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사랑하는 아내 이신화에게”
10월 15일(일) 부산 제자로교회에서 간증을 마치고 저녁 늦은 시간 인천 집으로 올라와 간단하게 짐을 싸고 다음날(16일) 이른 새벽 집을 나섰다. 16일 오전 9시 비행기로 라오스에 들어왔다. 급하게 짐을 챙기고 정신 없이 공항 안으로 들어가는데 아내의 전화가 왔다.
“여보 41주년 결혼기념일 축하해요” 하는 것이다. 깜짝 놀랬다. 아내한테 얼마나 미안하던지… 지난 한달 전국으로 다니며 재능 기부와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으로 단 하루도 쉴 수 없었다.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보름 만에 한국에 들어온 지 딱 일주일 되는데 창원으로, 부산으로 내려가 간증을 했다. 야구 현장을 떠나온 지 10년 되었는데, 사랑하는 아내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나의 일에 섭섭하다거나 불평과 짜증을 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내의 말 한마디가 나의 가슴을 쳤다.
2014년 SK와이번스 감독 끝으로 현장에서 나와 지금까지 10년 동안 동남아와 대한민국 전국으로 다니면서 야구 재능기부를 하느라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이렇게 지난 10년 동안 야구 보급으로 집을 떠나 있을 때도 아내는 한번도 싫어하는 기색이나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이 다니면서 나의 재능을 엘리트 선수들과 유소년들에게 나누어 주라며 격려까지 했다.
한 집안의 가장이고 남편이라면 당연히 가족을 챙겨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야구와 함께 해외로, 전국으로 뛰어 다녔다. 미련한 나는 당연히 사랑하는 가족과 아내가 나를 지지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가족들을 돌보지 않았다. 인도차이나 반도에 야구를 보급하기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다. 그런데 그날 따라 왠지 모르게 아내의 한마디가 내 가슴에 사무쳤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이렇게 바쁘게 세상을 살아가는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지? 결혼기념일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살아가는 나의 삶이 과연 바른 길인가?
나에게도 삶의 우선순위가 있고, 그 우선순위를 분명히 인식하고 절대적인 우선순위에 있는 가족과 아내이지만 나의 삶은 가족들이 되레 나를 위해 양보하고 배려해주고 희생해 주었다.
이전까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무거운 마음이 나의 가슴을 친다. 결혼기념일도 잊은 채 홀로 라오스에 들어왔지만 요즈음 부쩍 핼쓱하고 병치레를 자주하는 아내가 맘에 걸린다. 내가 과연 지금 바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여러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