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의 촌철] 서울법대 출신 JMS변호사
수많은 여신도를 성폭행한 컬트 집단의 교주 얘기로 사회가 들끓고 있다. 야동 같은 지저분한 동영상들이 흘러나왔다. 일부 방송 인터뷰에서 지성인층에도 그 집단의 신도가 많다는 내용이 폭로되기도 했다.
나는 변호사로서 교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몇 년간 법정투쟁을 했다. 나는 방송이나 그 집단과 오랜 투쟁을 해온 그 집단에서 나온 사람들과는 시각을 달리한다.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라 분노와 증오의 감정이 조금 덜 한 편이다. 전문직업인의 입장이라 종교적 근본주의와는 궤를 조금 달리한다.
나는 그 당시 왜 지성인들이 그 집단에 빠져들고 돈키호테 같은 교주를 신으로 모시는지 궁금했었다. 그래서 서울법대 시절부터 그 집단의 신자가 되고 변호사가 되어서도 교주의 호위무사였던 사람을 만나 진솔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영리한 그는 뒤늦게 그 집단의 본질을 알아차리고 거리를 두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가 이렇게 말을 시작했다.
“대학 시절이었어요. 솔직히 기성교회는 미지근하고 답답해서 다니기 싫었어요. 저는 어떤 갈급함을 채울 수 없어서 여러 이단을 전전해 봤어요. 재미있는 건 성경의 같은 구절을 놓고도 단체마다 다양한 해석을 한다는 것이었어요. 젊은 엘리트층은 성경의 논리적인 해석을 좋아하는 경향입니다. 저도 그런 동기에서 자연스럽게 가입하게 됐습니다. 그 집단에서는 새로 포섭한 사람마다 관리자를 붙이는데 제 담당은 서울대 수학과에 다니는 누나였어요. 부모 못지않게 지겹도록 저를 챙겨주더라구요. 지겹다는 표현을 썼는데 저는 그나마 좋은 환경이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쓴 겁니다. 소외되고 힘든 사람의 경우 그런 대접을 받으면 세상이 다시 보일 정도로 눈이 확 도는 거죠. 교리도 교리지만 그 집단에 빠지는 중요한 동기죠.”
그와 주고 받은 문답이다.
-최고의 엘리트인데 그 교리의 어떤 면에 끌렸죠?
“예수와 세례요한의 관계해석이 재미있었어요. 세례요한은 예수가 메시아라는 걸 알리기 위해 먼저 등장한 인물인데 제 사명을 다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나중에 세례요한의 제자들이 예수에게 와서 당신이 오실 그분이냐고 묻는 장면이 나오죠. 세례요한의 사명이 어정쩡해지는 부분이죠. 또 세례요한은 공연히 세상의 정치문제에 뛰어들어 죽었다는 겁니다. 그가 사명을 잘 감당했다면 예수도 십자가에 달리지 않았을 거였어요.”
-대학 시절 교주의 성폭행 문제가 언론에 대두되자 1000명의 서울대생이 모인 자리에서 교주를 변호했던 광신자였던데 왜 그랬죠?
“그 당시 이단 연구가 탁명환씨가 증거로 내놓은 녹음테이프가 조작된 걸로 저는 생각했었어요. 그러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죠. 여신도들의 얼굴에 알 수 없는 그늘이 있는 거예요. 분명히 뭐가 있다고 뒤늦게 눈치 챘어요. 알고 비호한 건 절대 아닙니다.”
-교주를 만난 적이 있어요?
“있죠. 교주가 왕이라면 저는 신하도 못되고 머슴정도라고 할까. 교주옆에는 경호원과 시녀들이 따라붙어 인의 장막을 치고 있더라구요. 교주를 변호하고 칭찬을 받은 적도 있죠. 하여튼 교주의 성폭행을 알고 그 집단을 빠져나왔어요.”
-나가게 하던가요?
“미녀 후배가 저를 찾아와 달래더라구요. 남자가 그런데 약하잖아요? 내가 교주의 성폭행을 얘기해 주고 그 후배를 몰아쳤죠. 그랬더니 교주가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그것도 하나님의 뜻이라는 거예요. 교주의 섹스파트너가 되면 완전히 그렇게 믿고 싶은 모양입니다. 서울대 다닌 예쁜 여자 후배가 그 집단에서 나왔는데 술집 접대부로까지 전락했어요. 너무 불쌍해요. 옛날 생각도 나고.”
컬트 집단이 독버섯처럼 생겨나는 데는 기성의 종교가 사람들의 정신적 영적인 목마름을 채워주지 못하는 데 근본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그들은 늑대가 와서 물어간 자신의 양들을 어떻게 취급할까.
방송에서 나오는 인터뷰들을 보면 잃어버린 양이 아니라 늑대 가족으로 매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좀 더 깊이 문제를 봐야 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