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의 촌철] ‘글빵집’ 댓글 친구들의 아름다운 동행

엄상익 변호사 블로그

오늘은 제 글빵집을 찾아주시는 단골 고객님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매일 기다렸다가 제일 먼저 빵을 맛보아 주시는 ‘루쓰맨’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빵을 음미하시면서 또 다른 시각에서 평해 주는 ‘멍작가’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글빵 아닌 가래떡과 피자를 만드는 가게를 차려보겠다는 ‘이클’님에게도 감동과 함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인터넷 바다의 한 귀퉁이에 있는 무인도 같은 한 작은 섬같은 공간인 이곳에서 수 많은 분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도 귀한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것보다 마음과 마음을 접속시키는 것이 어떤 면으로는 더 좋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뜻을 같이하는 향기 나는 댓글들이 세상에 퍼지는 모습을 보니까 참 좋습니다. 제 글을 보고 또 다른 작은 글 가게를 차리시겠다는 분을 보면서 내가 글빵집을 차린 배경을 말씀드리는 것이 동업자로서 약간의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제 나이 30대 중반경 우연히 법정 스님의 <무소유>라는 작고 얇은 수필집을 읽고 잔잔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겨울의 문턱에 선 아침, 김이 피어오르는 우물가에서 빨래 하는 스님의 모습이 가슴시리게 다가왔습니다. 어려운 경전보다 그 광경이 진리 같았고 수필 같았습니다. 그 다음부터 법정 스님의 수필집이 나오면 사서 읽었습니다. 나도 이렇게 마음을 하얀 종이 위에 아름다운 색조로 올려놓고 싶다는 꿈을 꾸었습니다.

제가 40대에 들어서면서 100여년 전 일본에 살았던 현인의 글을 만났습니다. 그는 당시 드물게 미국유학을 한 엘리트 지식인이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그는 혼자 성서연구에 전념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대와 불화 속에서 그는 평생 직접 작은 글들을 쓰고 그걸 자신이 만드는 소책자에 담아 민들레씨처럼 세상에 날려보냈습니다.

그는 그 시절 일본이 조선을 병합하는 걸 반대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신의 자리에 있던 천황에 대해 고개를 굽히지 않는다고 역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가 칠십 평생 깨달음의 글들을 쓰면서 자기가 쓴 글을 100년 후에야 공감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의 글들이 담긴 책을 30년 동안 제2의 성경으로 간주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50대쯤 류영모 선생의 <다석일지>를 읽었습니다. 그는 일찍 사업을 접고 북한산 자락에 집을 짓고 경전을 읽었습니다. 그는 매일 명상한 걸 일지형식의 글로 썼습니다. 그는 매일 쓰는 글이 자신의 기도라고 했습니다. 그의 제자가 이화여자대학의 교목을 했던 돌아가신 김흥호 박사였습니다.

김흥호 박사는 깨달음을 적어 <사색>이라는 제목으로 나홀로 잡지를 147호까지 내신 것으로 압니다. 그는 크리스챤이지만 불교와 동양철학에도 정통한 분이기도 했습니다. 그분이 돌아가시기 전 소수의 사람들을 놓고 가르치는 곳에 찾아가서 배움을 얻기도 했습니다.

변호사로 40년 살아오면서 성경 속 마르다 같이 분주하기도 했습니다. 몇몇 보통 사람이 개인돈을 털어 만든 전과자 노숙자시설을 후원하면서 회의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소설 속 쟝발잔은 자기에게 빵과 잠자리를 준 신부의 집에서 절도 행위를 했습니다. 세상은 비슷했습니다. 전과자 노숙자 중에는 돈을 꾸어주지 않는다고 앙심을 품고 가스통을 터뜨리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 일들은 성실하게 일하던 사람들의 마음을 단번에 냉각시켰습니다. 사람이 빵만으로 사는 게 아니라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탑골공원 뒷골목의 무료급식소와 서울역 앞 노숙자시설에서 ‘거리의 변호사’ 노릇을 하고 싶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들같이 남루하게 입고 길바닥에 나란히 앉아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서울역 앞에서 노숙자를 돌보는 목사가 술 취한 노숙자가 날리는 주먹에 코뼈가 부러진 사실을 알았습니다. 내가 변호사로 보아온 현실의 인간 세상은 다양했습니다. 여러 명을 잔인하게 죽인 살인마도 보았습니다. 짐승 수준의 폭력배도 봤습니다. 똑같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그 중에는 쥐의 영을 갖기도 하고 뱀의 영, 늑대와 여우의 영을 가진 사람도 있다고 느꼈습니다.

어떤 경우는 육체적 본능은 있어도 영혼이 없는 좀비 같아 보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인간은 평등하다, 모두 나름대로 귀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인간이 인간을 평가하는 것은 전능자의 자리에 오르는 교만이라고 냉소적 댓글을 다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저는 물질의 빵이 아닌 정신적 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배고픈 사람 5000명에게 빵을 준 예수는 그 다음에 영혼의 빵을 얘기했습니다. 그것은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그 빵이 되었습니다. 나는 그분의 빵을 먹고 정신적 영양분을 얻었습니다. 그 결과 마음이 변했습니다. 마음이 변하니까 다른 세계가 나타났습니다. 마음을 통해서 세상을 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선 자리에서 작은 ‘글빵’을 만들어 블로그라는 선반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습니다. 혹시라도 영혼이 허기진 분이 있으면 드시고 가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제 옆에 떡과 피자를 개업한다는 분이 생겼습니다.

개업을 축하합니다. 번성하시기 바랍니다. 있는 자리에서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겠다는 분도 있습니다. 뜻이 이루어지시기를 바랍니다. 제 블로그를 스치는 모든 분들에게 행복이 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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