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의 시선] “탈주범 신창원 변호 때 그가 이런 말을 했다”

탈주범 신창원을 변호할 때 그가 이런 말을 했었다. “저는 범죄를 많이 저질렀어요. 그런데도 양심이 아프지를 않아요. 죄를 저지르면 양심이 아프다면서요? 그런데 저는 왜 안 아프죠? 그게 아프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진지한 질문이었다. 양심이라는 걸 느끼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사진은 2011년 탈옥 중 체포돼 연행되는 신창원 <사진연합뉴스>

마음이란 뭘까? 어떤 유행가는 내 마음 나도 모른다고 한다. 어떤 작가는 이 마음이 저 마음을 때리고 저 마음이 이 마음을 친다고 표현했다. 마음은 그 깊이와 넓이를 모르는 우주라고도 한다. 마음은 느끼는 것이지 설명되어지는 게 아니라고 한다.

나는 재미삼아 인공지능 ‘챗봇’에게 마음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챗봇은 “마음은 두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와 화학적 반응으로 우리의 이성과 감정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했다. 뇌는 마음을 조절하고 마음이 뇌에게 신호를 보내면 뇌는 그에 반응한다고 했다.

또 다른 과학적인 주장도 봤다. 마음은 아주 미세한 입자로 되어 있지만 그 성질이 파동으로 변하면 시공간을 초월하여 이동하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사람의 마음이 다른 물질이나 생물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분이 어항에 물고기 두 마리를 키우면서 그 중 한 마리에게만 마음을 집중해서 사랑해 봤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물고기가 더 건강하고 크게 자라더라는 것이다.

변호사로 일하면서 이혼 상담을 많이 했다. 아무리 미인이라도 사랑이라는 마음의 에너지를 받지 못한 여성들은 거칠고 윤기가 없었다. 표현하기 힘든 결락의 느낌이었다.

변호사를 하면서 분노와 원한, 증오가 마음 속 가득한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그 독기가 흘러나와 마주앉아 있어도 힘든 때가 많았다. 독사는 독주머니가 따로 있지만 그런 게 없는 사람은 그 독이 자신을 먼저 해치는 것 같았다.

그런 사람들 앞에 변호사란 탈을 쓰고 있는 내 마음에는 어떤 것이 숨어 있었을까. 그들의 분노를 이용해서 돈을 벌고 싶은 탐욕이 또아리를 틀고 있기도 했다.

나 역시 탐욕과 위선이라는 오물이 가득 찬 마음이었다. 나는 인간의지로 그런 오물을 컨트롤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죄를 가지고 태어난 인간은 시궁창의 편안함에 더 익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한 체험을 한 적이 있었다. 많은 돈을 받고 신나게 일하는 중간에서 깊은 내면에서 경고음이 들렸다. 범죄를 저지른 사장이 충성하던 선한 직원을 범인으로 조작해 감옥에 들어가게 한 걸 우연히 알았다.

검사는 이미 매수되어 있었다. 내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눈 한번 꾹 감고 지나가면 큰 돈이 생기는데 뭐’라고 했다. ‘남들이 다 그런데, 세상이 다 그런데 모른 체 하고 넘어가. 그래야 돈이 생겨’라고 그 소리는 내게 말하고 있었다. 그게 나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또 다른 어떤 존재가 나의 양심을 콕콕 찔렀다. 그걸 무시하고 그냥 돈 쪽으로 가고 싶었다. 이번에는 그 어떤 존재가 나의 양심을 막대기로 두들겨 패는 것 같았다. 나는 큰 먹이를 삼키고 버티던 뱀처럼 먹었던 돈을 토해놓은 적이 있었다.

아팠던 양심은 두뇌에서 만들어진 내 마음이 아닌 것 같았다. 하나님이 내 속에 심어놓은 또 다른 회로 같았다. 양심은 내가 아닌 하나님의 소리였다.

탈주범 신창원을 변호할 때 그가 이런 말을 했었다.

“저는 범죄를 많이 저질렀어요. 그런데도 양심이 아프지를 않아요. 죄를 저지르면 양심이 아프다면서요? 그런데 저는 왜 안 아프죠? 그게 아프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진지한 질문이었다. 양심이라는 걸 느끼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걸 다시 작동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이성과 감정으로 된 두뇌 속 사람의 마음이 다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걸 넘는 다른 감각이 존재하는 것 같다.

입시나 고시를 치르고 나서 답안지를 보며 이성적으로 합격 불합격을 가늠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내면 깊은 곳에서 이성과는 전혀 다른 소리가 들려올 때가 있었다. 불합격일 거야 하고 알려준 경우가 있다. 이성적으로 그걸 부정했지만 그 깊은 내면의 소리가 맞았다.

대학 입시장에서 오전 시험시간이 끝날 무렵이었다. 그 내면의 소리는 나는 합격이라고 일찍 알려주었다. 그게 무엇이었을까. 법정에서 상대방이 조금도 반박할 수 없는 완벽한 논리와 증거를 제시할 때 깊은 내면의 우물 속에서 누군가 ‘아니야’ 하고 알려주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었다. 이성에서 오는 것도 아니고 감정에서 오는 작용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게 두뇌의 작용보다 더 정확한 때가 많았다.

나는 인간에게는 마음과는 또 다른 회로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게 영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두뇌가 물질세계를 감지한다면 영은 영적 세계를 감지하는 안테나이고 전선이라는 생각이다. 그곳을 통해 성령의 기운이 들어올 때 필라멘트 역할인 인간의 마음이 밝아지고 내면에 사랑과 기쁨, 평화의 맑은 물들이 고이기 시작한다는 생각이다.

그 기운과 영이 접속할 때 마비됐던 양심도 살아날 수 있다고 믿는다. 친구가 카톡으로 보내온 마음이 입자인가 파동인가 하는 과학이론을 보면서 마음의 구조를 한번 상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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