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칼럼] 국립현대미술관장 인사 난맥 언제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연합뉴스>

미술계 혀 끌끌 차는 ‘국립현대미술관장 인선 흑역사’ 언제까지 지속할 건가?

지인이 카톡 글로 울분을 토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는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국현) 관장 인사는 “여전히 개판 오분 전”이란다.

필자는 현대미술계를 잘 모른다. 지인 카톡 글을 일부 전재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공모에 심상용, 김찬동, 김성희 세 사람으로 최종 낙착, 장관결재만 남은 듯…

문재인 정부 때 문제적 인사 연임까지 시키더니 윤석열 정부도 오십보백보? 그 말이 맞다면, ‘국현관장 흑역사’는 돌고 돈다.

“***는 영어가 안되고, ***는 무능하고, ***는 전혀 고려할만한 사람조차 못됨… 3배수로 올라온 게 수상하다?”

셋 모두 정부가 지향하는 작가의 해외진출, 국립현대미술관의 국제화 구현에는 역량이 너무 부족하다. “***처럼 S화랑에서 일했고, 지금도 어느 화랑과 결탁돼 있다는 평을 받는 사람을 임용…”

전임자가 G화랑과 결탁, 노출됐던 문제들이 재현될 게 그믐밤에 불 보듯 하다는 거다. 전임자는 미술평론가 출신으로 3년 임기를 채우고, 연임에 성공해 알박기 논란을 빚었다. 무능 무책임한 경영이 드러나 중도 낙마한 바 있다. 대행 체제로 가다 인선한 게 이 모양이란 얘기다.

“무엇보다 미술계가 정부에 등을 돌릴 수도 있다…”(지인)
미술계 들끓는 분노에 ‘전적 동감’이라는 의견이 많단다.
“답답해…능력자들이 넘치는데, 윤석열 정부 인사가…”
그는 “차라리 초빙 지명하는 게..”라고 분노를 터뜨렸다.

현대미술은 ‘굴뚝 없는 공장’이나 다름없다. 생존작가 중 작품 값이 가장 비싼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예술가의 초상’은 2018년 11월 뉴욕 크리스티에서 1000억원 넘게 팔렸다. 역대 미술품 거래가 최고액을 경신한 것이다. 작품 한 점이 9000만 달러를 넘었다니…
호크니는 그림만으로 중견기업이 아닌가?

국내 유명 조각가들 중에도 조수들만 20~30명씩 거느리며 작업하는 사람들이 있다. 산업화하는 현대미술에는 개념미술이 많다.
조영남만 그림을 대신 그리게 하는 게 아니다. 작가는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조수들이 만든다. 일본 무라카미 다카시가 작업실을 ‘팩토리’라고 부르는 이유다. 현대미술은 AI와도 결합, 4차산업혁명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현대미술이 홀대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작품이 10억대를 넘는 생존작가는 3명이다. 이우환 박서보 정상화 등 단색화 대표 작가들. 10년 전, 단색화 전시와 아트페어, 학술대회가 잇달아 열리며 작품가가 치솟은 결과다.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의 단색화전’이 기폭제였다.

현대미술은 난해하기 짝이 없다.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누가 장식하게 될지 누가 알겠나? 나도 깜깜한 청맹과니 중 한명이지만 말이다. 미술관 큐레이터나 평론가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안목으로 역량있는 작가를 발굴해야 한다. 전시해주는 멍석깔기와 미학적 의미를 부여하는 품평으로 해외시장의 문도 두드려야 한다. 이런 마케팅과 미술 생태계 정점에 ‘국현’이 서있다.

그러나 국현 관장 인선은 여전히 주먹구구다. 현대미술에 대한 홀대를 웅변하는 듯하다. 국현 관장의 직급이 나급(2급) 국장급에서 가급으로 올린지 불과 2년여 됐다. 차관급인 문화재청장이나 국립박물관장에 비해 여전히 낮다. 박근혜 정부 때 신설한 역사박물관장(1급)과 같아졌다. 몇년 전, 외국인을 관장에 임명하려고 하자 논란이 거셌다. 그러자 장관이 “국장 자리 하나 갖고 웬 난리냐?”고 운운했다.

자리에 따르는 계급도 중요하다. 직에 앉아 권력을 휘두르라는 게 아니다. 직에 따를 무거운 책임과 의무 때문이다. 국현은 과천관·서울관·덕수궁관·청주관 등 4개 미술관을 보유하고 있다. 지역에서도 분관 건립 요청이 이어진다.

현대미술은 예술산업 차원으로 볼 필요가 있다. 현대미술을 키울 경영마인드도 긴요한 이유다. 앞으로 국현관장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질 거다. 그러니 직급부터 차관급으로 올리시라. 능력과 리더십을 갖춘 사람을 뽑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문제의 3인 지명을 취소하란 말도 나온다.

분노가 쌓이면, 결국 폭발한다. 지인의 인선 충고를 곁들인다. “개인적으로 국현 관장은 비엔날레 감독처럼 1차 추천위에서 무기명 추천하고, 그 분들을 대상으로 능력 검증을 최종 합의될 때까지 논의하면서 계속 좁혀 나가는 방식이 옳다.”

잘못을 고칠 줄 아는 것도 용기 있는 일이다. 뒤늦게 잘못을 알고도, 밀어붙여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면… 고칠 수 있다면 고쳐야 한다. 늦었다고 뭉갤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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