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 송금’ 이화영 재판, 김형태 변호사 메가톤급 안전핀 뽑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쌍방울 대북송금’이라 쓰고, ‘이재명 PP’로 읽다

이해찬이 보내 평화부지사된 이화영 키맨, 이재명까지 ‘쓰리 李’
언론 8일 이화영 재판파행 겉만 다루고, 메가톤급 핵심 놓쳐

[아시아엔=최영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그의 직함은 전 킨텍스 대표이나, 의원보다는 평화부지사가 어울린다. 그때 전후의 행적으로 재판도 받고 있다.

민변 회장 출신, 굴지의 덕수 로펌 대표인 김형태 변호사가 이화영의 의사를 확인하지도 않고 맘대로 재판부 기피신청서를 냈다. 겉만 보면, 이 문제로 재판이 파행을 겪었다. 피고인이 원해야만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김형태 변호사가 그런 절차도 없이 덜컥 냈다. 재판부가 이화영에게 물어 신청은 철회됐다.

언론들은 여기에만 주목, ‘있을 수 없는 일’ ‘이화영 재판 파행’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 변호사 역시 민주당 관련 사건에서 횡행한 ‘감시 변호사’ 중 한 명이라고 몰아세웠다. 변호가 목적이 아니라 피고인이 진실을 말하지 못하게 감시역을 하는 사람이란다.

김형태 변호사 <사진 연합뉴스>

김형태 변호사가 누군가? 문재인 대통령 시절 정말 잘나간 민변의 창립멤버다. 과거 재야법조계에서 이름난 덕수로펌 대표다. 나이도 이제 원로급이다. “민변 대표까지 지낸 사람이 어떻게 이런 짓을…” 변협에서 징계할 사안이라고 언론은 성토했다. 이것은 하찮은 겉이다. 바람부는 대양의 잔 물결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저류, 깊은 속을 보자.

재판 때 함세웅 신부가 방청석에서 보였다. 진보 원로급 모임, 원탁회의 좌장급이다. 그가 왜 이화영 재판에 뜬금없이 출석했을까? 변호인도 거물급인 김형태 변호사가 불쑥 나타났다. 곡절을 궁금하게 여겼어야 한다. 눈뜬 장님, 당달봉사처럼 중요 핵심을 놓쳤다.

수포로 돌아갈 게 빤한 재판부 기피신청이라는 잔물결에 현혹되는 바람에 속을 못 봤다. 이화영이 이재명 방북비용을 쌍방울이 대신 내준 사실을 보고했다고 진술을 뒤집어서다. 이게 사실이면 이재명은 뇌물혐의를 받게 된다.

그때부터 법정에서 해괴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이화영의 부인은 지난달 남편 모르게 서모 변호사의 해임 신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직후 이화영이 “변호사 해임은 내 의사가 아니다”라고 하자, 아내가 “정신 차려라”라고 고함쳤다.

변호사가 진술 번복을 사주했다는 주장도 했다. 부장판사 출신 해광 소속 서 변호사가 그럴 리 없다. 경위야 무엇이든 서 변호사가 이화영의 정상참작이나 감형을 위해 그렇게 했을 텐데… 두번째 해프닝. 덕수로펌이 선임돼 있긴 했다.

그러나 대표인 김형태 변호사가 8일 불쑥 나왔다. 서 변호사가 요청했거나, 아니면 민주당에서 했을 거다. 그러니 거물급 김형태가 무거운 발걸음을 했다. 김형태 변호사가 누구냐? 과거 5공 때, 소장 인권변호사로 맹활약했다. 그러니 터무니 없는 논리를 펴진 않았을 거다.

이에 필자는 이쪽 사정에 정통한 지인에게 알아봤다. 이 지인은 매우 논리적이다. 유일한 흠은 말이 너무 길다. 하여튼 40여분 간 속사정을 낱낱이 들었다. 김 변호사는 포커스를 이화영이 번복한 진술의 임의성을 뒤집는데 맞췄다. 이화영이 이재명에게 보고하고 어쩌고는 공소사실과는 무관하다는 논리를 폈다.

이재명을 빨리 구속기소해 그 사건의 증인으로 이화영을 불렀을 때 따질 문제라 했다. 형사소송 법리로 미뤄보면 말이 된다.

김변은 이화영에게 오락가락 하지 말라고 다그쳤다. 이재명은 무관하다는 진술과, 보고했다는 번복 중 어느 쪽인지 분명하게 정하라는 취지다. 이화영은 우물쭈물 확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김형태가 기피신청과 함께 이화영의 검찰 진술을 부인하는 6쪽의 의견서를 냈다. 김변은 이재명의 선거법 위반 변호도 했다.

이화영은 의견서에, “처음 듣는 내용”이라 했다. 김변이 피고인도 모르는 의견서를 냈다는 거다. 김변은 변론을 맡겠다고 했지만 이화영이 뿌리쳤다. 이 소란으로 예정됐던 증인 신문은 다 취소됐다. 재판 파행은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 검찰청사 연좌시위, 수사 검사 위협, ‘개딸’들의 이화영 영치금 보내기 등이 꼬리를 물었다. 한동훈 법무 장관은 “마피아 영화에 나오는 사법 방해”라고 했다.

여기선 심각한 사법방해, 재판방해는 별개로 하자. 김형태 변호사가 낸 의견서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김성태 쌍방울 회장이 히든카드로 이화영을 협박했다는 거다. 김변은 재판 전 특별면회 등으로 이화영을 만났다. 그때 협박 내용을 자세하게 들어 의견서에 넣었다. 이화영의 진술 번복에 임의성이 없다는 걸 노린 것이다.

3가지였다. 첫째, “이재명 선거법 위반 재판부를 회유했다”는 것. 둘째, “이재명에게 (김용을 통해) 돈을 건넸다”고 했다. 셋째, “(이해찬 대표의) 광장에도 돈을 건넸다”는 거다.

하나하나가 모두 메가톤급이다. 의견서에 담은 3가지는 이화영이 털어놓은 바, 김성태의 협박이다. 일방의 주장이긴 하지만 김성태의 3가지 협박에 이화영이 배신했다. 이재명 대표도 이재명이지만, 주군으로 30년 가깝게 모신 이해찬 대표의 뒤통수까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김성태가 한 3가지 협박은 모두 이화영이 중개했을 거다. 김성태와 이화영은 이화영이 쌍방울 사외이사를 지내고 킨텍스 대표로 간 뒤에도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이다.

김성태의 폭로가 뻥이었다면 압력도 아닐 거다. 이화영이 움찔 진술을 번복한 것을 보면 팩트임에 틀림없을 거다. 실체적 진실은 검찰 수사의 몫으로 돌리자. 아무튼 김형태가 메가톤급 폭탄을 터뜨렸다.

하나하나, 그 후폭풍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할 거다. 버섯구름이 피어난 뒤, 강풍이 정치권과 사법부에도 닥칠 거다. 이재명 선거법 위반 항소심 재판부를 회유했다는 협박이 사실이라면 충격적이다.

권순일 대법관을 움직이기 위해 김만배가 집무실을 8차례 방문한 것이 상기된다. 그렇다면 하급심 때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미뤄볼 때 팩트일 개연성을 짐작할 수 있다.

김형태 변호사가 메가톤급 폭탄의 안전핀을 뽑아버렸다. 검찰은 과연 어떻게 할까? 김변의 폭탄으로 일단 이재명은 시간은 벌었다. 그러나 시간차로 강력한 부메랑이 돌아올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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