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ty Fifty, 과욕이 부른 참사
무대에 한번도 안 선 중소돌의 ‘제2 BTS화’ 기적도 물거품
아이돌과 소속사 간 분쟁인데, 이례적인 소속사 동정 여론
올 5월까지 피프티피프티는 아이돌계의 신데렐라였다. 무대에서 서서 노래를 부르지도 않았다. 그러나 미국에 이어 팝의 원조 영국 음반계도 찢어놓았다. ‘얼굴없는 중소돌’, FiftyFifty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꼭 100일 전, 미국 빌보드에 이어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톱 100에서 6주 연속 순위가 치솟았다. K팝 걸그룹 최초로 이 차트에서 톱 10에도 안착했다.
5월 5일(현지시각) 공개된 최신 차트에서 ‘큐피드’는 전주보다 9계단 상승해 9위에 오른 것이다. ‘큐피드’는 96위로 차트에 처음 진입한 뒤 61위→34위→26위→18위→9위로 수직 상승했다. 그전까진, 2020년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의 콜라보 ‘사워 캔디(Sour Candy)’ 17위가 최고였다.
영국 오피셜 차트도 기성을 질렀다. “‘큐피드’가 K팝 걸그룹 첫 톱 10 노래가 되면서, 피프티 피프티가 영국 차트의 역사를 만들었다”
블랙핑크, 뉴진스, 트와이스 등 K팝의 에이스 걸그룹들도 달성하지 못한 초유의 기록을 세운 거다. ‘큐피드’는 미국에 이어 팝의 원조 영국에서도 K팝이 먹힐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역사적 쾌거였다. 당시 ‘큐피드’는 세계 양대 차트인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에도 6주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그러나 호사다마였다. 피프티피프티는 ‘기적의 원 히트’ 뒤 물거품이 될 처지다. 나는 이 중소돌의 소속사 대표 전홍준을 만난 일이 있다. 그와 30년 지기로 부사장이던 최승호를 통해서다. 첫 인상이 대중가요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 같지 않았다. 맑고 밝은, 착하게 살아온 ‘범생과’처럼 보였다.
‘그 바닥에서 30년 작업을 했다면 인상이 좀 그럴 텐데…’ 참 의외였다. 첫 아이돌의 초대박에 무언의 박수를 보내며 축하를 해줬다. 그 무렵, 피프티피프티의 쾌거를 상찬하는 칼럼도 하나 썼다. 그러나 희소식이 들려오는 한편으론, 삐걱거림도 시작됐다. 잘 모르는 분야라, 잘 정리되길 바라며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러다 법적 쟁송으로 번져, 장외에서도 와글와글 거렸다. 그런데… 소속사와 아이돌 간 분쟁 때, 으례껏 대중은 아이돌 편이었다. 그게 ‘찐 팬심’일 텐데…
의외로 이번에는 소속사를 동정하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전홍준이 “피지컬 앨범 발매를 위해 시계와 차까지 팔았다”고 한 매체에 털어놓아서다. 힘겨웠던 제작 과정을 진솔하게 밝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뒤 운동장은 확 기울었다.
7월 초, 주요 증거도 나왔다. 어트랙트가 워너뮤직코리아와 통화한 녹취파일까지 공개, 결정적 반전의 계기가 됐다.
윤 전무 : “제가 확인할 게 하나 있어서”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 : “네, 네.”
윤 전무 : “제가 안성일 대표한테는 전에 바이아웃을 하는 걸로 저희가 200억 제안을 드린 게 있어요.”
전홍준 : “전 못 들어봤습니다.”
윤 전무 : “못 들어보셨다구요?”
전홍준 : “네.”
전홍준 : “바이아웃이라는 게 뭐에요?”
윤 전무 : “아니 그 레이블…”
전홍준 : “레이블을, 뭐 어떤 거를요?”
윤 전무 : “그러니까 저희가 다.. 보통 표현으로 하면 아이들을 다 인수하고 이런 식으로 말씀을 드린 거…”
전홍준 : “아니, 아니요.”
5월 9일 녹취한 파일의 내용이었다. 소속사 어트랙트는 토종 기획사였다. 그래서 해외 스트리밍 등에 밝은 워너뮤직코리아 출신 인맥의 기버스 측에 의존했다. 큐피드의 ‘원히트 원더(Wonder)’로 다들 눈이 뒤집혔다.
