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전여옥 전 의원, ‘김건희 여사 악마화’ 비판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사진 왼쪽 연합뉴스, 오른쪽 유튜브채널 ‘전여옥TV’>


암투병 전여옥 전 국회의원, ‘김건희 여사 악마화’ 비판
“맨얼굴, 헐렁 치마 입고 강아지와 남편 배웅나갔을 때”가 최고

[아시아엔=최영훈 <동아일보> 전 편집국장] 전여옥 전 국회의원은 싸움꾼이다. 때로 황당할 때도 많다. 그 여전사(Warrior)가 암 투병 중이다. 인터뷰, 아니 글 잘 쓰는 <조선일보>의 김윤옥 기자가 그를 다뤘다. 촌철의 멘트도 많고, 여전사의 겉·속 사연들이 흥미로와 약간 손을 보고 재구성해 소개한다.

최근 징계인지 기소를 당한 건지, ‘문제적 검사’ 진혜원과 소송을 계기로 암 투병 사실이 공개된 바 있다. “진혜원이 김건희 여사를 조롱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내가 ‘인격살인’이라고 논평했더니 모욕이라며 고소했더라.”

그때 진혜원은 “내(전여옥)가 정계에 복귀하려고 김건희를 두둔한다”고 했다. 그래서 “김소연 변호사가 투병 사실을 밝히면 정계 복귀를 위해 진혜원과 싸우는 게 아님을 대중이 알지 않겠느냐”고 해서 동의했단다.

여 전사는 전쟁하듯 ‘김건희 여사’를 열심히 방어한다. 김윤덕이 “왜냐?” 물었다. “사람이 잘못을 하면 거기에 적당한 형량을 받아야 하는데 김 여사는 자신이 한 것에 비해 너무 가혹하게 받는다고 느꼈다.”

일부 좌파들이 대통령이 무식하다고 공격하지만 “서울법대 나오고, ‘아메리칸 파이’를 그 자리에서 열창하는 사람이니 먹히질 않는다”고 했다. 이 대목이 압권이다. 술고래라고 욕하는데 “윤 대통령이 주사 부렸다”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반면 김건희씨는 여성이라 가짜뉴스로 부풀리기 좋다. 윤통의 약한 고리라는 말이다. “콜걸이니 동거니 얼마나 무자비한가. 암 걸린 내게도 온갖 악플이 쏟아지는데, 김 여사에게는 나의 열 배, 백 배는 달릴 거라 본다.”

전사답게 여옥은 화력도 좋다. “한 여성을 발가벗겨 광화문 네거리에 놓고 짱돌을 던지는 셈이다.” 김윤덕이 “무속, 풍수 등 김 여사의 처신엔 문제가 없나?”고 물었다. “내가 아는 벤처기업인도 전속으로 상담하는 무속인이 있다. 정치인들도 부지기수다. 풍수가 무슨 문제인가.”

“신문마다 ‘오늘의 운세’ 코너도 있는데” 하며, 거침이 없다.

“성형도 그렇다. 나도 보톡스 많이 맞았다. 성형은 개선의 열망이 강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 한다. 의료의 중심이 안티에이징으로 가는 세상에 왜 성형 갖고 난리인가.”

전여옥도 정치 입문 전에 언론에 발도 담갔다. “다만 김 여사에게 조언하고 싶은 건 있다. 그녀가 가장 예뻐 보인 건 맨얼굴에 헐렁한 치마 입고 강아지와 함께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 나갔을 때다. 화장 안 해도, 애교머리 안 해도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이다.”

이제 김윤덕이 칼을 뽑는다. “그래도 리투아니아 명품숍 논란을 ‘마녀사냥’이라 감싼 건 오버”라고 말이다. “빡빡한 공식일정 중 머리 식히려고 산책한 걸 갖고 너무 심하게 비난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블로그에 들어오시는 한 남자분이 화가 나서 댓글을 올렸더라. 우리는 보수정권을 지키기 위해 후쿠시마 오염수에 양평고속도로까지 야당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안간힘을 쓰는데 어떻게 영부인이 명품가게에 들어갈 수 있냐”고.

순발력도 좋다. “그 글을 읽고 반성했다. 내가 같은 여성으로 너무 김건희를 동정했다는 생각에…” 그래서 “김 여사에게 을도 아닌 ‘정(丁)의 각오로 대통령을 보필해 달라’는 글을 뒤이어 올렸다”고 털어놨다.

“전여옥의 입은 여전히 거칠더라. ‘전여옥 TV’에서 민주당을 무뢰배, 당대표를 잡사범”이라고 말을 빌어 찔렀다.

“인생이 2미터의 물이라면 난 1미터밖에 몰랐는데 암을 통해 1.5미터는 더 내려가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세계를 보고 있다. 누군가를 용서하기까지의 시간도 짧아졌다.”

고단한 역정 끝에 체득한 성찰이 엿보인다. 그래도 창끝은 예리하다. ‘아픈데 유튜브와 블로그는 왜 그리 맹렬히 하시나?’ 김윤덕의 질문에 전여옥은 답했다. “암을 선고받으니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어떻게 나머지를 사느냐가 중요해졌다. 내겐 사회를 향한 발언이 또 하나의 치유 방법이다.”

