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정명석의 기억⑦] 잘못 빠져든 보통 신도들까지 매도해선 곤란

젊은 여성들에 둘러싸인 정명석 <출처 넷플릭스>


정의 독점하고 분노로 JMS집단 재단하선 문제 못 풀어

넷플릭스에서 <나는 신이다>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다. 30년간 컬트집단과 싸워온 한 대학교수의 집념에 의해 그 내막이 세상에 드러났다. 그는 현대판 영웅인지도 모른다. 나는 변호사로서 20년전쯤 그 집단의 교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었다. 대한민국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교주를 신이라고 하든 오래된 당산나무를 신으로 하든 법은 관여할 수 없다.

변호사인 나는 교주의 불법행위, 구체적으로는 성폭행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강간이 성립하려면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했다. 아니면 약물을 먹이거나 업무상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어떤 관계가 있어야 했다. JMS측 변호사는 신으로 알고 스스로 몸을 바쳤기 때문에 성폭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리 싸움에서 쉽지 않았다.

언론이나 그 집단에 원한과 분노를 가진 단체는 내가 대리하고 있는 피해여성들을 공개해서 그 집단의 비리를 만천하에 알리고 싶어 했다. 변호사인 나의 입장은 달랐다. 피해 여성들의 상처와 비밀을 덮어주고 보호해 줄 의무가 있었다. 많은 모략도 있었다. 거액의 착수금을 받았다는 말도 돌고 그 집단에 매수됐다는 가짜뉴스도 돌았다. 그들의 저주와 협박도 있었다. 테러 위협마저 느꼈었다.

소송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 집단의 내부를 일부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나의 시각으로 그 컬트집단의 교주는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었다. 자기 확신에 빠진 인물이었다. 그는 다시 온 그 분이었다. 동시에 그를 찾아온 순경만 봐도 벌벌 떨면서 숨는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상식으로 잴 수 없는 존재 같았다. 나는 그 집단에서 영매靈媒 노릇을 했던 여성을 만났다. 그 여성은 군중 앞에서 교주의 명령에 따라 영의 세계에 갔다 와서 그 메시지를 전했다고 했다.

그 여성은 그 컬트집단을 떠난 지 20년이 넘었는데 지금도 영이 묶여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교통사고를 당해 몇 달 간 입원해 있었다. 그녀는 아직도 그 사고를 교주의 저주로 알고 그 집단을 탈퇴한 것을 후회하는 표정이었다. 그 집단의 많은 여성들이 교주를 떠나면 평생 임신을 못한다거나 불행해진다는 주술에 걸려있었다.

나는 그 컬트집단이 왜 블랙홀같이 젊은이들을 빨아들이는지를 관찰했다. 젊은이들은 기성교회의 진부함에 염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그들에게 어느 날 가슴이 두근거릴 만한 미녀나 훈남이 다가와 “생수 같은 말씀을 전하는 선지자 같은 분이 계시다”고 속삭인다. 그들은 친구같이 누이같이 그리고 애인같이 되어 온 정성을 다해 그를 도와준다. 그런 사랑이 그들의 마음을 빼앗는 것 같았다.

그들의 교리를 살펴보았다. 굉장히 치밀하고 세련된 면이 있었다. 예수는 2000년 전에 살다가 죽은 한 인간에 불과하다. 그 속에 들어왔던 하나님의 영이 그를 신으로 만든 것이다. 현대에서도 하나님의 영을 받은 사람이 신이고, 그게 재림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법정에서 증인으로 나온 교주의 심복에게 왜 교주가 신이냐고 물었다. 그는 성경에 하나님의 진리를 전하는 사람이 신이라고 적혀 있는데 기본이라도 읽고 와서 질문하라고 비웃었다.

나는 교리가 교주가 받은 계시가 아니라 측근에 있는 명문대 출신 엘리트 부교주들이 만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만난 부교주는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라는 소설과 영화를 보라고 했다. 그 안에 비밀 열쇠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 집단의 교리는 성경과 외경, 신학이론, 그리고 타종교는 물론 정신세계의 진리들까지 참고해서 만든 것 같았다. 그것들은 청년들 가슴을 사이다 같이 시원하게 해 줄 수 있었다. 그 집단은 철저히 이중 삼중으로 막이 쳐져 있었다. 일반신도들은 교주와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내막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대부분 순진하고 착했다.

얼마 전에도 그 집단의 여성신도 몇명이 찾아와 정말 그런 교주의 성폭행이 있는지 내게 묻고 간 적이 있다. 여기서 조심스럽게 한마디 할 게 있다.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잘못 발을 들여놓은 곳이 그런 집단이다. 기성 종교는 그들을 품을 도덕성이나 능력이 약해진 것 같다. 이 사회에서 갈급한 영혼들이 위로받을 곳을 찾고 있다.

잘못 빠져든 보통의 신도들에게까지 주홍글씨를 붙여주면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정의를 독점하고 분노로 그 집단을 재단하는 일부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그 사건에서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는 경우도 봤다.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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