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석의 시선] 서울대 이공계 학과 자퇴생 급증…”대책 없이 방관만 하고 있을 것인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세대학교 김근수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고체 물질 속에서 전자가 액체의 특징과 고체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전자결정’ 조각을 발견했다고 10월 17일 밝혔다. 이는 현대 물리학의 오랜 난제인 고온초전도체 및 초유체 현상의 비밀을 풀어낼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7일 게재됐다. 사진은 연세대학교 물리학과 김근수 교수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구 결과를 설명하는 모습

세계 물리학계의 1백여 년 난제인 ‘고체 상태에서의 전자결정’ 관측에 최초 성공한 국내 연구진 논문이 최근 국제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김근수(42)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와 논문의 제1저자인 물리학과 석박사통합과정 대학원생 박수빈(26)씨는 학자로서의 성취감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10년 넘게 과학자 진로를 걸어도 미래에 ‘백수’가 될 수도 있다는 공포가 크다”며 “100년 뒤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기초과학에 대한 과감한 인적 투자와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씨는 “지방 일반고를 졸업한 평범한 학생”이라고 밝혔다. 2020년 연세대 물리학과에 입학해 같은 학교 물리학과 대학원에 진학한 젊은 과학자다. 김 교수는 박씨와 같은 인재를 더 배출하기 위해서는 과학자가 갖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근수 교수는 “정부와 민간이 과학계에 과감히 투자해 젊은 과학자들의 일자리 걱정을 해결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대학을 자퇴하거나 재수·삼수 등 ‘N수’에 도전하는 수험생이 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에서도 1학년 자퇴생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대·농생대·자연대 순으로 이공계 학과에서 자퇴생이 많아 우수 이공계 인재 이탈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공개된 ‘최근 3년간 서울대 신입생 자퇴 현황’을 보면, 2021년부터 올해 1학기까지 총 611명의 서울대 신입생이 자퇴했다. 2021년 서울대 신입생 3천358명 중 161명(4.7%)이던 자퇴생은 2022년 3천443명 중 204명(5.9%), 지난해 3천610명 중 235명(6.5%)으로 꾸준히 늘었다. 2021년과 2023년을 비교하면 2년 만에 46%(74명)이 증가한 셈이다. 교육전문가들은 “국내 최고 대학인 서울대에 들어가자마자 자퇴한다는 것은 그보다 높은 성적이 필요한 의대·치대·한의대·약대 등 이른바 ‘메디컬 학과’에 입학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이공계 학과에서 자퇴생이 많았다. 2021년부터 올해 1학기까지 서울대 신입생 자퇴생 611명 가운데 공대가 187명(30.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농생대 127명(20.8%), 자연대 76명(12.4%), 사범대 62명(10.1%), 인문대 33명(5.4%), 사회과학대 29명(4.7%) 순이었다. 이공계 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으로 최상위 학부인 서울대 이공계열 또한 의대 입시의 정거장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대 자퇴생은 2021년 61명에서 2023년 71명으로 1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농생대는 2021년 35명에서 지난해 41명으로 17.1% 늘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KAIST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을 지낸 신성철 과학기술협력대사는 “기술 패권시대엔 이공계 인력이 전사戰士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부가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공계 인력들이 미래에 불안함을 떨쳐주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최근 정부의 연구개발(R&D)에 예산이 우여곡절 끝에 증액됐지만 인공지능(AI), 바이오, 퀀텀 컴퓨팅 등 전략 분야에 한정돼, 정작 풀뿌리연구 분야는 예산이 깎이는 바람에 이들 인력의 좌절감이 크다”고 전했다.

결국 기술 패권시대에도 기초연구인력에 대한 R&D 지원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의 우회적인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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