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칼럼] 대법원장 후보 이균용, ‘히드라’ 죽인 헤라클레스처럼
사법흑역사 쓴 김명수 법원의 최악 정치적 재판지연 사례들
민초들도 머리 아홉 히드라 괴물 같은 엿가락 재판에 고통
윤석열 대통령이 사법수장 후보자로 낙점한 이균용. 그는 극심한 재판 지연을 “히드라 같다”고 통탄했다. 히드라(?δρα)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한 괴물이다. 머리가 9개인 파충류 형상으로 거대한 물뱀 같다. 키마이라 등과 함께 티폰과 에키드나 사이에서 났다. 9개 중 8개는 없앨 수 있지만 가운데 머리는 不死다. 자른 뒤 횃불로 지져도 죽지 않는다. 그만큼 질기고 무시무시한 괴물이다. 목을 하나 자르면, 두 개가 더 생긴다. 괴물이 뿜는 점액에는 강력한 독까지 들어있다. 마시거나 닿으면 온몸의 살이 썩어 들어간다. 그래서 신들조차 건들이지 못한 불멸의 괴수다.영웅 헤라클레스가 그 히드라를 죽였다.
이균용 판사도 헤라클레스처럼 용맹할 것인가? 김명수 코트는 최악의 사법흑역사를 썼다. 김명수 아래 사법부는 민감한 주요 형사재판을 끌고 또 끌었다. 김명수 직할의 대법원 책임이 매우 무겁다.
‘조국 재판’이 가장 문제였다. 2019년 12월 말, 재판에 넘겨진 조국은 지난 2월에야 1심 선고(징역 2년형)가 내려졌다. 기소 후 3년 8개월이 지나도록 항소심이다. 1심 재판장 김미리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조국 재판, 청와대의 울산시장 부정선거 재판을 심리하다 2021년 4월 건강을 이유로 휴직했다. 1심 중 돌연한 재판장 교체로 재판은 엿가락처럼 늘어졌다.
울산시장 부정선거 재판은 한 술 더 떴다. 기소 뒤 3년 7개월째 1심 계류 중이다. 서경환 대법관은 청문회에서 “지체된 정의(delayed Justice)”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민주당 최강욱은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2년여 전 기소된 바 있다. 1·2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금고 이상의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21대 국회가 7개월여 남도록 미뤄 두고 있다. 김명수 코트의 ‘친거야’ 당파성 탓이다. 시간을 더 끌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겼다.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유용 혐의를 받는 무소속 윤미향 의원. 2020년 9월 기소부터 1심 선고까지 2년 5개월 걸렸다. 23일 겨우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렸다. 과거에도 복잡해 떡을 치는 사건이 있긴 했다. 그러나,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주요 정치인 재판들이 이렇게 줄줄이 지연된 사례는 없다.
참으로, 뻔뻔한 봐주기요 미뤄 망개는 기현상이다. 반면 여당 출신의 구청장 김태우 재판은 기소 후 3개월 만에 뚝딱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참 편파적이고 정치적인 김명수 코트다. 후안무치하다.
후보자 이균용은 대법원장 지명 전부터 천명했다. “재판 지연 문제는 머리가 여러 개 달린 괴물 ‘히드라’와 같다.”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해결책도 다각적일 필요가 있다는 거다. “독일, 일본처럼 신속한 재판을 위한 법률 제정 등 입법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그의 소신에 박수를 보낸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인기영합 차원으로 덜컥 고법부장 승진제를 폐지했다. 그후 칼퇴근 웰빙 판사들이 양산됐다. 서초동 검찰청사에는 밤늦게 불이 환하다. 반면 이웃 법원청사는 캄캄해 대조적이다. “좋은 재판을 위한 워라벨이 아니다.” 사법시험 합격하면, 성적만 좋으면 좋은 대우다. 물론, 유수 로펌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만 말이다.
워라벨로 흥청망청하는 조직에는 미래가 없다. “‘기능체’가 ‘공동체’가 되는 순간 망한다”(이균용) 존경을 받으려면,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 헌법 27조 3항에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규정이 엄연하다. 민사소송법은 “판결은 소송이 제기된 날부터 5개월 이내 해야 한다”고 뚜렷하게 적시한다. 헌재가 강제성 없는 ‘훈시규정’이라고 판시해버렸다.
