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석 칼럼] 작년 쌀비축 비용 1.8조, 과잉 쌀 ‘용처’ 있다
지난해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사고 되파는 과정에서 쓴 쌀 비축 비용이 1조8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쌀 공공 비축 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최대치로, 2022년의 1조1천8백억 원에 비해 1년 사이 50% 가까이 늘었다.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수요 초과 물량을 재정으로 매입하도록 의무화한 양곡관리법 때문이다.
문제는 수매 쌀을 보관·관리하는 데 쓴 비용도 작년 한 해 4천억 원 규모로 이 역시 2005년 제도출범 이후 최고치였다. ‘비축+보관 비용’이 물경 2조2천억 원에 달한다. 쌀은 남아도는 데 정부가 수매를 보장해 주니 생산은 줄지 않고 재정 지출은 기아급수로 늘어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올해도 쌀 생산량은 작년 대비 차이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돼, 수요 초과 물량은 12만8천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농수산식품부는 56% 늘어난 20만t을 매입하기로 했다. 싼 가격에 형성된 시중 쌀값을 끌어올리려는 조치다. 정부 매입으로 일정 가격이 유지되니 농가도 쌀 경작을 줄이지 않는다. 쌀 소비는 크게 감소하는데, 정부가 매입 규모를 계속 늘리고 쌀 비축·관리에 연간 2조 원 가까운 세금을 쏟아 붓는 민망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카드가 하나 있다. 바로 대북 쌀 지원이다. 그것도 ‘무조건 지원’이다. 북한이 오물풍선을 들입다 내려 보내고, 15일엔 남북을 잇는 연결 도로까지 훼손했는데 뭐가 예쁘다고 양곡을 주느냐? 오히려 국제구호기구에게 압력을 넣어 남한에 오물풍선을 보내지 않을 때까지 구호를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과연 그게 정답일까?
하지만 한 번 생각해 보자. 체중 140㎏의 김정은 때문에 가뜩이나 신산스런 북녘 동포들에게 따뜻한 이팝 한 사발 먹게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더욱이 비축+보관 비용이 1년에 2조2천억 원이나 되는 마당에 말이다.
남아도는 쌀을 북한에 무조건 보낼 경우 생기는 가상의 보너스. 이팝 먹고 배불러진 동포들이 슬슬 힘을 모아 기지개를 펼 수도 있다.
남아도는 비축 쌀 해결하고(도랑치고), 북한 동포 인심 얻고(가재 잡기). 요즘 기초생활수급 어르신이나 차상위 소외계층에 공급되는 비축미가 맛없다고 이 분들 가래떡 만들어 떡국으로 드신단다. 그래도 남으면 각종 시설에 기부한단다. 대한민국 식량 비축 과잉, 정말 심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