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석의 新쾌도난마] 러 파병 北특수전단 정체는?
북한이 러시아에 특수전 부대를 파병한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지금 막 들어온 영상”이라며 19일 공개한 연해주 세르기예프스키 러시아군 훈련소로 탄약과 무기에 이어 최정예 특수전 부대 장병까지 러시아로 속속 집결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북한이 최초로 대규모 지상군을 파병한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1차로 특수부대 병력 1천5백여 명을 러시아 함정에 탑승시켜 파병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북한은 최소 1만 명을 추가 파병할 계획. 북한군 해외 파병 사상 최대 규모다. 이번에 투입된 병력은 ‘폭풍군단’ 소속 장병들로, 폭풍군단은 유사시 남한 수도권과 후방에 침투해 주요 시설을 교란하는 최정예 특수작전부대다. 공식 명칭은 제11군단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8월 이후 14개월 동안 1만3천여 개 컨테이너 분량의 포탄·미사일·대전차로켓 등 살상무기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방북 때 체결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장戰場 곳곳에서 러군이 극심한 패퇴를 보고 있는 점이다. 2022년 개전 이후 최근까지 사망 및 부상자만 70만 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재소자까지 전쟁터로 내몰리고 있을 정도다. 더욱이 전투보다 무섭다는 추위가 코앞이다. 이런 악조건에서 기실 김정은이 노리는 건 북한군 1만여 명이 받을 급여다. 중국과 관계가 나빠지면서 경제가 최악이다. 남한에서 군내 나는 비축미라도 주겠다고 하면 얼른 받을지도 모른다. 지난 여름 수해 복구도 아직 끝내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파병 장병은 해외 파견 근로자보다 임금을 몇 배 더 받기 때문에 가뭄에 단비 역할을 할수 있다. 급여는 김정은 통치 자금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대남 공격력을 키우기 위해 1만여 북한 청년을 총알받이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진짜 큰 걱정은 파병 북한군이 말만 특수부대지 러시아군보다 휴대 무기·장비가 열악하고 언어소통도 불가능한데다, 지형지물까지 생소한 전장에서 떼죽음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참전은 북한 장교들이 현대전 경험을 쌓고 신형 무기에 익숙해질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늘어놨지만, 북한 특수군단 병장들은 전장에서 지형지물을 익히기도 전에 “어~~” 하는 순간 우크라이나 군의 총알받이가 될 공산도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 파병을 고집한 또 하나의 이유는 러시아가 안보리 제재를 무시하고 북한이 원하는 것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북 군사 동맹을 부활시킨 러시아는 최근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겠다는 뜻을 계속 밝히고 있다. 북한은 그들의 허언과 달리 아직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지 못했고, 군사 정찰위성 능력도 초보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다탄두 ICBM과 첨단 위성 등은 아직도 설계도 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실효 있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에 김정은의 허언증은 날로 증세가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것보다 비극적인 시나리오는 파병 북한군 다수가 숨지거나 다쳐서 귀국할 경우다. 가뜩이나 험악해진 민심이 동요할 수밖에 없다. 전장에서 릴레이 망명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들 대부분은 장마당에서 자란 MZ 세대로 김정은 체제의 통제를 기꺼워하지 않는다.
한편 북한 특부 부대의 역사를 살펴보면 제11군단은 각각 1967년 1월과 10월 초 창설된 민족보위성 정찰총국 소속 제17정찰여단 제283군부대와 제124군부대(일명 ‘김신조 부대’)를 병합해 출범한다.
이어 1969년 1월, 전설의 특수 제8군단이 창설된다. 영화 <쉬리>에서 최민식이 소속된 바로 그 부대다. 1983년 7월, 총참모부 예속 경보교도지도국(Light Infantry Guide Bureau)이, 그리고 1991년 제11군단 즉, 이번 러시아에 병력이 파병된 그 폭풍특수전단으로 재편성되었다. 그리고 2017년 4월 15일,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이 창설돼 특수군단 진용이 틀을 갖추게 된다.
여기서 제11군단 즉 ‘폭풍군단’의 존재가 중요한 이유. 특수작전군의 주축은 육군의 제11군단이며, 해군과 공군에서도 저격병들이 전입해 함께 복무한다. 일종의 합동군 개념인 셈. 이 부대는 건군절 열병식 단골 출연진이기도 하다. 작년 2월 8일 북한 건군절 75주년 대규모 열병식에도 첫 번째로 등장해 북한 인민들을 열광시킨 바 있다.
그런데 정말 이름처럼 폭풍군단인가? 대한민국의 수다한 특수전 부대, 예컨대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 특수임무단, 해군 특수전전단 UDT/SEAL, 국군 정보사령부 육상‧해상특수대, 해병 특수전대대 SF-RECON에 비하면, 별 것 아니란 분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