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석의 시선] 80대 남성 자살 10만명당 116명…이런 예방법 어떨까?
우리 사회의 고의적 자해(자살의 완곡한 표현) 상황이 심각하다. 특히 노인 자살 추이가 심각 단계를 넘어 파국에 이르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3년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자살은 암,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질환에 이어 5대 사망 원인으로 집계됐다.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명 당 27.3명으로 전년 대비 2.2명(8.5%) 증가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노인 자살률의 높은 비율이었다.
연령대별로 인구 10만명 당 △60대 30.7명 △70대 39.0명 △80대 이상 59.4명의 분포였다. 이를 남성으로만 한정할 경우 각각 △46.6명 △63.9명 △115.8명에 이른다. 평균의 1.7~4.2배나 되는 엄청난 수치다.
노인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요인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가 경제적 어려움이다. 고시원 거주자 중 43%가 65세 이상 노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삶의 질 자체가 열악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빈곤 노령층의 가계를 보전할 뚜렷한 방도가 없다는 것도 한계다.
다음으로 우울증을 비롯한 제반 건강문제와 고립감이다. 이는 지자체의 프로그램을 통해 풀어가고 있으나 성과를 기대하기엔 시간과 재원이 필요한 사안이다. 어느 정도 효과를 본 사례로 2016년 인천시가 노인층의 고립감 해소를 위해 생명사랑지킴이 3700명을 양성 현장에 투입했던 시책이 눈에 들어온다.
서울시도 10월 28일 2030년까지 시민자살률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 낮추기 위한 ‘자살예방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노인층 자살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김태희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자살 예방 및 생명 존중을 주제로 하는 시민 캠페인도 진행하고, 자살예방 메시지 및 위기극복 수기와 영상에 대한 공모전을 열어 이를 배포하기로 했다”면서 “특히 자살률이 높은 노인·중장년 대상 맞춤 콘텐츠도 함께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자체의 이같은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지는 미지수다. 궁극적으로 노인들이 그 시책에
공감하고 응대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필자가 목격한 사례를 중심으로 자살 위험을 피해가고 있는 노년들을 살펴보려 한다.
8순이 넘은 부부는 몇 달 전 인근 공터에 텃밭을 조성했다. 극심한 우울증과 류머티스성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부부는 어렵사리 키운 상추 등속을 이웃과 나누면서 명랑함과 관절의 고통을 치유해 나아가고 있다.
필자가 다니는 동네 목욕탕엔 범띠(74세) 세신사가 있다. 몸을 맡기고 물었다. “힘들지 않느냐?”고.
그가 답했다. “얼마간 쉬었더니 자꾸 나쁜 생각이 들어서 다시 나왔다”고. 그러면서 말을 이었다. “돈도 벌고 우울증도 낫고, 꿩 먹고 알 먹고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