‘기적의 중소돌’ 탄생이 참사를 부른 야욕까지 초대했다. 워너뮤직코리아 측은 계약기간이 도래한 피프티피프티를 털도 뽑지 않고 삼킬 속셈? 기버스 대표 안성일은 워너뮤직 출신 빠꿈이다.
“바이아웃 200억” 운운의 마각을 드러낸 것이다. ‘BTS의 방시혁!’ 그 야심이 멤버 부모들 욕심까지 겹쳐 참사로 귀결됐다. 법적 쟁송은 두 갈래로 진행됐다. 서울민사지법에서 곧 민사는 곧 결론이 날 거다. 형사도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그건 시간이 걸린다. 문제는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이 법정에서 어트랙트에게 이겨본들 상처뿐인 영광이다. 팬심이 떠나버린 그들에게 미래는 없다.
승소가 새로운 출발을 담보해주진 않는다는 거다. 순둥이 전홍준은 단기적으로는 많은 것을 잃은 패자다. 광고 관련으로 구애하던 대기업들도 다 떨어져나가서다. 그러나 그는 장기적으로는 승자일 수밖에 없을 거다. 차와 시계까지 팔아서 중소돌을 키워보려고 했다. 그게 대중들의 동정을 받았다. 대기업들도 이 과정을 지켜봤다. 피프티피프티는 ‘얼굴이 없는 그룹’이다. ‘큐피드’ 노래 하나만으로 단시간에 붕 떴다.
앞으로 전홍준은 새 꿈나무들을 키우면 된다. 사회의 대중의 신뢰를 받고 있어서다. 신뢰(Trust)만큼 중요한 자산은 없다. 기존 멤버들에게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그들이 무대에 오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해외에서 개별 활동이라도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국내 팬들은 그들을 아예 ‘배신돌’ 취급한다. 그들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버렸다. 해외빠꿈이와 부모들 과욕이 겹친 참사였다. 아이돌 그룹이 노력한 대우를 못 받는 예도 많다. 피프티피프티는 작년 11월 데뷔한 신인 들이다. 데뷔한지 채 1년도 안된 그룹의 불만이 지나쳤다. 멤버들은 부모들과 상의 후 법적 대응에 나섰다.
고소장에서 ‘정산이 잘못됐다’며 터무니 없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그 근거는 정확히 대지도 못했다. ‘큐피드-영어 버전’이 해외에서 인기몰이한 건 사실이다. 스트리밍과 SNS 쇼트 덕, 시대 변화의 덕을 톡톡히 봤다. 무대에 서지도 않고, 벼락출세한 신데렐라돌이었다. 듣는 음악, 스트리밍으로 해외에서 인기몰이 했다. 이들이 얻을 수익의 대부분은 해외 저작권료다. 이 수익은 바로 지급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도 마찬가지다. 매월, 혹은 분기별 등 정산해 지급될 것이다. 해외수익은 기간도 문제이지만 국내 저작권 협회로 오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멤버 요구가 지나치다는 여론이 지배적인 이유다. 어트랙트 측은 피프티피프티 ‘강탈’ 시도의 배후로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를 의심한다. 두달 전, 이를 내용증명으로도 발송한 바 있다. 워너뮤직코리아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이 문제는 대중가요계 ‘탬퍼링 논란’으로 번졌다. 소속팀 허가 없이 이적을 꼬시는 협잡을 뜻한다. 국회에서 실태조사를 하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아이돌과 소속사 간 유사분쟁 방지 위한 선진 매뉴얼 절실
전속계약 분쟁은 다른 연예기획사의 가수 빼가기 시도가 원인인 경우가 숱하게 많다. 가요계에도 탬퍼링 논란이 불꽃을 튀긴다. 8월 25일 국회 문체위에서 “공정성 잣대가 제일 중요하다. 그런 기준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박보균 장관)고 했다.
