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석의 시선] 2024노벨경제학상 존슨과 작년 수상자 골딘 교수 ‘촌평’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14일(현지시각)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 가진 화상 기자회견 일성으로 “1960년대에 한국은 매우 가난했고, 독재 정권을 거치기도 했다”며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은 민주화를 시도했고 경제가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사이먼 존슨 교수는 이어 “이는 물론 어렵고 골치 아픈 과정이었고, 쉬운 여정이 아니었지만 지금 한국 경제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정말 놀랍다. 그것이 우리가 (세계 경제를 위해) 고민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마운 말이다. 하지만 나는 존슨 교수의 상찬보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한국 관련 일침에 주목하고 있다. 2023년도 경제학상 수상자 클라우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는 수상 소감 중 한국의 노동시장 경직성에 대해 뼈아픈 지적을 한 바 있다. 여성 노동경제학자인 골딘 교수는 작년 10월 9일 수상자 선정 발표 직후 “20세기 후반 한국만큼 빠른 경제 변화를 겪은 나라도 드물다”고 상찬하면서도 “이에 반해 노동시장과 기업문화는 세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한국 여성의 워라밸이 저출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골딘 교수는 “한국 합계출산율이 0.86명(2022년 1분기 기준)인 것을 잘 안다”며 출산·육아 과정에서 발생하는 남녀 임금 격차 구조를 분석한 연구 자신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재차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the glass-ceiling index)’에서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조사대상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남녀 임금 격차, 여성의 노동 참여율 및 고위직 비율, 육아 비용·휴직 현황 등 세부 지표를 종합해 매년 발표된다. 특히 한국의 정규직 남녀 임금 격차는 31.1%(2021년 기준)를 기록해 27년째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경력단절 지원이나 실질적 육아휴직 확대는 물론이고, 비정규직 여성들도 정당하게 업무 역량을 평가받을 수 있도록 성과 중심의 노동시장 구조를 서둘러 정착시켜야 한다는 세계 권위 경제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에 필요한 응답은 무엇일까. 기업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기울어진 노동시장을 바로잡는 것이 골딘 교수가 지적한 대로 최악의 저출산, 인구절벽 위기를 벗어날 비책(?)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