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칼럼] 라오스 야구 전파 어느덧 10년
지난 2014년 SK와이번스 야구단을 나와서 나의 발걸음은 라오스로 옮겨졌다. 그곳에서 나는 올해로 10년째 야구 전파를 하고 있다.
“강산도 변한다”는 지난 10년 동안 라오스 야구도 정말 많이 변했다. ‘야구’라는 단어도 없는 나라에서, 맨발인 채로 야구장이 없어서 축구장을 찾아와 야구공을 처음 본 아이들. 그들이 10년 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싱가포르를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국제대회 최초 1승을 거뒀다.
그 1승은 세계야구연맹(WBSC) 순위 최하위인 83등의 라오스를 54위로 껑충 올라서게 한 승리다. 돌아보면 기적 같기만 하다. 그날, 지나간 많은 순간들이 떠올랐다.
체격은 왜소했지만, 눈망울이 따스했던 첫 만남, 우여곡절을 겪으며 꿈에 그리던 야구장이 완공된 것, 크고 작은 여러 대회에 참가하며 조금씩 기량이 늘어갈 때의 기쁨, 6번의 한국방문을 통해 아이들이 한국을 좋아하고 큰 관심을 가지게 된 일, 그리고 수많은 도움의 손길들···. 특별히 현지에서 온 힘을 다해 야구단을 서포트한 제인내 대표와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단체와 후원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그리고 대한체육회에서 수년간 전문야구인을 파견해 주었던 일, 또 헐크파운데이션 스탭들의 숨은 봉사까지 이 모든 일들이 라오스의 10년을 키워주었다.
그동안 라오스 야구를 위해 동분서주 했던 나는 내가 한 일보다 훨씬 과분한 칭찬을 받으며 야구인으로서 보람된 일을 할 수 있었다. 때로는 힘이 들어 그만 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내가 할 일이 남은 것 같아 이 일을 계속해왔다.
이제는 현지의 라오스야구단의 제인내 대표가 자립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이쯤에서 라오스 자국민들 위주로 야구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하여 이달 초 라오스 현지대표와 이야기를 나눈 끝에, 앞으로는 후방에서 지켜보며 응원하기로 했다.
그동안 동남아시아 즉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등지에 야구를 보급하거나 지원하는 방안이 늘 내 마음 속에 숙제로 남아 있었다. 실제 몇 년 전 부탄과 인도네시아에서 도움 요청이 있었지만 여력이 없어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할 줄 아는 게 야구뿐이며, 가장 좋아하는 것도 야구다. 나는 내 인생이 야구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이제 60 중반을 넘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아있는지 모르지만, 끝까지 야구를 전하며 살아갈 생각이다.
다시 한번 라오스 야구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내가 받은 칭찬과 관심의 전부를 라오스 선수단과 후원자들에게 돌려드리려 한다. 또 나를 부르는 곳이 있으면 그곳이 어디가 됐든지 열심히 달려가려 한다. 10년 전 라오스에 처음 갔을 때처럼 두렵고 떨리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도전은 언제나 설레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말 그대로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Never ever give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