이용 의원은 “디즈니 투자사업 음악 부문에 피프티피프티가 선정됐는데, 이번 논란으로 계약이 파기됐다. 이건 대한민국의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의 탬퍼링 실태 조사가 긴요하다는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 중소 기획사에서 연예인은 ‘가장 귀한 자산’이다. 연예인 탬퍼링을 ‘중소기업 기술 탈취’에 빗댄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는 벌집을 쑤셨다. 대중은 ‘배신돌’ 운운하며 소속사에 동정적이다. 그런데도 멤버 측에 확 기운 편파방송을 한 거다. 불과 5일 만에 사과방송을 하고 꼬리를 내렸다.
“프로그램 폐지” 청원 운동까지 벌어졌다. 비난 댓글만 수백 건에, 폐지 요구 국회청원에도 근 7500명이 동의했다. “K팝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과 팬들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깊은 사과를 드린다”(‘그알’) “후속 방송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겠다”고도 했다.
‘빌보드와 걸그룹-누가 날개를 꺾었나’ 편의 편파방송 논란이 제기된 과정은 이렇다. ‘소속사 어트랙트와 대행사 더기버스 양측에 모두 문제가 있다. 그로 인해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이 피해자가 됐다’는 식이다. 멤버들이 어린 나이에 개인의 삶을 포기하고 노력한 점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다뤘다. 문제는 소속사 투자 선급금 60억원 상당을 멤버들이 모두 갚아야 하는 것처럼 표현했다. 갚아야 할 돈은 육성 ‘직접비’ 30억원이다. 전속계약 기간 중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빚은 소속사가 떠안는 구조라고도 했다. 확인 없이, 멤버 측 변호사 말만 듣고 방송했다.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비판한 내용도 문제였다. 이 사람은 어트랙트도 더기버스도 알지 못하는 가공의 인물이었다.
단순히 피프티 피프티 측에 기운 팬에 불과한데, 조작한 것이란다. 편파방송의 진원지는 멤버 측 부모들로 보인다. 부모들은 ‘그알’ 측에 “어트랙트로 돌아갈 일은 없다”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멤버들의 부모는 소송 전, 팀 이름 상표권을 출원한 바 있다. 미리 계약을 깨고 ‘피프티피프티 상표’로 사업을 하려했던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다. 방송은 그러나 이 부분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은 능력 있는 제작자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진행자) 클로징 멘트까지 편파적이었다. 국내 주요 연예계 단체들은 제작진의 공식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은 “일방적인 주장, 감성에 의한 호소, 확인되지 않은 폭로에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대중문화 산업을 도박판으로 폄하” “정상적 제작사를 도박꾼으로 폄훼”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역시 “SBS와 ‘그알’ 제작진의 공식사과와 정정보도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시청자들은 ‘그알’ 측의 의례적인 사과에 더욱 분노했다. 사과한지 하루도 되지 않아 900건 넘는 댓글이 달렸다. 제작진의 사과가 변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대부분이었다. “국민이 바보라 편파로 느낀다는 거냐?” “진정성도 사과도 없이 무슨 후속 방송!”
방심위에도 시청자들의 민원이 제기됐다. 검토 후 심의소위로 민원이 이첩될 거다. ‘그알’은 멤버 측 주장을 검증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소속사와 아이돌 사이 ‘갑을 관계’에 끼운 맞추기식 보도를 답습했다는 거다. 분쟁 중인 상황에서의 편파보도는 ‘방송심의 규정’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대표가 월말평가에 참여하지 않았다” “부모들이 보낸 음식을 바닥에 던졌다” “멤버 식사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 ‘그알’의 이런 폭로는 기본이 안 돼 있다. 반대 당사자에게 확인하고 반론도 반영했어야 한다. 제작진 눈에 뭔가 씌였든가, 혹시 다른 배경은? 편파적 ‘그알’ 방송에도 합리적 의심은 제기된다. 피프티피프티의 이미지는 바닥을 모를 추락세다. ‘배신돌’이 아니라 ‘중소돌 BTS’로 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번 사태는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티스트와 소속사 간 소모적 분쟁은 ‘K팝의 롱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중예술 선진국 미국 영국 계약 매뉴얼 등 선진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연예계 탬퍼링 실태조사와 소속사 아티스트 간 합리적 분쟁 해결책이 시급하다.
문체부는 연예계의 비합리적, 전근대적인 계약이나 관행들도 한시바삐 정비해야 한다. K한류가, K팝이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격을 드높이는 동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