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문체부·대한체육회·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그리고 김현민·이준영 감독

이만수 감독, 이준영 감독, 김현민 감독(왼쪽부터)

53년 동안 한국에서 야구를 했던 내가 야구 불모지인 라오스와 인도차이나반도에 인연 맺은 지 올해 10년이 되었다. 나는 왜 아무 연관성이 없는 라오스와 베트남 그리고 인도차이나반도에 야구를 전파하게 되었을까?

나는 야구를 하면서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늘 박수와 갈채를 받았고 사인을 해달라는 팬들에 둘러싸여 살았다. 그때는 행복하기보다는 1등을 해야 하고, 남보다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에 늘 쫓기는 마음이었다.

2014년 현역을 떠난 후,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내가 그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의 곳곳에 특별히 작은 도시에 있는 학교 야구부를 찾아다니며 재능기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100년 전 한국에 미국선교사가 YMCA를 통해 야구를 전해주어 오늘날 한국야구가 이렇게 발전한 것을 생각하니 야구가 없는 나라에 야구를 심는 일이 굉장히 보람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시작한 것이 어느새 인도차이나반도 라오스에 야구를 전파한지 10년이 되었다. 솔직히 혼자서 라오스와 베트남에 야구를 전파하라고 했다면 불가능했고 또 지쳐서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사정을 어느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적극 도움을 준 정부 부처가 문화체육관광부였다. 내가 홀로 인도차이나반도인 라오스로 가 야구를 보급하는 것을 문체부에서 알고 정부 차원에서 도움을 주고 또 한국의 위상을 알리기 위해 함께 손 잡고 지도자들을 파견하게 되었다.

문체부가 라오스 야구 국가대표 팀을 위해 대한체육회에 위임을 했다. 거기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와 손을 잡고 유능하고 훌륭한 지도자들을 파악해서 라오스와 베트남에 파견하게 되었다.

KBSA에서 진행하고 있는 ‘개발도상국 지도자 파견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 라오스와 베트남 야구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국 파견 지도자들이 잘 수행하고 있다.

출범 초 정부 차원에서 운영예산을 받지 못하는 라오스야구협회의 현실을 고려할 때 KBSA의 야구지도자 파견 프로그램은 라오스 야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다. 다시 한번 문화체육관광부 와 대한체육회 그리고 KBSA의 지도자 파견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한다.그렇게 시작했던 것이 어느새 8년 되었다. 비록 긴 시간 동안 이렇다 할 아무 성적을 올리지 못해 내심 내가 더 불안한 마음이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면 최선을 다해 국제대회나 라오스 자체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인해 지난 오랜 시간 힘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 중국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라오스 야구국가대표 팀이 싱가포르 팀을 상대로 8대7이라는 극적인 스코어로 승리하게 되었다. 이렇게 큰 국제대회에서 라오스 국가대표 팀이 당당하게 첫승을 올렸다는 것은 솔직히 금메달보다 더 값진 첫 승이다.

거기다가 라오스 사상 구기종목에서 본선에 올라간 스포츠는 야구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주한 라오스 대사와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의 정영수 대사가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라오스 정부에서도 유례 없는 축하의 인사를 받았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2패에 그쳤지만 5년 사이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의 기량이 확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성장은 훌륭하고 유능한 한국 지도자들이 있었기에 아시안게임 첫 승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었다.

아시안게임 첫 태국과의 경기에서 1대4로 패배했지만 선수들의 마음자세와 이기겠다는 강한 의지 그리고 자신들도 모를 정도로 모든 선수들이 급성장했음을 옆에서 보게 되었다. 태국전의 모습을 보면서 싱가포르 팀과의 경기에서는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라오스 야구국가대표 팀은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태국에 0대15, 6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 5년 만에 점수 차를 11점이나 줄였다는 것은 놀라운 발전이다. 이렇게 선수들이 급성장한 것은 뛰어나고 훌륭한 지도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나는 믿는다.

9월 27일 라오스 국가대표 팀이 싱가포르에 8대7로 극적 승리를 하자 가장 먼저 WBSC 로벵추 사무총장이 달려 내려와 라오스 스탭들과 선수들을 축하해 주었다. 로벵추 사무총장은 “라오스가 이렇게 급성장한 것은 모두 대한민국 정부에서 라오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 주어 좋은 지도자들을 파견했기 때문”이라며 “대한민국 정부에 감사의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다.

다시 한번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그리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이준영 감독, 김현민 감독에게도 특별한 감사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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