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석의 新쾌도난마] ‘4B가 뭐기에’…”여성운동도 좋고 신사조도 좋지만”
11월 초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 이른바 4B 논쟁이 가열된 적이 있다. 4B라면 데생 용 굵은 흑심의 연필이 예상되는 게 상례인 바, 그것이 대한민국에서 발원한 여성들의 신사조 운동이란 점은 또 무언가?
알고 보니 여성인권 종주국이랄 수 있는 미국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4B를 배우자”는 캠페인이 일고 있다는 뉴스였다.
“미국 여성들도 한국처럼 4B 운동 고려해야”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를 거머쥔 후 미국 여성들이 한국 페미니즘의 ‘4B 운동’을 주목하고 있다며 워싱턴포스트(WP), 가디언, NBC, CBS, 시사주간지 타임, 인디펜던트 등이 보도하면서 뽑은 제목이다. 미국의 젊은 여성 유권자가 이번 대선 결과를 자기 결정권과 생식권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며 저항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4B란 무엇인가! 비연애·비섹스·비출산·비혼을 말한다. 2016년쯤 한국에서 페미니즘이 조류를 탄 이후 여성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이성애자 여성들이 남성과의 연애, 성관계, 결혼 등을 거부하자는 것이 골자다. 영어권 매체에서는 이를 ‘4가지 노(4 Nos)’, ‘4B 무브먼트(4B Movement)’ 등으로 번역해 소개했다.
<인디펜던트>지는 ‘bihon’(비혼), ‘bichulsan’(비출산) 등 한국어 발음도 표기했다.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틱톡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미국 여성들이 4B 운동을 소개하고 독려하는 영상이 퍼졌다. 한 틱톡 영상은 “여성들아, 이젠 모든 남성을 거부할 때다. 너희들은 권리를 잃었다. 4B 운동이 이제 시작된다”는 내용을 담았는데, 이 영상은 34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엑스(옛 트위터)에서도 4B 운동을 설명하고 “우리는 한국 여성들처럼 4B 운동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게시글이 ‘좋아요’ 약 47만개를 받았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6일 구글에선 4B 운동 검색량이 450% 급증했다..
우리나라의 4B 운동은 미투 운동, 여성혐오, ‘미러링’ 탄생,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 사건, 교제폭력, 성별 임금 격차, 불법촬영, 경력단절 등과 같은 한국적 맥락 위에서 탄생했다. 이러한 4B 운동이 미국에서까지 호응을 얻는 현상을 두고 미국의 여성 유권자가 이번 대선 결과를 자기 결정권과 생식권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진보적인 미국 여성들이 한국 여성들의 앞선(?) 사조를 배우겠다는 데야 뭐라 얘기할 게 있나? 문제는 대한민국의 4B 사조가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는 점이다. 비연애·비섹스·비출산·비혼은 오로지 한 곳을 향하고 있다. 저출산→인구절벽→대한민국의 소멸로 이어지면서 말이다.
필자 지인 가족 중에도 4B를 실천(?)하고 있는 수다한 처자들이 있음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곤 한다. 여기에 비자발적인 4B 여성들까지 합하면 우리사회의 4B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 형국이다. 물론 여성이 애 낳는 기계, 즉 씨받이란 얘기는 결코 아니다. 여성 운동도 좋고 신사조도 좋지만, 너무 파행적인 사조가 아닌가 우려되어 제기해 본 거다. 물론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한 제도적, 사회적 대책 마련은 전제되어야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