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죽는 날까지 이 맘 간직하게 하소서…’주는 게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끝난 지 일주일 만에 다시 라오스에 들어가 스탭진들과 선수들을 만났다. 얼마나 반가운지 나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받는 것이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 있었다. 나눈다는 것을 모른 채 현역시절을 보냈다. 1997년 삼성라이온즈 선수를 접고 홀로 미국에 갔다. 선수 시절엔 가만히 있어도 구단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기 때문에 직접 무엇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41살 뒤늦게 사회생활을 하니 처음부터 좌충우돌, 실수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청년들보다 사회생활을 늦어도 한참 늦게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영어도 잘하지 못하는 내가 미국에서 사회생활 첫발을 내디뎠으니 얼마나 많은 실수와 좌절을 맛보았는지 모른다.
나는 ‘Never ever give up’ 정신으로 좌절하지 않고 처음부터 하나씩 해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실수하고 또 실수했던 수많은 일들이 지금에 와서는 재산이 되었다.
선수 시절 내내 받는 것이 나의 일상이었고,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그런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라오스 야구국가대표 선수들을 보며 오히려 이들로 인해 내가 더 많은 선물을 받았음을 10년이 지난 지금 많이 깨닫게 되었다.
옛 어른들 이야기 중에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솔직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라오스에 들어가 이들과 함께 야구하면서 느낀 것은 젊은 시절 피땀 흘려 번돈을 라오스와 베트남에 쏟아 부을 때 더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고 오히려 받는 것보다 줄 때가 더 행복하다는 것을 실감하며 체험하고 있다.
물론 젊은 시절에는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나이 들어 내가 제일 잘하고, 사랑하고, 좋아하는 야구 현장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관심도 갖지 않는 라오스에 들어가 젊은 남녀 청소년들에게 야구를 가르치고부터 선수시절 경험해 보지 못한 참행복을 깨닫게 되었다.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나 선수들과 루앙프라방으로 가니, 손사랑 감독이 라오스 야구국가대표 선수들을 집으로 초대해 푸짐하게 식사를 접대했다. 선수들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이만수’라는 걸 또 알게 되었다.
선수들이 행복해 하며 식사하는데 나는 행복에 겨워 울컥할 뻔했다. 라오스 선수들만 보면 아무리 힘든 일과 고민이 있더라도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입가에 미소가 나온다. 정말 선수들이 너무 좋다.
천상 죽을 때까지 라오스 선수들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53년간 야구하면서 지금도 젊은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면서 세상을 다 얻는 느낌을 갖는다.
선수들이 “아짱”(한국말로 ‘선생님’) 하면서 나에게 안기면 세상의 그 어떤 귀한 선물보다 더 행복하다. 라오스는 요즘 매일 32도가 훌쩍 넘는 무더운 날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선수들과 땀을 흘리며 “수수”(한국말로 화이팅) 외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 막연한 꿈들이 하나하나 현실이 되는 기적을 보게 되다니 너무 행복하다. 지금 라오스국가대표 선수들의 기량과 인성 그리고 야구 실력이 날로 발전하여 앞으로 많은 학교에 야구팀이 창단되고, 현재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야구 코치로 활약하는 그날을 꿈꿔 본다. 문득 명언 한 문장이 떠오른다. “If you can dream it, you can do it.(꿈꿀 수 있다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
나의 삶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나는 꿈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꿈을 버리지 않는다면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오늘도 나는 동남아시아 야구를 위해 달려간다.
무더운 날씨에 선수들과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얼굴이 검게 타버렸다. 아무리 선크림을 바르고 그늘진 곳으로 다녀도 강렬한 햇살에 금세 얼굴이 검게 탔다.
지금도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땀을 뻘뻘 흘리며 소리 지르며 신나게 야구할 것 같은 마음인데 어느새 60대 후반을 달려가고 있으니 격세지감이다. 이들과 남은 인생을 열심히 살아갈 맘에 참 행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