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칼부림’ 피해자들 구한 ’18살 의인’ 윤도일군

윤도일군

묻지마 칼부림에 10여 명이 또 참변을 당했다.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 백화점에서 ‘걸어다니는 흉기’ 의 칼부림에 피해자들은 속수무책 쓰러졌다. 서울 신림동에서 벌어진 광란의 칼부림에 이어 ‘분당의 명동’에서도 피바람이 불었다. 선혈이 낭자한 무간지옥의 아수라장이었다.

사람들은 죄다 공포에 질려 숨기에 바빴다. 그러나 피를 흘리며 쓰러진 피해자에게 다가간 따듯한 인정의 손길이 있었다. 아수라 지옥에서 피어난 한송이 꽃과 같았다. 18살 윤도일군이 피 흘리며 쓰러진 소녀를 도왔다. 미친 칼부림이 아직 끝나지 않은 때였다. 범인에게 들킬까봐 몸을 피하기 바빴다.

그때 피흘리며 쓰러진 소녀에게 다가간 사람이 있었다. 바로 윤도일군이다. 윤도일군은 3일 현장에서 마주친 기자에게 “친한 형과 함께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고 광란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면서 뛰어가고, 유니폼을 입은 종업원들까지 도망치는 다급한 광경에 놀랐다”고 말했다. 싸움이 난 줄 알고, ‘말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사건 현장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로 그 순간, 지척에서 10대 소녀가 칼에 찔린 듯 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순간 걸음을 멈췄다. 그때 사방을 살펴봤지만, 칼을 든 범인은 다른 곳으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윤군은 소녀에게 달려가 지혈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주변에 (피해자 말고) 아무도 없었고, 지혈하는데 상처에서 피가 너무 많이 나와 좀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윤군이 먼저 피해자의 상처를 손으로 막으며 지혈을 했다.

그러자 부근에 있던 다른 20대 남성도 달려와 힘을 보탰다. 윤군이 지혈에 힘을 쏟던 사이 경찰과 구급대원이 도착했다. “이제 손을 떼 달라”는 말을 듣고야, 윤군은 한 숨을 돌렸다. 놀란 가슴을 달래며 구급대원의 응급조치를 한동안 지켜봤다. 칼에 찔린 소녀의 상태는 위중해 보였다. “상처가 심한 것 같았다…뭔가 말을 하려고 하는데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안타까와했다.

“무섭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다들 멈칫하는 상황…”이라며 “또래로 보이는 피해자를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윤군은 답했다. 묻지마 칼부림의 무간지옥에도 사람은 있었다. 인간의 따듯한 체온이 꽃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광기에 휩싸여 인도로 차를 돌진한 뒤 칼부림으로 인명을 살상했다. 경찰은 20대 범인을 상대로 조현병이나 마약 흡입 여부를 조사 중이다.

배달업에 종사하는 광기의 범인이 세상을 향해 칼을 휘두른 ‘증오범죄’다. 인간의 남획으로 지구는 뜨거워지고, 세상도 점점 미쳐 돌아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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