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칼럼] “그냥 칼맞고 죽으라는 거냐?” 정당방위 요건 너무 까다로워

“이 땅의 판사들이여, ‘법비’라는 질타와 성토의 목소리가 안 들리나? 부디 정신 줄 놓지말고 정신 단단히 차리기 바란다. 사람들이 법 대신, 린치를 택하면 그게 나라냐? 사자나 하이에나가 들끓는 정글과 다름 없다.”(본문 가운데) 사진은 대법원 청사


‘집회 및 시위 허가’ 여부 가처분에도 관대한 일부 판사들

서울 신림동에 이어 분당 서현역 광기의 칼부림에 놀란 가슴들이 많다. 이들 중 일부는 이른바 진보성향의 법리 해석을 하는 일부 법관들을 성토한다. 흉기피습 사건 판결 때 정당방위 인정에 너무 인색한 판사들이 많아서다. 그 바람에 어제 온라인 커뮤니티가 뜨거웠다.

2020년 4월 인천의 한 공원에서 흉기를 휘두른 친구를 맨손으로 때려 다치게 했다. 그래서 상해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는 술을 마시던 친구와 싸웠다. 친구가 휘두른 흉기에 팔이 찔려 피가 났다. A는 친구의 손을 쳐 흉기를 떨어뜨렸다. 그 다음 친구를 때려 전치 5주 상해를 입혔다. A는 “흉기에 찔려 전치 6주가 나왔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당방위 주장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면서도 “상대가 흉기를 놓친 뒤에도 폭행을 계속해 과잉방위다”(주심 판사). 다만 법원은 정상을 참작, 형은 면제해줬다.

지난 7월, 함께 사는 남성이 흉기로 위협하자 이를 뺏어 찌른 여성이 구속되기도 했다. B는 함께 사는 남성이 칼로 위협하자, 뺏어 가슴을 찔렀다. 이 남성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였다. 그래도 경찰은 살인미수로 검찰에 넘겼다.

도둑을 제압하다 사망에 이르게 한 C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정당방위 요건을 까다롭게 적용한 판결들로 논란이 뜨겁다. 판사는 C의 첫 폭행만 정당방위로 인정했다. 절도범이 도망가려는 데도 폭행을 지속한 것은 “정당방위의 한도를 넘어섰다”고 했다. 이후 절도범이 사망함에 따라 2심 때 상해치사로 공소장까지 바뀌어 유죄선고 받았다. 대법원도 “원심판결에 정당방위에 관한 법리 오해의 위법이 없다”며 형을 확정했다.

‘정당방위’ 인정의 법리는 까다롭긴 하다. “사적 구제의 만연’을 방지하려는 입법 의도 때문이다.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고,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어하기 위해 한 행위여야 하며, 방위 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형법)

예컨대 흉기를 들고 위협할 경우 범인 팔을 쳐 흉기를 떨어뜨리는 행위는 정당방위다. 범인의 추가 공격에 대비해 추가 폭행을 지나치게 하면 대체로 과잉방위로 판시한다. 흉기를 빼앗으면 ‘현존하는 침해’가 사라졌단다.

책상물림 법돌이들의 탁상공론이다. 어떻게 날이 선 칼이 공중에 나르고, 선혈이 낭자한데 두부 모 자르듯 판단해 행동하는가? 참으로 안이하기 짝이 없지 않는가? 대한민국 상다수 판관들이 그렇다. 온라인에서 “그냥 죽으라는 말이냐?”고 끓는 이유이기도 하다.

“흉기 들고 난동 부리는데, 어떻게 법에 맞게 적당히 제압하는가?” “도망갈 수밖에 없는데 칼 맞고 도망이나 제대로 갈 수 있겠나?” “누가 칼 들고 덤비면 죽기 아니면 감옥 가기 중에 택하면 된다.”

판관의 탁상공론식 정당방위 인정에 불만을 터뜨리는 말들이다. “판사에게는 판결에 불만만 터뜨려도 형량을 늘리면서, 시민은 칼에 찔려도…” 판사들도 귀가 있고, 양심이 있으면 이런 목소리들을 경청하라.

법정에서 정당방위는 공격에 대한 방어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피해자 법익에 대다수 판사들은 지극히 보수적으로 일관한다. 한국의 치안이 비교적 안전해서 그랬을 거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백주 대낮에 길 가다 갑자기 괴한에게 찔린다. ‘묻지마 칼부림’이 일상화한 상황이다.

거기에 맞춰 정당방위를 대폭 인정해야 한다. 민노총 집회 때마다 도심의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집회 가처분 때 이른바 진보성향 판사들은 그냥 허용한다. 그러니 “판사들도 당해 봐야!”라는 볼멘소리들이 나온다. 일부 판사들로 사법신뢰가 흔들린다.

무너지긴 쉬워도 바로세우기 힘든 게 신뢰다. 김명수 사법수장 이후, 사법부는 바닥을 치고 지하실로 추락 중이다. ‘사법 니힐(Nihil, 허무주의)’이 사회에 번지면 그 사회는 위험하다. 엉터리 심판 대신, 법보다 주먹을 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안도 판사에 따라 들쭉날쭉 판결한다.

이 땅의 판사들이여, ‘법비’라는 질타와 성토의 목소리가 안 들리나? 부디 정신 줄 놓지말고 정신 단단히 차리기 바란다. 사람들이 법 대신, 린치를 택하면 그게 나라냐? 사자나 하이에나가 들끓는 정글과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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