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ior AJA Talk] “고마워, 그런데 포옹은 안 해줘?”

<사진=김남주 기자>

주니어 AJA 리포터… 아시아 각국 선물 문화

세계는 다양한 문화만큼이나 ‘선물 풍속’도 다양하다. 언제 어떤 선물을, 누구와 어떻게 주고받는지 아시아기자협회(AJA)와 ‘아시아엔(The AsiaN)’에서 활동 중인 주니어 AJA 리포터들에게 물었다. 타카하시 타카히로(高橋孝弘, 일본, 선문대) 오양가 아마르멘드(Uyanga Amarmend, 몽골, 덕성여대) 찬란홍(Chan Lan Hong, 말레이시아, 한국외대) 호삼 솔탄(Hossam Soltan, 이집트, KDI) 사울 세르나(Saul Serna, 멕시코, 강원대) 마딘 게세스(Maadin Sahleselassie Gessese, 에티오피아, 한국외대)가 각국의 선물 문화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사울 세르나(Saul Serna, 멕시코, 강원대)

사울 어머니날이나 생일 등 특별한 날 선물을 주고받지만 가장 중요한 선물은 포옹(hug)이다. 생일날 친구에게 선물을 건네면 이런 답이 온다. “고마워, 그런데 허그는 안 해줘?” 생일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더라도 ‘허그’면 된다. 멕시코는 ‘터칭(touching) 문화’가 있다. 처음 만난 친구라도 악수를 한 뒤 가벼운 키스를 나눈다. 물론 멕시코에 마약, 부패와 같은 사회문제가 많지만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은 것은 이런 문화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에티오피아에선 생일축하 따로 안 해

마딘 에티오피아에서도 인사할 때 악수하고 허그한 뒤 두 볼에 가벼운 키스를 3번씩 한다. 이건 동성끼리만 가능한데, 같은 키스문화라도 민족마다 다르다. 에티오피아는 80개 민족이 72개 언어를 사용한다. 아프리카에서 식민지배를 받지 않은 유일한 나라라 그런지 외래문화가 거의 없다. 내 얘기는 에티오피아 지방 85%의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사실 에티오피아에선 선물을 주고받는 특별한 날이 없다.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 심지어 밸런타인데이도 일부 도시를 제외하고는 없다.

오양가 여자친구에게 선물 안 주나?

마딘 게세스(Maadin Sahleselassie Gessese, 에티오피아, 한국외대)

마딘 여자친구가 있지만 밸런타인데이를 축하하는 것은 유행을 따라 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여행을 다녀와서 기념품이나 꽃 등을 선물로 주는데 특별한 날을 챙기는 것은 아니다. 생일 축하도 따로 없다. 한국처럼 태어난 지 처음 1년 되는 날 손님들을 초대해 특별한 파티를 할 뿐이다. 도시에서는 고깔모자를 쓰고 케이크를 자르기도 하지만, 에티오피아 문화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언제 태어났는지조차 모른다. 생일은 그저 여권에 적힌 날짜일 뿐이다. 다만 남의 집을 방문할 때 빈손으로 가면 안 된다. 음료수 같은 것을 사간다. 대부분의 공휴일은 종교와 관련된 날들이고, 국경일은 따로 없다.

오양가 아마르멘드(Uyanga Amarmend, 몽골, 덕성여대)

오양가 몽골은 공휴일도 많고 선물도 많이 주고받는다. 가장 큰 공휴일은 음력설인 차간사르(Tsagaan Sar)와 7월에 열리는 나담축제다. 차간사르는 ‘하얀 달’을 뜻하는데, 전통 옷을 입고 친적집에 방문해 초콜릿이나 옷, 돈 등을 주고받으며 부즈(buuz)라고 불리는 만두를 먹는다. 몽골에서는 ‘세계 여성의 날’도 중요하다. 매년 3월8일이면 남성이 여성에게 꽃과 초콜릿을 주고 파티를 한다.

찬란홍(Chan Lan Hong, 말레이시아, 한국외대)

중국인에게 시계·우산 선물은 금물

찬란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등 여러 인종이 모여 산다. 이중 중국계는 우산과 시계를 선물하면 안 된다. 시계는 ‘송종’이라 하는데, 발음이 죽음을 뜻하는 말과 비슷하다. 우산의 발음도 화장 전 산으로 보내는 것을 의미하는 ‘송산’과 발음이 비슷해서 꺼린다. 중국이 숫자 8을 좋아하는 것은 그 발음이 재물이라는 단어와 비슷해서다. 무슬림에겐 돼지나 개와 관련된 선물은 피해야 한다. 또 할랄 제품인지도 살펴야 한다. 할랄은 이슬람교에서 가축을 고통 없이 도살하는 것을 이른다. 인도계에게 소고기를 주지 않는 것도 종교적인 이유다. 말레이시아는 서양문화 영향을 받아서인지 생일 때 케이크를 먹지만 선물 대신 대개 돈을 건넨다. 세 민족 모두 공통적인 것은 칼이나 가위 같은 날카로운 것은 관계단절을 뜻하므로 선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타카하시 타카히로(高橋孝弘, 일본, 선문대)

타카히로 외국에선 크리스마스나 밸런타인데이가 있지만 일본은 그런 날이 없고 설날과 추석이 중요하다. 보통 음식을 선물로 주며, 설날에는 아이에게만 돈을 준다. 일본에선 선물을 받았을 때 ‘고맙다’는 말보다 먼저 ‘미안하다’고 말한다. 특히 나이 많은 사람에게 선물을 받았다면 ‘미안하다’고만 말한다. 선물을 줄 때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하는데, 오랜만에 만났다면 과거에 대한 선물을 준비하고 새로 만나는 사람에겐 미래에 잘 부탁한다는 의미에서 수건 등을 준다. 결혼했거나 가게를 열었을 때 고양이 모양을 많이 선물하는 것은 한국에서 돼지가 복을 상징하는 것과 비슷한 의미다.

호삼 솔탄(Hossam Soltan, 이집트, KDI)

호삼 이집트에서 만일 다른 집에 식사 초대를 받았다면 반드시 선물을 가져가야 한다. 과일이나 초콜릿 같은 간식이 좋다. 그 집에 며칠 머무는 거라면 좀 더 비싼 걸 가져간다. 아이들을 위해 옷이나 장난감 같은 작은 선물을 준비하면 더 좋다. 돈은 특별한 날에만 주기 때문에 가정집 방문에선 필요 없다. 명심할 것은 꽃은 선물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꽃은 병문안 때만 가져갈 수 있다. 선물은 반드시 오른손으로 건네는데, 무겁거나 큰 선물이라면 양손을 사용해도 된다. 포장도 중요하다. 선물을 준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열어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초대받은 집을 둘러보며 칭찬을 과하게 하면 그걸 달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사울 멕시코에서 11월에 열리는 ‘고인의 날’ 문화도 소개하고 싶다. 이 날은 모든 사람들이 묘지를 방문한다. 자정까지 무덤 앞에서 먹고 노래하고 춤추며 소풍처럼 즐긴다. 초콜릿이나 사탕을 선물로 주기도 한다. 상점에서는 사람 이름이 새겨진 두개골 모양의 사탕을 만들어 파는데, 고인에게 바치는 특별한 선물이다. 미국 영향으로 할로윈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멕시코 정부는 전통 관습에 따른 ‘고인의 날’을 더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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