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칼럼] 김명수 ‘사법 흑역사’를 고발한다
퇴임 때까지 거짓말이나 하는가?
검사도 거짓말 하면 안 된다. 진실을 말하면 경천동지할 일이 생길 때도 있다. 꼭 입을 닫아야 할 때면, 노코멘트 하면 된다. 준사법기관의 일원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옳고 그름을 가리는 판사야 말할 나위조차 없다. 그런데 3000명 넘는 판관들의 수장이 거짓부렁을 했다면?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에게 옷을 벗지 말라고 했다. “(국회가) 탄핵하겠다, 저 난린데…” 운운했다.
야당이 문제 삼자 말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사법부 수장의 인품을 믿지 못했는지, 대화 내용을 임성근 판사가 녹음을 해뒀다. 임 판사가 되려 거짓말쟁이로 몰리게 됐다. 녹음을 까발릴 수밖에 없게…김명수 대법원장이 자초했다.
퇴임 후 그는 위증혐의로 수사를 받을 지도 모른다. 퇴임 간담회 내용 중 ‘유일한(?) 진실’이다. “퇴임 후 성실하게 수사받겠다”는 대목 말이다. 아니, ‘성실’ 단어를 썼으니 이것도 의심스럽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시작 때부터 마음에 없는 ‘쇼’나 했다. 대법원장 지명을 받고, 춘천에서 굳이 시외버스와 지하철을 바꿔타고 대법원에 왔다. 공식 업무가 아니니, 관용차를 쓸 수 없다고 했다. 그런 쇼로 반짝인기를 얻어보려 연출했다.
그래 놓고는 대법원장이 되자, ‘재판 충실화 예산’ 수억원을 공관 개축비로 돌려썼다. 아들 부부를 1년여 공관에 들어와 살게 했다. ‘아빠 찬스’로 재테크를 하게 해줄 속셈이었다. 그런 김 원장이 1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법관 인사를 “나름의 공정을 유지…” 운운했다. 취임 직후 사법농단 수사를 의뢰하다시피했다.
사법부를 난장판으로 만든 게 바로 김 원장이다. 우리법·인권법 출신은 인품이나 실력에 관계 없이 사법부 내 노른자위 요직에 앉혔다. 부실 법원장을 발탁한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조아렸다. 마음속으로만 그랬다면, 이해라도 해줄 거다.
문재인 정권에 불리한 판결을 하면 한직으로 내려 보냈다. 대법관 14명 중 절반을 진보좌파로 채웠다. 마음 속,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게 아니다. 임명된 대법관들이 우리법·인권법·민변 출신이니 삼척동자라도 짐작이 가능하다. 거의 전례가 없는 ‘인사 폭거’가 아닐 수 없다.
최악 대법원장 김명수가 저지른 최악은 인사다. 중견 법관 출신의 누군가 내게 귀띔했다. “사법부 인사는 멍청하다. 사법시험과 연수원 성적을 ‘나누기 2’ 해서 금과옥조로 삼았다.” 인사 민원을 외부에서 해본들 ‘꽝’이었다. 사법시험 동기나 가까운 선후배라면 다 안다. 누가 몇 등, 두 점수를 합치면 전체 법관 중 몇 등, 어디 보직까지 갈 수 있는지 말이다. 그 ‘바보인사’를 개혁이랍시고 폭파 해체했다. 바보처럼 보이지만, 시기심이 강한 엘리트들 인사를 공정하게 할 차선책이기도 했건만…
“인사 공정” 운운이 거짓임은 김명수도 알았을 거다. 김명수 코트의 친정권 판관들은 ‘정치’를 했다. 3년 전 기소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불법개입 사건’ 1심도 우리법 출신이 맡았다. 그 판사가 15개월간 심리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1심이 아직 진행 중이다. 판사 A는 뇌물 받은 사람의 형량을 뇌물 건넨 사람보다 더 낮추는 ‘만행’을 저질렀다. 판사 B는 명예훼손으로 기소돼 벌금형이 구형된 여당 중진에게 무거운 실형을 때렸다. 김명수 원장이 중임한 정치판사는 여당 당내 사안에 개입한 문제적 결정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잘못 된 건 최고법원의 판결이다. 김명수 대법원은 ‘TV토론 때 한 거짓말은 허위사실 공표가 아니다’라고 버젓이 판시했다. 이재명 대선 출마의 걸림돌을 아예 치워줬다. 양식있는 법조 3륜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판결로 화천대유 김만배와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의혹까지 불거져 있다.
김명수 코트의 벌거벗은 몰골은 꼴사납다. 개혁 운운한 사법행정도 엉망진창이었다. 사법부의 정치화로 국민 피해만 심각하다. 무엇보다 법원장을 투표로 뽑는 제도 말이다. 그 자체가 개악의 소지가 높은 조치였다. 그나마 최소한 절차적 공정도 무시했다. 최다 득표를 못한 친정권 판사를 법원장에 밀어붙였다. 작금의 법원장들은 판사 눈치보느라 인사평정이나 재판지연 방지에 손을 놓고 있다.
고법 부장제를 준비 없이 덜컥 없앴다. 뛰어난 법관들이 열심히 할 동기도 사라졌다. 최근 엘리트 법관 이직사태는 이를 웅변한다. ‘3주 재판-1주 쉬는’ 웰빙 관행이 뿌리내렸다. 칼 퇴근하는 웰빙 판사들만 속속 늘어난다. 그 결과는 재판 지연으로 나타났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만 그런 게 아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국민만 고통 받고, 인기주의 정책의 피해자다. 김명수는 이를 개혁이라고 쓸지 모른다. 나를 비롯한 국민들은 개악이라 읽는다.
재임 중 2년 내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장기미제가 민사 3배, 형사 2배 늘었다. 그런데 김명수는 법관 수 부족과 코로나로 인한 재판 정지를 주 요인으로 꼽았다. 법관 수는 취임 초 2955명에서 3151명으로 200명 가깝게 늘었다. 민사 1심 사건은 35만건에서 34만건으로 오히려 1만건 줄었다. 판사 늘고 사건 줄면, 재판이 빨라져야지 어떻게 더 늦어지는가?
김명수 원장이 이런 현실을 모를까, 아니 거짓이다. 김명수의 인기에 영합한 사법 포퓰리즘 탓이다. 6년 전, 꿈에 부풀어 쓴 취임사도 가관이었다. 자신의 취임을 “변화와 개혁의 상징”이라 했다.
지난 6년은 사법부를 수치스럽게 한 ‘사법 흑역사’다. 과거에도 앞으로도 없을 전무후무 한 수장이다. 판사는 공정(Justice)을 갈구하는 직업이다. 역대 대법원장들은 나름의 권위를 인정받았다. 권위주의 따위가 아니다. 인품과 실력에서 수장의 권위가 서야만 했다.
대법원장은 ‘엘리트 법관들의 대장(Chief Justice)’이다. 사법수장으로서의 권위마저 무너뜨려 버렸다. 재판지연 정치판결들로 사법신뢰는 망가졌다. 퇴임 간담회를 하는 무모한 용기가 놀랍다. 그래서 ‘떠날 때는 말없이’ 갈 줄 알았다. 원래 퇴임사는 발자취로 쓰는 법이다. 자화자찬은 금물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