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이재명 ‘방탄’ 단식, 1983 김영삼 ‘사즉생’ 단식
목숨 건 단식으로 전두환 정권 무릎을 꿇게 한 김영삼
단식기간 같은 23일, 벼랑 끝에서 풀뿌리 붙든 이재명
단식(Hunger Strike)이라고 같은 단식이 아니다. 김영삼(YS)은 40년 전, 5월 18일 철권 통치를 일삼은 5공 전두환 정권을 겨냥해 단식에 돌입했다. 그러나 언론에는 단 한 줄도 보도되지 못했다. 동아일보가 ‘정치권 현안’으로 에둘러 짧게 썼다.
이 기사는 수수께끼 같았다. 야당 총재를 지낸 김영삼의 이름도 단식이라는 표현도 없었다. 밑도 끝도 없이, ‘여야가 정치권 현안을 놓고…’ 운운했으니 말이다. 뭐가 현안인지 당최 알 수도 없었다. 기사는 5W1H,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왜’까지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비겁하게도 당시 언론들은 5공 정권의 폭압에 짓눌려 펜대를 꺾어버렸다. 단식 8일째, YS는 정보기관원과 경찰에 의해 강제로 서울대병원에 입원됐다. 그러나 링거수액 투여도 거부했다. 준비 없는 단식으로 잔변이 위장 벽에 말라붙었다. 극심한 고통으로 떼굴떼굴 굴렀다.
김수환 추기경이 찾아와 단식을 만류했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5공 실세(권익현)를 야밤에 두 차례나 보냈다. 원하는 대로, 정치 해금을 해주거나 해외로 나가면 금전 지원도 충분히 하겠다고 말이다. 결국 23일 간 사즉생 단식에 전두환은 무릎을 꿇는다. 반면 이재명 단식은 ‘방탄 쇼’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비장함도 처절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단식은 약자의 마지막 저항수단이다.
YS는 당시 2차 가택연금을 당했다. 민주산악회 활동을 NYT가 대서특필하자 전두환이 발끈한 거다. 그래서 자택 연금이 풀린 지 2년만에 다시 감옥보다 더 넌더리나는 ‘자택 감옥’ 신세였다. 그 즈음 김대중(DJ)마저 망명이라도 보내듯 미국으로 쫓겨갔다. 그래서 최후의 저항으로 단식 카드를 꺼낸 거다. 개인비리로 구속을 피하기 위한 방탄이 아니었다. 그는 △구속된 재야인사 및 대학생 석방 △정치피규제자 해금 △언론통제 중단 △직선제 개헌을 요구했다.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이재명의 단식 방탄은 막을 내렸다. 그 정치생명은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끝장났다. 열흘 전, 두어 달 전, 그리고 대선공약까지 해놓고 모두 어겼다. “제 발로 걸어가겠다”고 한 기사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이다.
전날 “정치 검찰” 운운하며 녹색병원에 누워 부결을 호소했다. 김영삼 단식 12년 뒤, 1995년 DJ는 YS 정권을 향해 단식카드를 뽑았다. DJ는 지방자치제 실시와 내각제 개헌 포기를 명분으로 걸었다. 그 결과, 단식 직후의 총선에서 승리를 끌어냈다. 조무래기 정치인들이 이재명 결사호위에 나섰다.
친명계와 개딸들이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포위했다. 이날 헌정사 초유의 일들이 3건 벌어졌다. 원내 압도적 제1당 야당 대표가 정치적 이유도 아닌 개인 비리로 사법처리 직전이다. 2차 영장이 청구돼 체포동의안까지 가결됐다.
그 앙갚음인가? 총리 해임건의안과 검사 탄핵안이 동시에 가결됐다. 둘 다 헌정사 처음 있는 일이다.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은 비명계 최소 29명이 반란표를 던졌다. 내년 총선 민심을 미리 반영한 것으로 정치권은 관측한다.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비명소리들이 터져나왔다. “으아악” “어떡해” 옆사람을 껴안거나, 주저앉아서 울기도 했다.
21일 국회 앞 도로를 점거하고 농성하던 개딸들은 가결 소식에 이들은 공황상태를 방불케했다. 경찰과 대치한 개딸들이 통곡하거나 국회 경내로 진입하려고 밀치며 소동을 벌였다. 엉큼하고 비루한 팬덤정치와 방탄정치의 종언이다.
거야 지도부는 총사퇴했다. 이재명 대표는 묵묵부답이다. 단식은 오늘로 23일을 맞는다. YS의 비장한 단식도 23일 간으로 막을 내렸다. 끝낼 즈음, YS가 목숨을 걸고 장기 단식을 한 사실이 언론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민주산악회 회원들이 구속을 불사하고 유인물을 뿌리며 사즉생 단식을 알리려 애썼다.
NYT나 더타임즈, 르몽드, 아사히와 AP, AFP, 로이터 등 외신들은 앞서 대서특필했다. 국내 언론은 YS가 단식을 끝내는 날 처음 보도했다. 반면 이재명 단식은 시종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개딸들을 비롯한 친명계 결사보위조만 관심이었다. ‘방탄 쇼’라는 코웃음과 비아냥도 샀다. 이재명은 지금이라도 대표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게 민주당을 살리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살리는 길이다.
나중에라도 되살아날지 모를 유일한 길이다. 영장담당 판사도 그런 사정을 감안할 지도 모른다. 물론 한동훈 장관 말대로 잡범이 아니라 ‘중대한 비리 범죄자’이어서 영장은 발부될 가능성이 높지만 말이다.
직을 내려놓으면 판사가 잠시 고민할는지 모른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재명이 누구인가? 결단코 그리하지 않을 거다. “소년공에서 검정고시로 대학졸업 후 사법시험,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거쳐 거야 대표까지…”
그를 여기까지 올린 경기동부연합이나 한총련, 민노총 지도부 등도 그의 판단을 지켜볼 거다. 그렇다면 ‘방탄 단식’의 막은 언제쯤 내릴까? 그것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