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이균용 유력···사법 신뢰·법치 복원 ‘중책

2017년 10월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이균용 판사. 당시 서울남부지방법원장이었다.

이종석 헌재 재판관, 오석준 대법관 등도 후보군

요즘 유수의 로펌들도 재판부의 성향을 살핀다. A판사가 주심이면, 판결이 A로 난다. 정치성향이 다른 B가 맡으면 B로… 판사의 성향에 따라 선고가 들쭉날쭉 한다.

최근 역대급 정치 판결이 나왔다. 그 결과로 사법 불신은 증폭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여당 정진석 의원에게 징역 6개월 실형이 선고됐다. 혐의에 비해 이례적으로 무거운 형을 선고한 판사는 서울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이다. 그는 이 재판을 맡기 전, 쓴 글 일부를 삭제했다. 과거 글들에서 현 여당 비판과 박근혜 탄핵 찬성을 비롯해 친야 성향을 드러냈다.

그는 벌금 500만원이 구형된 정진석에게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6개월을 때렸다. 당연히 정 의원은 “감정적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법조인들도 “다른 명예훼손 사건과 비교해 이례적으로 높은 형량”이라고 평가했다. 박 판사가 고교나 대학 때 썼던 글들과, 소셜미디어 활동 내용이 도마에 올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이를 주도했던 당시 야당을 비판하는 내용 일색이었다. 문재인, 유시민, 주진우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했다. 이재명 대표는 그런 박 판사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했다. 대부분 팔로우 계정은 현 야권 인사들로 드러났다. 정진석 의원은 2017년 9월 페북에 이렇게 썼다. “노 전 대통령 부부가 부부 싸움 끝에 아내 권양숙 여사는 가출했고, 노 전 대통령은 혼자 남아 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 판사는 “글 내용이 악의적이라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박 판사는 고3 때부터 이런 인식을 드러냈다. “만일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고 싶으면 불법 자금으로 국회의원을 해 처먹은 대다수의 의원들이 먼저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다.”(2003년 3월)

대학 신문사 기자이던 2004년 3월 13일 ‘미군 장갑차 사망 여중생 추모 행사’ 참석 후기도 있다. “전·의경들이 무슨 잘못이…천대 만대 국회의원 해먹기 위해, 대통령을 탄핵시킨 한나라당 녀석들 때문…” 군 법무관 때인 2014년 트위터에서 당시 여당 비판기사나 글에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다.

“정치 성향이 친노라서, 판결에도 영향을 미쳤을 거다.”(판사 C) 이러니 사법신뢰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한다. 헌법에 그렇게 나온다. 법은 그렇다치고, 그 애매모호한 ‘양심’이 문제다. 그 양심이 판사에 따라 들쭉날쭉 하면 되겠는가? 사법정의 구현 과정에서 구체적 타당성에 못지 않게, 아니 더 중요한 게 법적 안정이다. “그래서 그 양심은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 객관화한 영역의 그 무엇일 필요가 있다.”(김황식 전 총리)

친노라는 정치지향은 사상의 자유로 용인된다. 판관으로서 심판할 때, 그걸 표출해선 안 된다. ‘정진석 판결’은 사법신뢰를 훼손한 역대급 사례다. “판사도 정치적 의견을 가질 수 있지만, 이번 판결처럼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건 문제다.”(변호사 D)

특히 인신구속에 직결되는 형사판결은 판사가 누구냐에 따라 춤을 춰선 안 된다. 일정한 범위 안에서 선고가 이뤄져야만 한다는 말이다. ‘거짓명수’로 칭한 사법수장은 그 대원칙마저 훼손했다. 기본 중의 기본이 무너진 건 극치의 비정상이다. 그것을 후임 대법원장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정진석이 유죄라면, 야당발 가짜뉴스는 모두 징역형 깜…”(여당의원 E)

사법신뢰와 형사 재판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법관은 떠나야 한다. 이수진 의원처럼 차리리 법원을 떠나 여의도로 가 배지 달고 정치를 하라는 말이다. 임기가 곧 만료될 김명수 대법원장 후임으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유력한 모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22일쯤 후보자로 지명할 모양이다. “현시점에선 이균용 판사가 유력하다”(대통령실 F) “이균용 판사가 사실상 낙점된 것으로 안다”(중진 G)

이균용 판사는 부산 중앙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서울민사지법을 거쳐, 엘리트 코스인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두 차례나 맡았다. 2009년 고법 부장에 오른 뒤, 서울남부지법과 대전고법의 법원장을 지냈다. 사법부 내 엘리트들이 참여한 민사판례연구회 회원으로도 활동했다. 그래서 해외법제에도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향은 대표적 보수성향 법관으로 분류된다. 작년 김재형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3명(이균용 오석준 오영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사법신뢰가 이처럼 무너진 예가 없다. 과거 0.001% 정치적 사건 때마다 철권 통치자 눈치를 본 사법흑역사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지극히 예외적인 사건들에 국한됐다. 지금 사법신뢰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김명수 코트는 ‘사법의 정치화’를 불렀다. 말이 좋아 그렇지, 정치적 이념적으로 당시 친여나 좌편향 판사들만 요직에 기용했다. 정치 난장으로 사법부를 망쳐 놓은 것이다.

사법의 정치 난장화를 정상화시켜야만 한다. 춘천지법원장을 사법부 수장으로 올린 전임 대통령 탓이라고 나는 단언한다. 그러자 보답하듯, ‘문통 푸들’로 굽신거렸다. 사법부의 비정상화는 지금 심각한 양상이다. 법치의 중핵이 무너지면 사회는 정글화한다. 자력구제나 린치로 가면, 민초들만 당한다. 무너진 사법의 신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고, 바로 잡아야 한다.

사법부 정상화는 나라를 바로 세우는 절체절명의 과제 중 하나다. 사법신뢰 회복과 법치의 복원이라는 중차대한 과제가 이균용 판사의 어깨에 놓일 거다. 그는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다. 두 사람은 아는 사이지만, 교류는 많지 않다. “(윤통이) 서울지검장이 된 뒤, 서로 본 적이 없다”(여권 H) 이종석 헌재 재판관, 오석준 대법관 등도 후보군에 있었다.

“인사권자가 지명하기 전에는 바뀔 수 있기에 끝까지 봐야…”라고 신중하게 말한다. 하지만, 이균용 쪽으로 추가 기운 듯하다. ‘하늘이 두 조각이 나도, 정의는 바로 세우라!’ 그런 자세로 사법수장의 엄중한 책무를 수행할 자신이 없으면 그 자리에 오르지 마라. 추상같은 자세로 들보가 비틀어지고 기둥이 휜 사법부를 광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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