요즘 서초동 법관들은 전가의 보도처럼 여긴다. 과거에도 이 조항은 존재했을 뿐이다. 실제로 법관들이 금과옥조로 지키진 않았다. 그러나 법원장이 재판 지연을 따끔하게 꾸짖었다. 김명수 코트에선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이유로 그런 경고도 사라졌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Delayed Justice is not Justice!)’ 법원 접수 후 1년 넘게 선고가 안 난 사건(2021년 기준)이 민사 9만8879건, 형사 1만8920건으로 총 11만7799건에 이른다. 또 접수부터 선고까지 평균 252.3일(2014년 기준)이 걸린 민사합의 1심은 2021년 364.1일로 110일 넘게 늘었다. 판사들이 매달 판결문을 주 3건, 3주 동안 총 9건만 작성하고 마지막 한 주는 쉰다. 이른바 ‘3·3·3 캡’으로 재판 지연이 만성화했다.
독일은 재판 지연 해결책으로 2011년 ‘재판지연보상법’을 만들었다. 재판 1개월 지연 때마다 정부가 100유로(약 14만원)를 보상한다. 상급 법원이 소송의 복잡성, 소송 참가자들의 참여 성실도를 따져 보상 범위를 정한다. 5년 6개월 걸린 유족연금 청구 재판에서 2년 6개월 치 손실 보상이 인정되기도 했다.
일본도 장기 미제 재판을 해소하기 위해 2003년 ‘재판 신속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처리 절차에 필요한 기간, 장기화 원인에 대한 조사 분석 검증을 해 2년마다 공표한다.
“무너진 사법 신뢰와 재판의 권위를 회복해 자유와 권리에 봉사하겠다.”(이균용) 이 후보자는 23일 오전 김명수 원장과 면담하러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 들렀다. 몇백m 짧은 길인데 관용차를 타고 왔다. 6년 쯤 전, 김명수가 연출한 쇼가 상기됐다. 춘천에서 시외버스로 서울로 온 쇼 말이다. 22일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모친상을 치르느라 언론과 못 만나, 첫 공식 상견례를 했다. 이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바람직한 법원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성찰해보겠다”고 했다. ‘사법신뢰 저하와 정치화…’ 질문에, “재판의 공정과 중립성은 어느 나라에서나 기본”이라고 했다.
고법원장이던 작년 12월 지방변호사회에 기고한 글이 화제였다. “모든 법관은 법의 지배에 따라야 하고 두려움이나 편견 없이 그것을 보호하고 실행해야 하며, 법관으로서 독립성을 침해하는 어떤 정부나 정당에도 맞서야 한다.” 그때 ‘사법의 정치화’를 강도높게 비판도 했다.
‘Justice alone sustains society(정의만이 사회를 지탱한다)’ ‘견리사의(見利思義)’가 카톡 계정에 적혀있다. 영어는 미국 법무부 청사 입구에 새겨진 문구다. 한문은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남긴 논어 구절. ‘이득 앞에 서면, 옳은지 먼저 생각하라’는 뜻이다.
이균용과 김명수는 10여 분간 대화를 나눴다. “청문회 준비 잘하시고, 건강 잘 챙기시라”고 덕담이 오갔다. 둘은 모두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바 있다. 2000년대 초 배기원 대법관 밑에서 재판연구관도 함께 했다. 이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친하냐는 질문에 “김 대법원장과 훨씬 더 자주 술을 마셨다”고 했다. 면담 후 행정처 관계자들과 만나 청문회 준비에 대한 얘기도 나눴다. ‘국민 눈높이에 맞춘 판결문’ ‘쉬운 법률 용어 사용’을 강조했다고 한다.
“민사나 형사나 판결문을 쉽게 쓰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판결문을 보고 국민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판결문 앞에 사건의 요지를 6줄 정도로 꼭 적었다”
이 자리에서 ‘징역 10월에 처한다’ 일화도 소개했단다. “과거에 징역 10월에 처한다고 했더니 10월(月)까지만 형을 사는 줄 알고 항소하지 않은 경우가 실제로 있었다. 이후 10개월(個月)로 고쳐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 이균용 후보자에게 기대가 크다. 무너진 사법신뢰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거다. 괴물 히드라와 같이 늘어진 엿가락 재판부터 시급히 해결하길 바란다. 헤라클레스처럼 용맹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