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석 칼럼] “트럼프 시대 한미관계, 윤석열 대통령 하기 나름”
도널드 트럼프 대 카멀라 해리스의 한판 승부가 트럼프의 일방적인 압승으로 끝난 미국 대선 결과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성난 백인 노동자 계층이 트럼프쪽으로 강하게 결집한 것이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4년 전보다 살기가 좋아졌느냐”는 구호를 반복하면서 바이든-해리스 팀의 경제 실책을 물었다. 마치 2002년 한국 대선 국면에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워 어느 정도 지지세를 확보한 것과 같은 이치다. 이들이 열광적인 트럼피즘(Trumpism)을 표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물가 상승에 따른 경제적 고통을 호소한 비중이 75%에 달했다는 것은 민주당 내에서도 상당한 불만이 표출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뜻한다. 실제 응답자의 45%가 경제 상황이 ‘4년 전보다 나빠졌다’고 답했고, ‘나아졌다’는 응답은 24%에 그쳤다.
트럼프의 전략에 가장 강하게 동조한 계층은 가정 경제를 이끄는 남성 유권자였다. 특히 백인 남성들은 트럼프가 ‘블루월(blue wall)’로 불리는 전통적 민주당 강세 지역인 펜실베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쇠락한 공업지대 러스트벨트(rust belt)의 경합주 3곳을 모두 석권하는 핵심 지지층을 담당했다. 결국 트럼프의 공세에 ‘샤이 트럼프’가 공고히 뭉쳐 일을 낸 것이다.
여기에 ‘덜 혐오스러운(less hated)’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경향이 트럼프 압승으로 나타났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반대 세력의 입장에서 볼 때 혐오스러운 외모를 지니고 있다. 트럼프의 경우 탐욕스러움과 이지적이지 못한 발언 등으로 혐오를 자아내고 있고, 해리스의 경우 유색인에 그리 호감이 가지 않는 외모라는 핸디캡까지 안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해리스는 적지 않은 손해를 보았다. 특히 여성 유권자들이 여성 대통령 선출을 주저한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 정책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우리 경제에도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추락하는 원화 가치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웃돌고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우려, 미국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 등 다양한 암초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발전과 차세대 전투기 원천기술에 대한 어깃장 역시 트럼프 제2기 행정부에선 더욱 공세가 거세질 전망이다. 물론 트럼프의 무역 정책 기조인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대미수출의 부진도 우려된다. 여기에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품목이 반도체, 전기차, 재생에너지, 배터리 등 바이든 행정부의 지원으로 단행된 대규모 미국 투자가 발목을 잡히는 것은 아닐까 관련업계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북‧미간 롤러코스터를 탔던 1기 트럼프 정권 시절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의 여부도 관찰 대상이다. ‘매드 보이’ 성향의 북한-미국 양측 지도자 간의 케미가 어떻게 부닥칠지도 관심거리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취할 스탠스가 한미 관계를 갈음할 주요 요인이라 하겠다. 따라서 윤 대통령은 7일의 양국정상 간 통화를 넘어 외교 라인을 총동원해 조속한 시일 내에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지미(知美) 그룹인 한미우호협회 등을 통해 통상이나 경협에 있어 한미 간 상생 기조를 이어가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