지원하지 말라고. 그렇게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지지하지만 말라고 하고 싶다. 또 덧붙이고 싶은 말은, 내가 아시아 통치자라면, 김정은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줄 것이다. 오직 북한을 쥐락펴락하지 않겠다는 전제조건 하에서 말이다.”

압델라만 : “북한 사람들은 무지하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간하지 못한다. 마치 중세 유럽에서 교회가 종교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심지어 왕도 교회에 복종하게 하면서, 그 무엇도 교회에 대항하지 못하도록 한 것과 비슷하다. 그 시절에는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도 교회의 허가가 있어야 했다. 아픈 것은 신이 내린 형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약을 주는 것은 신이 내린 형벌을 어기는 거라고 생각했다.”

라라정 : “저는 북한에서 인도주의적 재난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교육 문제 때문이다. 그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알지 못하도록, 들은 것을 믿지 않도록 세뇌를 받았다.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정은을 권좌에서 내려오게 한다고 하더라도, 북한 사람들은 여전히 그들이 그동안 교육받은 그대로의 사람들이다. 누군가가 또 권력을 잡을테고, 사람들은 변화가 필요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거다.”

압델라만 : “교육이 필요하다. 그들 스스로 민주화를 위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박정희가 사람들에게 교육을 시켰고, 문맹이 없어졌다. 교육 받은 그들은 민주화를 외쳤다.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북한에도 먼저 교육이 있어야 한다.”

남북통일? 걸림돌은 남한의 젊은 세대와 북한의 김정은

라라정 : “그렇지만 한국 젊은이들은 정전이 오래돼서 그런지 통일을 원하는 것 같지 않다. 남한 젊은이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

브라이스 : “내가 만일 아시아의 통치자라면, 남북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을 거다. 아시아와 밀레니엄 개발목표를 포괄적으로 볼 거다. 최우선 과제는 역시 빈곤이다. 모든 사람이 빈곤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통일에 대해서는 한국 젊은이들이 ‘북한에 돈을 많이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더라. 독일통일은 똑같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좋은 예가 될 거다.”

라라정 : “그렇지만 동독은 그렇게 완전히 고립되지 않았었다. 북한은 권력을 잡은 뒤 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었다. 한국 젊은이들이 한반도 통일과 같은 큰 변화에 동의할지는 나도 확신하지 않는다.”

브라이스 : “한반도 통일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면, 남한은 젊은 세대, 북한은 김정은이다.”

압델라만 : “한국엔 지금도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다. 통일이 되면 더 많은 노동력이 생기는 거고, 출산율도 높아질 거다. 오히려 북한은 남한을 돕게 될 거다.”

주니어 아자 유학생들은 3시간이 넘도록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태어난 나라는 서로 다르지만 아시아에 대한 관심으로 지금 한국에 모여서 같은 주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서 열정이 느껴졌다. 대담을 마무리하면서 반기문 총장에게 전달할 한 문장씩을 만들어 봤다.

압델라만 : “유엔의 비토권을 없애주세요”
브라이스 : “빈곤문제를 해결해주세요. 교육도 못 받고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제 친구 몇 명이 저 세상으로 떠났어요.”
홍찬란 : “교육체계를 제대로 만들어 주세요. 교육은 암기가 아닌 창의성을 키워야 합니다.”
타카하시 : “유엔이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고 나라들이 다 같이 발언할 수 있도록 파이프라인 역할을 해주세요”
라라정 : “인권이나 환경문제, 빈곤 문제에 대해서 모두가 기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런 교육 속에서 더 나은 해결책이 나올 거에요.”

정말 마지막 질문. 대담을 하면서 잠시나마 유엔사무총장이 되었던 이 젊은이들의 아시아를 향한 꿈은 무엇일까?

브라이스 : “졸업 후 비즈니스 쪽 공부를 더 할 거에요. 캐나다와 연계된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요.”
라라정 : “어디에서 살든 다른 사람과 사회를 도울 수 있는 직업을 찾고 싶어요.”
압델라만 : “전 한국 국적을 갖고 싶어요. 한국을 사랑하니까요. 여기서 직업을 갖고, 제 삶의 나머지를 여기서 보내고 싶어요. 교통 시스템도 마음에 들어요.”
홍찬란 : “전 훌륭한 통역사가 되고 싶어요. 잘못된 통역이 많은 문제들과 논쟁을 낳고 있거든요. 사람들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요.”
타카하시 : “전 세계적인 NGO를 설립하고 싶어요. 다양한 가치관과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일을 하는 곳을 만들 거에요. 이스라엘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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