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위대한 라오스를 응원합니다

라오스가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싱가포르에 8-7로 이긴 후, 라오스 국기를 앞세워 단체촬영을 했다. 제인내 대표(가운데) 등의 모습이 보인다. 왼쪽 두번째는 임재원 단장. 이들이 이만수 감독이 떠난 라오스 야구를 이끌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꿈에도 그리던 라오스 국가대표팀이 지난 여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드디어 싱가포르를 상대해 극적으로 8대7로 승리를 했다. 당시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정말 나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고 나 역시 많은 것을 얻은 나라였다.

2014년 SK와이번스팀에서 나와 난생 처음 라오스라는 나라에 들어갈 때만 해도 이렇게 야구가 무서울 정도로 성장하고 아시아대회에서 첫승을 할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다. 라오스에서 이들과 함께 10년을 보내면서 나는 많은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라오스 최초 감독부터 시작해 라오 J브라더스 구단주, 라오스야구협회 부회장,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KBO 육성 부위원장과 허구연 KBO 총재 보좌관 역할까지 수행하며 강연과 재능기부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2013년 11월 처음 현재 라오스야구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제인내 대표와 연락이 닿은 후 만 10년이 넘었다. 2014년 10월 말에 SK에서 3년의 감독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서 조촐한 가방 하나 챙겨 어디에 위치해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는 라오스로 향했다. 감독 생활 종료 후 나도 몸과 마음이 가볍지 않은 아닌 상태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라오스에 처음 도착했을 때가 많이 생각 난다.

내 인생을 되돌아보면 스스로 어떤 감정인지 모를 웃음이 나온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16년간 프로선수로 활동하고, 은퇴식도 없이 무작정 미국으로 도망치듯 홀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기억. 그때 힘든 감정을 추스르고 처음 라오스 땅을 밟게 되었다.

프로야구 감독을 했던 내가 동남아시아 최빈국 라오스에 야구 보급을 위해 간다는 것, 이제는 정말 젊지도 않은 내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건 이전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라오스 야구를 위해 헌신하는 한국인들. 왼쪽부터 손사랑 감독, 이준영 감독, 이만수 헐크재단 이사장, 제인내 대표, 김현민 감독

40도가 넘는 날씨에 야구에 ‘야’자도 모르고 슬리퍼를 신고 운동장에 나온 라오스 친구들이 생각난다. 야구와 축구를 착각해서 야구공을 발로 차다가 발가락이 부러질 뻔했고, 훈련시간을 알려줘도 본인들이 원하는 편할 때 나와 훈련을 하는 이들을 보면서 라오스에 야구를 보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머릿속에 채워졌다.

사실 라오스에 야구는 불가능한 스포츠였다. 이런 폭염과 땡볕에 누가 야구를 하기 위해 운동장에 나오겠는가. 하루 연습했다가 힘들면 다음 날에는 선수들이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낯선 이방인이 이상한 운동을 가르친다는 소문이 났고, 정부 사람들은 날마다 감시 카메라로 찍어 상부에 보고하는 상황까지 계속됐다.

잠시 야구만 가르치고 두 번 다시 올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나머지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들과 같이 하루하루 야구를 하면서 닫혔던 나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것을 느꼈다.

불가능해 보이고,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고, 같이 하는 사람이 없어도 나는 해맑은 아이들의 마음과 눈을 보게 됐다. 내 힘든 마음이 오히려 이들로 인해 조금씩 씻겨 나가는 것을 보게 됐다. 그 눈빛들이 아직도 많이 생각 난다.

가능하다는 의지를 갖고 한번 이들과 부딪혀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메마른 땅에 물을 부으면 금세 물이 마르는 것처럼 의미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수시로 한국과 라오스를 왕래하며 젊은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리니 메마른 땅 같아 보이던 라오스 야구에 작지만 강한 싹이 솟아나오는 것을 봤다.

이렇듯 야구가 불가능하게 보였던 그 땅에서 보낸 수많은 시간들이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아픈 추억들로 하나하나 모여 지난 10년 동안 기적을 만들어 내었다.

이제 라오스도 자국민들의 힘으로 충분히 해나갈 수 있고, 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실력은 물론 계속 찬란하게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이 생겼다.

무엇보다 라오스는 제인내 대표가 라오스 선수들과 어우러져 라오스 야구를 이끌고 나아갈 수 있는 강한 자생력이 있어 전혀 걱정이 되지 않는다.

이제는 아주 기분 좋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 이만수의 인생에 함께했던 라오스 야구에 선명한 마침표를 찍고, 베트남과 캄보디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얀마에 신경 쓰며 더욱 힘차게 달려가려 한다.

헹가레를 받고 있는 이만수 감독 

라오스는 나의 삶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나라이며, 많은 것을 감사해하며 배운 나라다. 라오스를 통해 누구나 의지만 갖고 있다면 불가능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나라였다.

라오스 야구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라오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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