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석의 시선] 갈림길에 선 윤 대통령?…”결정은 내가!” vs “그들 책임이야!”

‘책임 전가’냐 ‘온전히 내 책임이냐’ 갈림길에선 대한민국 리더들. 윤석열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집무실에서 국정브리핑을 할 때 취재진의 눈길을 끈 게 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라는 문구가 쓰인 명패였다. 재작년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때 선물한 것이다.

“대통령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누가 대통령이든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대통령은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할 수 없습니다. 그게 대통령의 일입니다.”

1953년 1월15일 미국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이 성공적인 연임 후 퇴임하며 미국 국민에게 전한 고별 연설 내용이다. 당시 트루먼은 “이 책상에 집중된 권력, 결정에 따르는 책임과 어려움에 있어 지구상에 이런 자리는 없다”는 고뇌를 퇴임사에 담았다.

메리엄-웹스터 등 영어사전에 ‘The buck stops here’라는 말은 ‘책임을 전가하다’라는 뜻인 ‘pass the buck’과 쌍을 이룬다. 미국 개척시대 포커게임에서 카드 돌리는 딜러 앞에 사슴뿔(buckhorn)로 만든 나이프를 뒀다고 한다. 딜러를 원치 않으면 ‘벅(buck)’을 옆 사람에게 넘겼는데, 여기서 ‘자기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다’라는 말이 나왔고, 다시 ‘책임은 내가 진다’는 ‘The buck stops here’라는 말이 유래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수시로 그의 명패를 언급하며 때로는 자신의 역할을 다짐하곤 한다. 지난 2월4일 대통령 연두회견에서도 박장범 KBS 앵커에게 이 명패를 소개한 바 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온 일련의 언행을 볼 때 그 명패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명패는 ‘PASS THE BUCK!’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국민들 사이에선 김건희 여사 의혹을 속 시원히 떨어내지 못한 채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대통령을 버릴 수 있다는 경고음이 점점 더 늘고 있다.

추상秋霜 같은 대통령의 결기를 구하는 건 정녕 무망한 일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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