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석의 시선] ‘잘 죽는 법’에 대하여
지난 며칠 지독한 슬픔 속에 헤매야 했다. 바로 손윗동서가 별세한 것이다. 이제 희수(喜壽). 타계하기엔 아직 이른 나이의 그는, 수년간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치매로 고생하다 입원한 요양병원에서 폐렴으로 생을 마감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동서의 별세에 필자가 유독 슬퍼하는 데는 각별한 이유가 있다. 우린 친형제보다 자별했고, 친구보다 끈끈했다.
평생을 은행원으로 봉직해온 그는 전혀 성격이 다른 직종과 개성의 나를 친아우 못지않게 아껴주었고, 또 챙겨주었다. 한동안 의기투합한 술친구였으며 가정사를 챙겨준 믿음직한 인생 선배이기도 했다. 심지어 그와 처형은 내 어쭙잖은 신앙을 심도 있게 받쳐준 신실한 멘토이기도 했다. 배우자 등 가까운 가족이나 친지의 죽음이 그 어떤 요인보다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는 심리학적 연구도 있다고 하는데, 내가 급격한 우울에 빠진 것도 이 때문 아닌가!
입관 의식을 따라 들어갔을 때 보인 그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몸은 바짝 말라 살이라곤 만져지지 않았으며, 얼굴은 몹시 초췌해 있었다. 지난해 이맘때쯤 면회하고 난 후, 그동안 간다간다 하면서 차일피일 미뤘던 것이 종국에는 사후약방문 격이 된 것이다. 그러니 나의 비통함을 어찌 필설로 설명할 수 있으랴.
사흘간의 조문이 끝나고 발인 과정에 참여했다. 서울 서초구 원지동의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하고, 이어 경기 이천에 있는 한 봉안당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선 납골당과 자연장(산골散骨) 등 두 가지 옵션이 제공되었다. 동서 가족은 자연장을 선택했다. 비용은 160만원.
간단한 안장예식에 이어 유족을 비롯한 20여 명의 조문객들이 한 사람씩 차례로 고인의 유골 한 줌씩 작은 샘 속에 뿌리는 의식으로 산골이 진행됐다. 모두들 슬픔을 억제하는 가운데 진행된 이 자연장 의식은, 유족이나 조문객들로 하여금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차분히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더하여 과연 우리처럼 국토가 좁은 나라에서 계속해서 매장을 추구하는 일부 계층의 고집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가 하는 화두를 던지게 했다.
삼림조합중앙회의 통계에 따르면 남한 총 면적의 1%인 10만ha가 묘지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게다가 매년 여의도 면적(8.4㎢)의 절반 규모가 묘지로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후손으로부터 빌려 쓰고 있는 우리의 국토를 더 이상 훼손하지 않는 장례문화의 정착이 아쉬운 시점이다. 수목장, 산골(자연장), 바다장, 납골당 등 환경친화적 봉안방식을 널리 확산시키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