좀 군색하게, 억지로 들렸다. 그러나 “암을 눈가의 잔주름처럼 여기며 산다”고 넋두리 하니, 그만 짠해진다. 그의 암 투병은 두달 여 전 알려졌다. “대통령도 아닌데 국민에게 내 건강 상태를 공표할 필요가 있나. 또 내가 암이라고 하면 좌파들이 얼마나 저주를 퍼부을 건가.”

정치 촌평도 했다. “…내가 정치할 때 만난 민주당 의원 중엔 괜찮은 이가 참 많았다. 독재와 싸운 역사가 있고, 민주주의 위해 자신을 던진 사람들이었다. 그런 민주당이 타락한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청춘의 빛을 다 잃어버린 노회한 정당 같다고 할까?”

국회의장을 지낸 임채정 같은 분은 지금도 존경한단다. 존경의 이유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려면 고쳐야 할 것에 대해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셨기 때문이란다. “그런 인간적 면모가 사라진 권력 괴물이 지금의 민주당이다.” 촌철살인의 멘트다.

‘박지원 의원도 저격했다.’고 하자 “내가 정치는 오래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게, 나이 많은 정치인들의 권력욕을 보면서다. 솔직히 내리 3선 이상은 국회의원 못 하게 해야 한다. 다선 의원에 장관까지 했으면 후배들 디딤돌이 돼줘야 하는데 정치를 또 하겠다고 나서니 얼마나 추한가?”

그의 말에 나도 120%공감이다. “제발 여의도에서 나와 서민의 땅을 밟아보라. 김밥천국에도 가보시라.” ‘정치를 안 했다면 더 건강하지 않았을까?’ 또 ‘박근혜 대통령에게 맞서지 않았다면 지금도 정치를 하고 있지 않을까?’ 김윤덕이 물었다.

“100% 지는 싸움이었지만 보수를 지지하는 국민을 위해 나라도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 대통령의 문제를 모두가 알았지만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국민 앞에 큰 죄를 짓는 거라고 생각했다.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김윤덕은 그에게 ‘탄핵된 박 대통령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겠다’고 툭 던졌다. “난 박 대통령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에겐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애국심이 있고, 대중을 움직이는 데 누구보다 뛰어난 정치인이었으며, 권력 의지는 DJ(김대중)보다도 강했다.”

‘윤석열 후보를 일찌감치 지지했다.'(김윤덕)
“검사에 대한 편견이 있었지만, 권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걸 보면서 이런 사람이 나라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에 요리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나와 매우 비슷했고(웃음).”

윤통도 잘못하면 비판할지 묻자, 즉답을 한 모양이다. “물론이다. 내가 윤석열을 남자로 좋아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하하!”

‘우려하는 점은?’ “인사는 좀 실망스럽다. 하지만 그분이 27년을 검사만 해서 이재명이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는 알아도, 누가 진짜 능력 있는 사람인지는 모를 거다. 그래서 대통령이 물망에 오른 후보들과 최소 1시간 대화를 나눠보면 좋겠다. 적어도 3배수를 두고 결정했으면 한다.”

‘내년 총선은?’ “윤통이 지금 팔수 중이다 생각하며 겸손하게 나아가면 승산 있다. 김 여사는 ‘부산 이즈 레디’ 같은 열쇠고리 달고 엑스포 유치에 힘쓸 게 아니라 보육원 아이들, 반지하에 사는 아이들 문제를 살피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전여옥은 암투병을 하며 많은 모자를 선물 받았다. “내가 떠난 뒤 남겨질 수많은 책들과 잡동사니들 때문에 아들이 고생할까봐 미리미리 정리하는 중”이라고 김윤덕과의 만남을 맺었다.

나는 이 대목에 여운이 남았다. 윤덕이 슬쩍 화제를 돌린 지점이다.
“누가 떠밀어서가 아니라 내 발로 들어간 정치다. 오히려 내 인생에 전기를 맞았다. 나의 성취는 순전히 내가 잘났기 때문이라 여겼는데, 정치를 하고 수많은 유권자를 만나보니, 난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더라.”

정치꾼들도 새겨봤으면 한다, 제발…

“정치는 남의 인생을 사는 거라 행복하진 않았다. 매일매일 지뢰밭을 밞으며 검투사처럼 살았다.” 그러니 상처주고 몇 배 더 돌려받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극심한 그 스트레스들로, 암 투병에 이르렀겠지. 태어나 조금이라도 더 세상을 낫게 만들거나 단 한 사람이라도 더 행복하게 만드는 삶! 그런 삶으로, 투사나 전사의 삶에서 벗어날 순 없을까?

유튜브도 SNS도 영원할 리가 없는데…그래도 그것들이 삶의 동력을 제공해준다고 하니 어쩌겠나? 비우고 내려놓으면, 그 길로 막다른 골목이다. 달리는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듯이 말이다.

인터뷰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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